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울산플랜트 노조원들 중마루공원에 집결중

민주노총, 전원 석방 때까지 농성 계속할 것

서울로 상경해 3보1배를 벌이다 전원 연행된 바 있는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이 24일 낮부터 석방되고 있다. 서울시내 25개 경찰서에 분산 연행되었던 580여 명 중 풀려난 조합원들은 현재 민주노총 건물 뒷편 중마루공원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석방된 조합원들이 영등포 중마루공원에 모이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200여 명의 조합원이 중마루공원에 모여 있고 계속 집결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강동, 강서, 노원 경찰서를 비롯한 8개 경찰서에서는 아직 석방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다른 경찰서에서도 조합원 5-10명씩 간헐적으로 석방하고 있어 전원이 집결하기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행된 조합원 중 시위 당시의 채증 사진 대조 등으로 신원이 밝혀진 플랜트노조 간부를 포함한 15명이 울산남부경찰서로 이송된 것으로 밝혀져 이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전망이다. 울산플랜트노조는 중마루공원에서 저녁식사를 한후 종로로 이동하여 8시부터 SK본사 옆 공원에서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23일 저녁부터 경찰청 앞에서 항의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전원이 석방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일제때부터 지금까지 서러운 노가다"

공원에 모여있는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던 중에 동료 조합원이 공원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하며 얼싸안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서울까지 상경하여 삼보일배를 하며 호소하는데 몽땅 연행'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경투쟁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한 조합원은 "노무현 정부가 과거사 청산 운운하는데 우리 노가다 관행은 청산 안됐다, 일제시대 대우보다도 좋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동료 조합원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기술을 대우하기는 커녕, 최소한의 요구에 대해 탄압하는 것은 군부독재보다 못한 짓"이라며 "대선 때 노무현을 찍어준 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남대문경찰서에서 석방되었다고 밝힌 하 모 조합원은 "SK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그 공장을 건설하고 보수하는 사람은 바로 플랜트노동자"라며 "우리가 일당 십몇만원을 번다고 해서 월 수백만원의 수입이 생길거라는 예상들을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했다.

"우리가 월차가 있나, 휴일이 있나. 주5일제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하 조합원은 일본, 멕시코 등 해외에서 산업역군으로 일해왔던 본인의 경험을 떠올리며 "외국의 건설노동자 중 우리같은 대접을 받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플랜트노조에 대해 폭력시위 등을 부각시켜 온 언론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하 조합원은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라 조선일보를 즐겨 보았었는데, 파업 관련 보도를 보니 심하게 편파적이더라"며 "쇠파이프를 들었다, 돌을 던졌다는 말들만 하지 우리가 왜 무장을 하고 거리에 나오게 됐는지 설명하는 언론은 없다", "노동자들이 맞아서 피흘리는 사진은 실리지 않더라"고 한탄했다.

또 "건설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는데 온갖 신문 방송에서 '폭도'니 '무식한 노가다'니 취급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하며 "나이든 조합원이 많아 컴퓨터에 익숙친 않지만 작은 인터넷 신문에서라도 우리편 기사를 많이 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울산시장이 IWC(국제포경위원회연례회의)의 27일 울산회의 개막을 앞두고 "플랜트노조원들의 시위로, 기업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울산의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시장이 그동안 플랜트노조 일에 대해 나몰라라 하다가 막상 국제회의가 닥치니 이미지 운운하고 있다"며 "외국 손님들 불러서 아름다운 모습 보이고 싶었으면 울산플랜트 사태에 대해 진작 중재에 나섰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 조합원은 한편 "우리가 파업중이라고는 하지만 공장을 멈추게 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하며 "하긴 일당을 두세배씩 준다는데 저들도 사정이 있겠지"라는 말로 말끝을 흐려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 조합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래알같은 조직이다 보니 파업 참여할때 걱정도 했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울산에 내려가면 내일과 27일에 또 열심히 싸울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인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ㅇㄷ

    노동자 탄압하는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
    노동자계급 연대하여 SK자본 박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