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힘으로 장애인 차별 철폐하자"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경찰 폭력진압


4월 20일을 장애인들에 대한 동정과 시혜의 날이 아니라 차별에 맞서 저항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로 가득 채우기 위한 투쟁이 힘차게 진행되었다. 20일 1시 30분부터 공덕동로타리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열린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결의대회'는 1000여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9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장애인도 인간이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온정의 시선을 넘어 차별에 저항하자"

사전마당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과 발언이 진행되었다. 420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의 포문을 힘차게 열어 젖힌 지민주 민중가수는 "장애인의 날이라고 TV에서는 하루종일 생방송을 하더라. 하지만 그 TV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온정의 시선이었다"며 비판하고, "장애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장애인들이 평등하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목소리 높여 '파도 앞에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를 열창했다.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정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우리는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장애 해방가에 나오는 '형제'라는 말을 '동지'라는 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화 총학생회장은 "사회는 차별을 은폐하고 있다. 장애인의 80%가 교육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일을 하더라도 비장애인의 43%의 임금만을 받고 있다. 이제 전 민중의 연대투쟁으로 장애인의 모든 차별을 철폐하자"고 주장하였다.

우리의 손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자

본 대회는 "우리는 정부의 행사들을 거부하고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는 도경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행위원장의 힘찬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이날 집회는 한국농아인협회 활동가들이 수화동시통역을 진행했다. 수많은 투쟁의 깃발들이 대오의 양쪽을 가득 채웠으며, 육교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플랑이 내려왔다.
  박영희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공동대표

여는 발언에 나선 박영희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공동대표는 "어제 비를 맞으며 집에 갔는데, 내가 처음 집에서 나와 친구 집에 갔던 일이 기억난다. 비가 오는 날 많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트렁크에 휠체어를 넣으면 차가 젖는다는 이유로 택시는 나를 거부했다"며 차별의 경험을 절절하게 이야기하고, "이제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콜 택시를 이용하지만 기다림은 여전하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장애인의 삶은 여전히 차별 받고 있다. 이제 차별을 운명처럼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기다려야 하는지 묻고 저항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 회장

곽정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대표는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행복과 평등을 요구하는 싸움이다"고 밝혔으며,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2004년 장애인이동권보장법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었듯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자. 정치인이나 정부가 만들어 주는 법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만들자"고 주장하였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은 "오늘은 기쁜 날이 아니라 저주의 날이다. 국민의 10분의 1일 장애인들이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지만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농아인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농아인도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게 함께 싸우자"며 힘찬 몸짓으로 발언을 진행했다. 이날 농아인들은 호루라기를 준비해 힘찬 함성을 질렀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장애인, 빈민열사의 대부분도 장애인

연대발언으로 나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턱이 장애인들을 방해했는가. 올림픽 공원에서는 편안한 자리에 유명한 연예인들 불러놓고 재미있는 공연을 한다는데 우리는 왜 이곳에 모였는가. 이는 동정과 시혜가 아닌 장애인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함이다"며, "민주노총은 비정규 법안 개악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3중, 4중으로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을 위해 힘차게 연대투쟁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홍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은 "빈민열사들 중에 대부분이 장애인 열사들이다"며 "서울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단속비용을 70억을 마련하고 다음달부터 용역깡패를 대동해서 노점상 단속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노점상의 약35%가 장애인이다. 이러한 정부를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며 비판했다.

다양한 문화공연도 진행되었다. 민중가수 박준 씨는 "우리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는 하늘을 보자. 그리고 오늘은 반드시 노란선을 넘자"며 '노란선 넘어'를 열창하고, 민중가수 류금신 씨는 "가진 놈들만 배불리는 세상이다. 우리는 투쟁 속에서 삶을 배운다"며 '비정규직 철폐가'를 힘차게 불렀다.

이 날 집회 참석자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생존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야만의 세월에 우리는 25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한다. 이런 장애인의 날을 보내는 장애인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는 더욱 깊어만 간다. 장애인들의 고통과 절망은 빈익빈 부익부로 더욱 양극화되어지는 사회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하고, "광폭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거슬러, 장애인에 대한 기만과 억압의 사슬을 끊어내고자 우리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4년째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우리가 깨달을 소중한 교훈은 우리 자신의 투쟁을 통해서만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며 목소리 높였다. 그리고 "우리의 저항은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이후에도 1년 내내, 아니 장애인에 대한 모든 억압과 착취가 사라지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결의했다.

마포대교 위 행진대오 마구잡이 연행

집회 이후 대오는 사전에 행진신고를 내고 마포대교를 넘어 국회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포대교에 대오가 들어서자마자 경찰과 장애인들의 충돌이 생겼으며, 끝내 집회대오는 마포대교 중간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더 이상 행진을 진행할 수 없었다. 4시간 가량 끝임없는 충돌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95명의 장애인, 학생,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연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경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행위원장등 집행국이 대거 연행되었다. 연행자들은 용산, 동대문, 중부, 구로, 영등포, 양천, 남부, 강서, 성북, 마포서 등 10개 경찰서에 분산되어 수용었으며 21일 12시 현재 23명의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들이 석방되었고, 아직 72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되어 있는 상황이다.
  경찰차가 집회대오 중간에 들어와 항의

  마포대교에 고립되어 있는 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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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420 , 차별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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