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본격화

IMF와 美 패권에 대한 아시아 블록의 대항, 그들만의 공고화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과 관련한 논의들이 술술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한중일 통화스왑 체결 이후 ‘내친 김에 아시아통화기금(AMF)를 창설하자’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의 공고해진 블럭화

  아시아개발은행(ADB)홈페이지
지난 5월 아시아개발은행 연차 총회에 모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은 합의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역내 금융위기 발생 시 공동대응 할 수 있는 통화스왑 규모를 확대하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바탕으로 역내 경제의 불규칙성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쿼터(투표권 비율)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조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발언권을 확대와 역내 금융위기에 공동 대응하자’는 ‘합의서’를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발표했다.

그 세부 내용을 보면 △현재 395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규모를 790억 달러까지 증액할 것 △IMF의 지원이 없더라도 독자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비율을 현재의 10%에서 20%로 확대 할 것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다자화해 나갈 것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연구를 추진하는 것 △지원여부 결정방식도 공동결정 공동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것 등을 합의했다.

이 합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는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재무장관회의' 때 합의된 역내자금지원제도이다. 국가 간 통화스왑(currency swap)을 체결한 나라는 어느 한쪽이 외환위기에 빠질 경우 다른 쪽이 외화를 즉각 융통해 주며 자금지원을 지원할 수 있다. 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근간으로 한 아시아개발은행 연차 총회의 결정사항은 아세안+3국간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세계질서 내에서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화스왑(Currency Swap)

스왑(Swap)거래는 미래의 어떤 특정일 또는 특정기간 동안 어떤 상품 또는 금융자산(부채)을 상대방의 상품이나 금융 자산과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국가간 통화스왑 협정은 협약을 체결한 나라들 끼리 자국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외국통화를 단기간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중앙은행간 신용계약이다.
그리고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한국과 일본 중앙은행 그리고 중국인민은행은 통화스왑 협약 체결을 밝혔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한은과 일본은행은 30억 달러 규모의 원화-엔화 통화스왑은 IMF의 간섭을 받지 않고 양국만 합의하면 평상시에도 쓸 수 있다 △한은과 중국인민은행은 원-위안화 스왑규모를 40억 달러로 두 배 확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른 국가들과도 추가로 스왑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의 합의에 이어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인 목소리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정황상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 논의가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된 것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설립이 유로존(zone)과 같이 아시아 공동통화 단일 체제 구축과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IMF와 미국주도에 태클걸기

아시아통화기금(AMF)는 97년 9월 당시 외환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원방안의 형태로 일본 재무성 차관이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그러나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IMF와 미국이 강력히 반대했고, 역내 국가들 간의 이견 조율에도 실패해 AMF는 공론화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항시적인 외환위기의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에 따라야만 했고, IMF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한 있는 국제사회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고,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데다 자금규모가 불충분하고 신속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2 워싱톤에 모여 세계은행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국제통화기금(IMF)와 미국에 대한 대항적 의미와 아시아 블록화에 대한 논의가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채수찬 열린우리당의원의 경우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과 현재의 외환보유액을 근거로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와 금융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상대국에게 굴욕적이고 무리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둘러싼 주장에는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통화 및 금융협력기구를 만들겠다는 의견도 깔려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아시아통화기금(AMF)에 대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처럼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아시태평양통화기금(APMF)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세계외환보유국 1~4위는 아시아 국가인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보유액만도 1조 9천 억 달러가 넘어 적지 않은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3국가들의 아시아통화기금(AMF)에 대한 실질적 흐름은 단순히 IMF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독립과 독자성 확보를 위한 목소리를 넘어 아시아의 독자적 블록화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MF가 맡아 해 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첨병 역할과 차별적인 아시아통화기금(AMF)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은 섣부른 기대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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