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둘러싸고 교육부, 교원단체, 학부모 대립 계속

교원3단체, ‘졸속 교원 평가 저지와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한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전교조와 교총, 한교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교원 평가 저지와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정부 “해야한다” 일방적 강행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원노동조합은 18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공동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공대위 결성까지의 경과보고로 시작됐다. 3월 7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교원3단체장에게 “교원평가는 교원단체와 협의, 추진하겠다”고 분명 약속했지만, 협의과정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5월 3일 개최 예정이던 ‘교원평가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앞두고 교육부가 교원평가 실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교원3단체가 공청회 불참을 선언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고, 교육부와 일부 언론은 교원단체들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정부가 교원단체의 반대 행동을 ‘교사들의 이기주의’로 호도하며 여론몰이를 해가는 가운데, 전교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정부의 교원평가 강행을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정부는 졸속적 교원평가 강행 즉각 중단하라”

공대위는 결성 선언문에서 “교육부의 일회성 공개수업 위주의 새로운 평가제도는 전시수업의 조장 등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현재의 근무평정제도와 새로운 평가제의 이원화에 따른 혼란만을 초래할 것”이며 “특히 평가로 인한 교원 간 과도한 경쟁체제는 동료 교원간의 협동과 참여를 중시하여야 할 교직문화를 위축시키고 수업평가의 강조로 인해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의 경시 등 교원의 교육활동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교원평가 강행 방침을 즉각 중단하고, 교원단체와 현장교원들의 여론을 진지하게 경청할 것”을 요구하면서 “일방적인 6월 1일 시범운영 계획을 철회하고 교원 3단체를 포함한 교육주체들과 진지한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교원평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질 및 교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투자를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며 요구사항을 밝혔다.

공대위는 교원3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6월 1일로 예정된 시범운영을 추진할 경우 교원평가 시범운영 실시학교 불참 선언 운동을 전개하고, 교원평가 반대 서명운동 결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시범운영을 강행할 시 (가칭)‘교원평가 시범운영 반대 및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총궐기대회’를 교원3단체가 공동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공교육 정상화위해 교원평가 필요”

교육부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학업성적 조작사건 등으로 공교육 불신이 만연한 현실에서 “국민들이 교원의 자질 향상과 부적격 교원 및 지도능력 부족 교원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교원평가제 추진 배경을 설명한다. 구체적 근거로 4월 8일 교육부 의뢰에 의한 교원평가제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77.4%가 찬성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도입이 필요성으로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현행 교원근무성적평정제도가 가지는 한계다. 교원근평제가 객관성, 공정성이 결여되었고 교원들의 능력개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교원평가제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교원근평제의 경우 평가의 주된 목적이 인사관리여서 교원의 능력개발을 촉진하는 기제로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평가제 시안의 기본방향

교육부는 교원평가제가 미흡하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근평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원단체들도 적극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원평가가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게다가 교육부는 근평제를 교원평가제로 대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단 둘을 병행하자는 방침이다.

교육전반의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책임 지우는 꼴

전교조는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교육부의 졸속적인 교원평가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간의 학교교육정책의 경험으로 볼 때 검증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였을 경우, 학교에 혼란만 야기한 채 부정적 효과만을 남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교조가 교육부의 교원평가 안에 대해 비판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원평가가 근무평정과 중복되며 둘의 병행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근평제의 경우 상급자의 평가로, 인사와 승진에 반영되고 상대평가이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데 반해, 새 교원평가는 다면평가, 인사와 승진 미반영, 절대평가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전교조는 “양자는 평가방법과 내용이 상반되어 동시에 존재할 수 없고, 효과 없음이 입증된 근무평정의 폐지 없이 교원평가를 도입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한다.

보다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교육부의 교원평가가 학교교육 전반보다 교사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교육에는 교원 개인의 능력보다도 학교교육정책, 학교교육환경, 학교운영방침, 학교교육계획 등의 영향이 매우 크며, 교사는 학교 조직구조의 일원인데,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는 이런 상황에서 “학교 전체에 대한 평가 없이 교사 개인의 평가에 초점을 두는 평가제도로는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출처: 전교조 홈페이지]

“학교 자치기구가 평가주체로, 학교교육종합평가제를 실시하자”

전교조가 내놓은 대안은 ‘학교자치기구에 의한 민주적인 학교교육종합평가’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종합평가제는 학교교육정책, 학교내외 교육환경, 학교장 학교운영방침, 학교교육계획 등을 평가 내용으로 하고, 학교 자치기구가 평가주체가 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BS수능방송의 효과’처럼 학교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효과와 개선책 등을 평가하고 학교주변환경, 학교 내 교육시설, 교육자료 구비 등에 대한 개선책을 평가하자는 내용이다. 전교조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평가주체인데, 교사회와 학생회, 학부모회의 추천인사로 학교교육평가기초위원단을 구성해서 평가 실무작업을 하면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가 평가서를 수정 보완하는 식의 평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동학년 교사와 동교과 교사가 각각 학년협의회와 교과협의회를 꾸려 학년운영평가와 교과운영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적격 교사 문제 해결방안 없는 교원평가 반대”

교원3단체가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기독교교사연합인 ‘좋은교사운동’은 교원평가제 찬성을 선언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학부모 평가가 중심이 된 ‘합리적인 교원평가 제도 도입’ 적극 찬성 △낡은 승진 근평 제도와 교장임용제도 개혁에 학부모와 국민들이 나설 것 △총리실 산하에 양심적이고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교원평가 및 승진제도 개혁 관련 ‘교원인사혁신위원회’를 운영할 것 △교원단체들은 다면평가 중심의 교원평가제도를 수락하고 혼란 속에 있는 교직사회를 설득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후 공중파 TV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전교조와 교총의 교원평가 저지 입장에 맞서 지속적으로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참교육학부모회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교원평가에 대한 입장을 제기해 왔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학부모와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의결기구화하고 학부모회 및 교사회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제 도입을 희망하는 이유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현재 학교에 존재하는 부적격 교사에 대한 불만 때문인데, 교육부는 이번 교원평가에서 이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비판하면서 “실효성 없는 현재의 교원평가제 도입을 강행하지 말고 학부모단체와의 협의는 물론 국민적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원평가 제도를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같이 교육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에 대해 제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3단체가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어 교육부가 6월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그대로 강행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