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직노조, 경찰청장 면담 확정 못해

김미숙 위원장직대, “우리 투쟁은 바위를 깨뜨리는 다이너마이트”

고공농성 이후 가시적 성과 아직 없어

  경찰청장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이영순 의원
경찰청고용직노조의 고공농성이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 오전 이영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허준영 경찰청장과 약 1시간 가량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날 면담은 특히 허준영 경찰청장과 경찰청고용직노조 사이 면담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허준영 청장과 면담을 마친 이영순 의원은 “가시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면담결과에 대해 답했다.

지난 21일 11시간의 교통 관제탑 고공농성을 마치고 고용직조합원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과정에 대해 몇몇 언론들은 ‘이영순 의원이 23일 경찰청장을 만나 고용직노조와 경찰청장과의 면담 날짜를 받아 올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혼선이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희정 경찰청고용직노조사무국장은 “고공농성자들을 두고 아래에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23일에 면담날짜를 확정하자’는 요구와 ‘확답할 수 없다’는 답변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며 “결국 23일 이영순 의원을 통해 무조건 늦어도 3월중에 청장면담을 해야한다는 우리 의견을 강력하게 전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영순 의원,“기본적으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

경찰청장과 면담을 마치고 기자를 만난 이영순 의원은 “면담결과가 좋았나”는 질문에 대해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결과?”라고 반문하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다”고 답했다. 이어 면담 날짜에 대한 답을 들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 내가 머 면담 날짜를 확정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린 후 “차일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영순 의원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용직과 의견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경찰 자체로 안되니 행자부등과 협의하느라 애를 쓰는 것 같다”며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 보다는 일차적으로 경찰 내부의 문제”라 말을 이어나갔다.

“고용직과 경찰 상호간에 대화가 전혀 안되니 차도에 뛰어들고 고공농성을 하면서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는게 아니냐”는 반복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영순 의원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내가 맡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당사자 대화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몇분간의 짧은 대화 이후 이영순 의원과 강기갑 의원은 홍영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의 배웅을 받으며 경찰청을 떠났다. 홍영기 경무기획국장은 지난 달 25일 고용직노조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일용직으로 들어오려면 들어와라” “사기업 취업을 알선해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가족이라는 정리로 봐줬지만 앞으로 불법행동을 할 때는 엄단하겠다”는 등 어이없는 발언을 내놓은 장본인이다.

고공농성 조합원들 모두 건강에 이상 없어

  경찰청고용직노조는 98일째 거점농성을 진행중이다

한편 알맹이 없는 면담이 경찰청장실에서 진행되는 동안 40여명의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서대문지하철역 3번출구 앞에서 98일째 집회를 이어나갔다. 조합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지만 지난 21일 11시간의 투쟁 탓인지 목소리는 평소보다 잠겨 있었다.

교통관제탑에서 11시간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김미숙 위원장 직무대행, 김은미 강원지부장, 안선형 전북지부장은 다행히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은미 강원지부장은 따르면 감기 기운이 약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고공농성들을 몇 차례 봤지만 사다리도 아니라 손잡이를 타고 올라가고 안전장치가 이렇게 미비한 적은 처음 보았노라며 느낌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세 사람의 고공농성자 가운데 선두에 서서 관제탑으로 올라갔던 김은미 지부장은 “사실 처음 올라갈 때는 겁도 많이 났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김은미 지부장은 “올라가서는 아래에 있는 동지들이 경력(경찰병력)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동지들이 몰리고 요구안이 묵살 당할 때는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광화문 거리에도 뛰어들었고 이제는 교통관제탑 위에도 올라갔고 투쟁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청이 계속 우리를 내몰면 우리는 더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고공농성에 참여한 김미숙 위워장 직무대행은 “어제 여의도 교통 관제탑 쪽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내다보니 교통관제탑 손잡이 볼트를 다 뽑고 있더라”며 “우리 투쟁으로 경찰청이 부랴부랴 교통 관제탑 손잡이를 다 빼놓고 있으니 고용이 창출된 셈”이라 말해 주위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오롯이 투쟁으로 채워진 지난 98일

  지난 21일, 고공농성을 벌인 교통관제탑
오는 25일이면 경찰청고용직노조의 민주노동당 당사 거점농성, 결의대회가 꼭 100일을 맞이하게 된다. 100일을 기념하는 어떤 퍼포먼스라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문정영 부위원장은 “축하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착찹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되돌아와 “떡이라도 해서 돌려야 되는 건가”하고 되물었다.

경찰청고용직노조원들은 지난 겨울 내내 오롯이 자신들의 투쟁으로 100일을 돌파해냈다. 눈물로 시작한 이들의 투쟁은 삭발을 거쳐, 경찰청 앞 결의대회를 거쳐, 광화문 대로 점거를 거쳐, 교통관제탑 고공농성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투쟁으로 이미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을 불러냈고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찰청장과의 면담도 눈 앞에 두고 있다. 결국 투쟁만이 ‘저들’을 불러 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재확인 시켜준 셈이다.

오늘 결의대회 막바지에 김미숙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의 투쟁을 두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절대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이너마이트로 바위를 깨뜨리고 있다”며 “우리의 투쟁은 바위를 깨뜨리는 다이너마이트”라 강조했다.
태그

경찰청 , 이영순 , 경찰청고용직노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노동자

    아침부터 참 드럽게 기분나쁘네. 경찰 내부 문제라고? 그래서 경찰하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냐? 저게 민주노동당 의원이냐? 씨발 대가리에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갈 생각만 하고 있나..
    도대체 요즘 우파 인간들 왜 그러냐?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대로,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대로 온통 그 운동들을 우파들이 아주 한번에 다 말아먹고 앉아있다. 정말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다. 정말.
    제발 부탁이다 그냥 조용히 안 보이는 대서 주둥이나 닫고 앉아있어라. 그게 니네가 도와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