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연성 제고해야 재협상 대화에 나서겠다”

경총, 비정규투쟁에 정부 강경대응 주문하며 벼랑 전술

경총, 긴급 ‘주요기업인사노무담당임원회의’ 개최

  '선진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총

경총이 최근 울산, 청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동시에 또한 현재 논의 되고 있는 비정규 법안 관련 논의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와 함께 "정규직 고용유연성 제고와 비정규직 법안 재논의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경총은 조선호텔에서 ‘주요기업인사노무담당임원회의’를 긴급히 열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등 20개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 인원이 참석한 이 회의 참가자들은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무교섭 무분규 임단협 타결 등 노사관계 안정화 노력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장에서 노동계의 극단적 불법 폭력행위가 재연, 확산되고 있는데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운을 뗐다.

"정부는 노동계의 불법 폭력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 준법질서 세워야 한다“

청주지역의 하이닉스매그너칩 사내하청 노조와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을 적시해 “최근 일련의 폭력, 파괴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노사관계의 기본질서를 흩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내놓은 재벌 기업 노무 담당자들은 “이와 같이 노동계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에는 반대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에 편승하고 있다”며 “특히, 상급단체가 책임을 지고 현장 불법행위 자제를 지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역본부를 비롯한 상급단체들로 화살을 돌렸다.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질타한 이들은 “정부는 최근 노동계의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준법질서를 세워야 한다”며 정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아울러 경영계도 금번 노동계의 극단적 불법 폭력행위로 인해 기업 경영과 산업현장에 어떠한 불편이 초래되더라도 이를 감내함으로써 법과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 비판 제스춰 취하며 오히려 정부에 힘 싣는 사용자 단체

이와 함께 “비정규직 법안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입법안은 해고 제한 완화 등 정규직의 고용유연성 확보문제는 도외시한 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및 시정절차 신설, 기간제 활용기간 제한, 파견근로 휴지기 도입 등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하여 오히려 기업의 비용부담만을 증가시킴으로써 비정규직의 고용기피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정규개악안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정부안 조차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뒤이어 “그러나 불행히도 이 같은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노력에 대해 노동계는 일말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 이어 나감으로써 정부안에 힘을 싣는 동시에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비정규 법안에 대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제스쳐 임을 드러냈다.

한국노총, ‘재계는 몰염치한 집단 이기주의 버려라’

20여개 재벌기업 노무 담당 임원들의 선제 공격에 대해 노동계 역시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 한국노총은 ‘재계는 몰염치한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한국노총은 “(사용자 단체의 입장 표명은)정규직 고용불안을 담보로 비정규직 협상을 이끌겠다는 기도이며, 노동계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앞둔)상황에서 경총이 비정규직 입법에 대한 재논의 불가 입장을 천명한 것은 노사정간의 대화의 틀을 깨자는 것이다”고 규정했다.

“비정규직 보호입법에 대한 노사정간의 진지한 논의를 계기로 노·사·정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틀을 형성해가고 있었다”며 사측이 대화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판에 집중한 한국노총은 “우리는 경영계가 이러한 전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이익 쥐어짜기에 나설 경우 한국노총은 강력한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경고했다.

민주노총, “정규직 고용유연성 제고는 이미 한계수치에 올랐다”

민주노총 역시 “재계는 우리 사회의 파탄을 원하는가?"라는 성명으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정규직 고용유연성 제고'는 이미 비정규직이 8백만 명을 넘어서는 실태를 봐도 이미 한계수치에 올라서 있다“고 지적한 민주노총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현대차비정규직노조 등은 사용자가 불법파견을 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노조를 탄압하면서 생긴 사업장들“이고 ”울산건설플랜트 사건은 오랜 하도급의 불법관행으로 인해 사용자들만 배불리고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도저히 참다못해 터진 일“이라고 ‘불법 폭력 엄단’론을 내세운 사용자 단체에 응수했다.

민주노총 역시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이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대화의 단초가 마련된 마당에 어이없는 '고용유연성'을 언급하며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재계는 각성하기 바란다”며 최근 잇달아 터지는 노조의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비리연루 조합간부를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전제한 이후 “그 동안 매수와 회유에 의존해 노무관리를 해온 자본의 경영행태를 먼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엇갈리는 호재와 악재 가운데 주도권 쥐기 위한 선제공격?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막론하고 노조 관련 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는 한편 지역을 중심으로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사용자 단체가 갑자기 모여 새로울 것도 없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의 속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임단협, 노사정 재논의 등을 앞두고 사측의 입장에서 볼 때 노조비리라는 호재와 비정규 투쟁이라는 악재가 엇갈리는 현 상황에서 앞두고 여론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어떻게 맞장구 치고 나설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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