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규직되면 결혼하자?"

민주노동당, 비정규법안 관련 포스터 성차별 논란

최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제작한 비정규법안 관련 포스터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비정규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가 성차별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2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공개한 이 포스터는 벤치에 앉아 있는 두 남녀를 배경 사진으로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라는 카피 아래 “비정규직법 통과되면 큰일인데..”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번 포스터가 중앙위원회에서 공개되자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와 성소수자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이성애 중심적이고, 기존의 보수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포스터”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포스터에 대해 이경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은 “임금, 생활수준 등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현실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포스터 제작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포스터는 비정규직 문제를 남성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고, 성역할 구분에 대한 진보적인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며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남성 중심적, 이성애 중심적 경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의 이번 포스터가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결혼’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이경 위원은 “비혼, 독신, 이혼 여성들이 있고, 결혼조자 할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당이 여성문제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보다 더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배포된 500여 장의 포스터를 지하철 역내 등에 붙여 정부가 강행처리하려하고 있는 비정규법안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와 성소수자위원회는 포스터가 공공장소에 부착되기 이전에 포스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마련해 당에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태그

포스터 , 민주노동당 , 비정규직법안 , 성소수자위원회 ,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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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한마디..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는 말을 여자가 남자에게 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둘이 같이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는 말일 수도 있고..

    왜 저런 말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을 때면 으레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게 성차별적 사고 아닌가요...?

  • 비혼여성

    35세 비혼입니다. 결혼할 생각 없고요.
    저 포스터는 여전히 결혼을 ‘정상적인’ ‘추구해야 하는 삶의 목표’로 전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원하면서도 못하는’ 현실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만, 좀더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저같은 비혼뿐 아니라, 동성애자들 입장에서 보기에 어떻겠습니까?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거부하고 배제되는 소수자를 격려하는 것도 진보정당의 역할 중 하나일 텐데요.

  • 잠시쉬는시간~

    성차별적 역할을 해왔기때문이겠지요..
    좀더 다른 표현을 찾아..비혼여성,동성애자들도 동감할 수 있는 문구를 찾거나 재창조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방법이였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지나가던이

    한마디../ 물론 그러한 편견이 미리 작용하고 있을 수 있지만, 이 포스터의 배경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더 그러한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있네요. 남자가 여자 어깨에 손을 걸치고 있는 모습 자체가 여성을 남성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거죠. 뒤집어서 이와 반대로 여자가 남자 어깨에 손을 걸치고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아마 남자가 저런 말을 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덧붙여, 남녀차별 이전에 이 포스터의 가장 큰 문제는 생활방식의 한 가지일 뿐인 '결혼'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기혼자 혹은 결혼을 선호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죠.

  • 시간들있으면

    포스터 하나 가지고 참들 민감들도 하시고 예민하시고 섬세하기도 하셔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민과 현실에 대하여 그래주었으면 참 좋겠구먼요 관념속에서 사고를 하다보니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는지를 모르시지요? 그냥 차별받고 노동조합 하기도 힘들고 고용도 불안하고 뭐 선전물이나 신문에서 본 이러한 글자들을 가지고 조합하고 상상하지 말고 좀 천착해서 보시요. 글고 미디어참세상도 이런 이야기로 지면을 할애할 여유가 많으신가요 호사가들의 한가한 입담, 그냥 교실에서 교과서 사례로 이야기할만 정도 이야기를 말이오

  • 나원참

    어이구... 그러는 당신은 아직도 단순 무식한 게 자랑인 줄 아시나 보군? 당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보다 비정규직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진 모르지만(그럴 것 같지도 않군) 만약 당신 같은 사람이 운동하고 있는 거라면, 우리나라 운동의 앞길이 암담하오. 기가 막혀서.

  • 99년 지하철 파업있었던해 노동정 포스터였나?.. 그때도 남성 노동자 저 뒤편에 흐릿한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가 당신만이 희망입니다 하면서 바라보는 포스터를 제작해 놓고
    문제제기 하니까 바로 아래아래 "시간들있으면" 이라는 분처럼 사소한거가지고 난리네, 때가 어느땐데 그런일로 분열을 조장하네... 했죠? 그런 생각자체가 지난번 민주노총 파행까지 부른게 아닐까요? 비판은 무조건 묵살하고 봉합하고 통큰단결 대동 단결만 부르짖는.. 그 통큰 단결이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하게 되는 근원적 문제 아닐까요? 비정규직 문제들고 나오니까 경제논리 들먹이면서 때가 어느땐데 온국민이 단결안하고 그러냐 하는 정부나 자본의 논리와 너무 똑같잖아요? 이상한 단결논리 말할 시간좀 있으면 반성좀 하세요.

  • 아그랬군요

    99년 지하철 그건 좀 심했네요 거의 여성비하수준이네요 그런데 이 포스터가 여성비하인가요 결혼하자는 말을 여성이 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리고 결혼을 하면 나쁜것인가요 전 이 포스터에서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계획 뭐 이런 것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느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때문에 하루살이 삶을 살아간다는 뭐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어했다-지하철을 타는 대중들에게, 조합원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거든요
    결혼이 정상적이고 결혼안한 사람은 비정상적이라는 말이 어디에 있나요 다만 결혼한 사람,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 사실때문에 그리고 일정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 세우는 계획중에서 초보적인(기본적이라는 의미가 아닌, 모두가 해야 하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 낮은 수준의 계획이 결혼이므로 그렇게 표현을 따온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 박준형

    이번 포스터에 대해서 의견들이 제각각입니다. 찬반을 떠나서 분명한 것은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포스터를 본 여성운동활동가 혹은 페미니즘적 입장을 가지는 활동가들의 입장은 즉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노조활동가들의 상당수는 남녀를 불문하고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문제는, 노조운동이 여성운동 등 제반 사회운동과 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오면서 사회운동의 의제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발생합니다. (단지 여성문제만이 아니라 환경이나 인종문제등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운동들 사이의 교통이 사라지고, 특히 노조운동이 자신을 '노조'의 협소한 이해를 위한 운동으로 제한해온 것이 이런 일을 불러온 것입니다.

    이런 쟁점에서, 노조운동이 문제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고, 여성운동이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것은 노조운동이 자신의 운동의 '맹목점'을 되돌아보고 혁신해야하는 문제이지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제기한 다른 운동을 비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적반하장이지요.

    비단 이번 포스터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쟁점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물론 여성운동도 자신의 '맹목점'을 노조운동을 포함한 노동자운동이 지적할 때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겠지요.) 불행히도 운동들 상호간에 이러한 교통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 자기비판에 인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번 포스터와 관련된 논란이 노동자운동에게 하나의 자기반성의 계기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논란은 되고 상처도 되지만, 상처에서 배울 수 없다면 운동을 어떻게 발전시켜갈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