전노련 "롯데명품관에 똥탄 들고라도 개관 막겠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개관 앞두고 노점상 폭력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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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객들로 붐비는 8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쇼핑객들이 아닌 전경들이 정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날 전경들은 롯데백화점 정문뿐만 아니라 롯데호텔로 들어가는 각 출입문마다 배치돼 물샐 틈 없는 경계를 서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롯데백화점은 전경의 호위를 받아야 했을까?


롯데백화점, 용역철거반 동원해 노점상 폭력 철거

이보다 앞선 6일 새벽 3시 30분, 한 달 넘게 롯데백화점 앞에서 농성 중인 노점상들의 천막에 300여 명의 용역철거반원들이 들이닥쳤다. 소화기를 뿌리며 농성천막에 들이닥친 용역철거반원들은 잠자고 있던 노점상인들을 몸채로 들어 도로에 내동댕이쳤고, 순식간에 농성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철거과정에서 용역단속반원들의 폭력 행사로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노점상 1명은 현재까지 중태다.

이날 내동댕이쳐진 노점상들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문을 연 79년 이전부터 롯데백화점 앞에서 노점상을 해오던 사람들이었다. 길게는 40년 짧아야 20년, 그곳에서 슬리퍼, 양말, 악세사리 등을 팔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롯데백화점 앞에는 한 달 전까지 12명의 노점상들이 장사를 해오고 있었다.


백화점 앞에서 28년 째 스타킹 등 잡화를 팔고 있는 김영순 씨는 “과거에도 경찰과 구청에서 단속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철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어떻게 사람을 길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을 수 있는가”라며 철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이토록 사람을 두들겨 패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는데, 왜 경찰은 롯데 직원 한 명도 처벌 하지 않냐”며 “없는 서민들이 용역깡패들을 사서 이렇게 했으면, 아마 다 구속되었을 것이다.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명품관에 어울리는 거리조성 위해 노점상 철거?

롯데백화점이 폭력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노점상들을 철거하려 하는 이유는 개관을 앞둔 초호화 명품관 ‘애비뉴엘’ 때문이다. 현재 연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하는 롯데백화점 본점은 명품관을 개관하면, 연매출이 1조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옆 (구)한일은행 건물을 매입해 5천 평 규모의 명품 전문매장 공사를 지난 해 봄부터 시작했고, 현재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공사의 마지막 단계로 백화점 앞 인도를 대리석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노점상들을 철거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용역철거반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노점상인이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측은 공사기간 동안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주겠다는 약속 하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전노련은 또 “롯데백화점 측이 갑자기 말을 바꾸어 구청에 노점상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명품관에 어울리는 거리조성을 위해 인도에 대리석을 깔겠다는 것을 기회로 명품관에 어울리지 않는 노점상은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롯데 측의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전노련, 롯데그룹 규탄대회 열어

롯데백화점 측의 폭력적인 철거로 노점상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8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는 각지의 노점상 4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노점탄압분쇄, 악덕재벌 롯데그룹 규탄 3차 투쟁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김민걸 전노련 중구지역장은 지난 5일, 6일 있었던 용역철거반원들의 농성장 침탈 과정을 설명했다. 김민걸 중구지역장은 “5일 새벽 3시 경 1차로 용역철거반원 150여 명이 농성장을 침탈했고, 철거에 실패하자 다음 날 3시 30분 경 다시 300여 명의 용역철거반원들이 들이닥쳤다”며 “1차 침탈 후 경찰에 보호요청을 해 경찰이 대기 중이었으나, 2차 침탈 직전 경찰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철거상황이 종료되자 다시 나타났다”며 용역철거반원들의 폭력적인 철거를 경찰이 의도적으로 방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두행진 도중 집회참석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필두 전노련 공동의장은 “롯데백화점 앞 인도는 롯데재벌의 땅이 아니라 서울시의 땅”이라며 “이곳에서 30, 40년 씩 장사를 해온 노점상들을 롯데재벌이 철거하려는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고 읍소했다. 이필두 공동의장은 또 “롯데백화점 측이 6일 있었던 폭력행사에 대한 사과와 노점상 철거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명품관 개관에 맞춰 전노련 회원들을 총동원해 똥탄이라도 들고 명품관 진격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생존터전인 노점상에 대한 정부 정책 변해야”

이날 연대사를 한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은 노점상에 대한 정부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심재옥 의원은 “40년간 계속되어 온 생존의 터전이 왜 부도덕한 재벌에 의해 혐오시설로 치부되고, 철거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땅의 문화이자 생존의 한 방법인 노점상을 이제는 정부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 이 생존의 터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규탄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소공로와 을지로를 지나 다시 롯데백화점 앞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전노련은 현재 롯데백화점 측에 △롯데백화점 앞 노점상 생존권 보장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공개사과 △폭력 중단과 책임있는 대화창구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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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 롯데백화점 , 애비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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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하늘도 운다

    이글을 앍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읍니다...
    너무 분통이 터지고 억울함을 당하고 계시는 분들께 아무 도움도 줄수 없는 현실 또한 원망스럽읍니다.
    힘없고 가진것 없는 사람들은 정말로 이렇게까지 짗밞힘을 당해야한단 말입니까?
    힘내세요!!!
    진정코 신이 있다면 롯데가 저지른 만행을 두고 보진 않을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