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공장 인원 협상, 비정규직 49명 정리해고

비정규노조 "실망스런 합의, 총고용 보장 불법파견 투쟁만이 해답"

올 초부터 시작된 현대자동차 5공장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노사협상이 지난 20일 최종 합의에 이르면서, 결국 51라인 49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이 명확한 고용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5공장 대의원회와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51라인(테라칸생산라인)을 3UPH 낮추고 52라인(투싼생산라인)을 5UPH 높이기로 해 결과적으로 51라인에서 총 95명의 잉여인원이 발생하였고 이중 46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은 52라인으로 배치하여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51라인 49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정리해고 상태에 빠진 것.

노사는 이들 49명의 정리해고자에 대해 “5공장 내 고용이 보장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타 사업부 필요인력 발생 시 협력업체로 리콜하도록 노력한다“고 최종 합의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비정규노조는 “안기호 위원장이 사경을 헤매며 피눈물나는 싸움을 한지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건만, 그리고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오늘로써 만 128일째 파업농성을 진행 중인 70여명의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소고발·손해배상·집단해고·가처분을 감수하며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합의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력한다”는 기약없는 문구, 지난 해에도 엎어졌다

25일 현대차비정규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과연 어떤 강제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며 “지난해 5공장에서 ‘공정 직영화’라는 미명 아래 안기호 위원장과 노조 핵심간부를 포함한 43명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강행되기 직전에도 “고용보장 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노사합의가 있었지만 결국 정리해고가 강행되었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안기호 위원장의 목숨을 내건 무려 38일간의 단식농성이 진행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혼재되어있는 사업장에서 인원 협상은 당연히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이라는 분명한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차비정규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규직은 전환배치를 통해 총고용이 보장되지만 비정규직 49명은 기약 없는 리콜 약속에 길거리로 쫓겨나고 말았다"는 것이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비정규노조의 판단이다. 아울러 협상과정에서 비정규직노조가 배제된 채 합의가 이뤄지기 직전 또는 직후에야 협상내용과 협상결과를 겨우 전해들을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이미 이달 초 진행된 쌍용자동차 라인재배치 노사합의에 대해, ‘진성도급화’ 외에도 정규직에 대한 대규모 전환배치가 진행되고 100여명 비정규노동자들이 ‘순환휴직’에 들어간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된 바 있다. 현대차비정규노조는 “그나마 쌍용자동차의 경우 ‘순환휴직’이 휴업임금을 지급받는 유급휴가임에 반해, 현대자동차 5공장 합의는 ‘49명 정리해고 후 리콜’이라는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배진환 5공장 대의원회 총무부장은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회의에서 비정규직 정규작회를 골자로 요구안을 확정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진행되는 인원협상에서 그런 부분을 전면에 걸기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진환 총무부장은 ”단협에 따르면(35조) 전환배치로 신규인원이 발생할 경우 정규직을 채용해야하고, 회사에서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언으로만 보자면 52라인에 가게된 46명도 정리해고가 될 것이나 이를 인정할 수 없기에 사업부대의원회와 집행부 간담회를 통해 단협에 배치되더라도 수용 가능한(정규직 배치 후 남는) 인원만이라도 고용하고 나머지는 리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규직화는 언감생심, 비정규직 유지되면 다행... 불법파견 투쟁 차단 의도”

현대차비정규노조가 이번 협상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런 사태가 조만간 5공장을 넘어 타사업부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측은 모듈화·해외공장 신설 등으로 완성차, 특히 울산공장 내에서 전체 일자리를 줄여 나가는 추세다. 현대차비정규노조가 밝힌 바, 신차종 들어올 때마다 모듈화 비율이 10% 가량씩 높아져 왔고, 현재 3공장 신차의 경우에는 모듈화 47%를 사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황. 중국 공장 본격 가동에 이어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준공되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지금 울산공장에서 일자리 축소 시도는 매우 노골적으로 본격화될 것이며, 이번 5공장 정리해고 문제 또한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고용은 당분간 보장하되 일자리 축소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을 공격함으로써, 당면 현안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현대 자본의 전략”이라는 판단도 비정규노조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는 언감생심 정규직화는 꿈도 꾸지 말고 그나마 비정규직 고용이나 유지되면 다행이라는 인식을 광범위하게 유포함으로써 비정규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기 위한 사측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불법파견 정규직화 총력투쟁을 앞둔 지금,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이라는 명확한 원칙을 사수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 원칙 하 불법파견 투쟁 강화가 모범답안 "

아울러 현대차비정규노조는 “지난 쌍용자동차 노사합의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정규직 관련 노사합의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절실하다”고 주문한다.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을 움직일 수 없는 원칙으로, 노사협상에 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한 당사자들의 참여와 공동결정을 보장하는 등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차원의 명확한 방침이 수립되고 단위사업장에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명서에서 마지막으로 노조는 “이번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대상이 된 49명의 노동자를 조직하고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보장 쟁취를 위한 투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보장 쟁취를 통해 불법파견 투쟁을 강화하고 정규직화를 쟁취해 내는 것만이 우리 앞에 놓인 유일한 모범답안”이라고 강조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