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그 야만적 현실에 대하여

16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열린 ‘최저임금노동자 증언대’

“노동자들의 처참한 생활과 그에 관련한 야만스런 행태를 이 자리를 통해 또다시 듣게 되어 유감스럽다” 16일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 사회를 맡은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첫 멘트다.

교육, 의료 등 기본 생활권이 무시된 '최저임금'

인간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최소한’의 비용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식비며 의복비, 주거비 등 소위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저생계비가 4인 기준 89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교육, 의료 등 기본 생활권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기본적 생활권이 포함되지 않은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이날의 자리는 그래서 더욱 유감스럽고 야속하기까지 하다.


아파트 미화노동자 윤씨의 증언, "내 처지가 너무도 불쌍하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는 윤○○씨는 증언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노심초사, 안절부절이다. 용역업체를 통해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한 지 8개월째라는 그녀는 “주위의 눈치와 냉대에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미화원 일을 하는 것이 어렵겠지 라고 상상은 했지만.....더욱 힘들었던 것은 임금이 너무나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이러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 적은 급여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 힘든 육체노동으로 받는 이 급여로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씨는 줄곧 ‘자신의 생각’이라고 증언했지만 그것은 현실이고 실제상황이다. 그녀는 원래 자영업을 하다 경기 악화로 정리하게 되었고 번듯한 직업을 구할 수 없어 늦게나마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여성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4,50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50줄 그녀의 나이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매일매일의 육체 노동, 그러나 손에 쥐는 임금의 가벼움

“현재 65만원을 겨우 받고 있어요. 그것도 국민연금, 의료보험이니 알지도 못하는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61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서 자영업하면서 늘어난 부채를 갚는데 만 30만원이 들어가고,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이 있어서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도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남편도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고 있어 식구들과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급급합니다. 65만원은 너무 낮은 임금입니다. 그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임금이 오르는 것입니다. 임금만 오르면 아무리 힘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정말로 올해 최저임금이 85만원으로 결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바람은 최저임금 85만원이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서정웅씨, "임금을 따먹는 회사"

두 번째 증언에 나선 서정웅씨는 올해 60세다. 대치동 ○○아파트에서 경비를 보는 서씨는 노동자가 2천명이나 되는 꽤 큰 도급업체에 속해 있다.

“아파트 직영업체가 아닌 최저낙찰가로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인건비를 계속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임금을 따먹는 회사’라고 흔히 부르고 있습니다”

2천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계속 줄여가는 구조라면 정말 ‘임금을 따먹는 회사’라 불릴 만도 하다. 격일 근무를 하더라도 아침 6시 30분부터 다음날 6시 30분까지 꼬박 하루 일을 하는 서씨는 퇴직금,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한 포괄급여가 91만 8천원, 기본급은 48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다.

“경비 일을 하면서 겨우 1평도 안 되는 좁은 관리실에서 잠도 못자고 24시간 일을 하다보니 육체적으로 힘이 듭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급급해 남들처럼 주변 경조사도 챙기기 힘들뿐만 아니라 삶의 질은 생각조차 못 합니다”

21세기판 주종관계, "경비일은 막장"

육체적 고통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주민들의 태도는 그를 더더욱 어렵게 한다.

“평균 경비 한 명당 100세대니까 400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감시 단속 근무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명목으로 심지어 손발 노릇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온갖 쓰레기들을 분리하는 일이며 화단청소, 아이들 맡겨놓은 책가방으로 책임 추궁을 당하기도 합니다. 노동자 중에서도 최고로 질이 낮은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부유한 동네 강남에서 일을 해도 전근대적이게 주민과 경비는 주종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장성한 자녀들의 결혼준비를 걱정하는 그는 “노동자가 한 달 뼈 빠지게 일하면 적어도 120만원은 되어야 최저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소박하지만 야속함이 묻어있는 바람을 밝힌다.

세레나 이주노동자, "휴일도 일했다"

다음 증언에 나선 노동자는 세레나 라흐만 이주노동자였다. 28세의 그녀는 방글라데시에서 지난 2003년 10월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밟았다.

“저는 한국에 2003년 10월 3일 관광비자로 입국하여 10월 20일부터 2004년 10월까지 1년 동안 형광등 생산업체에서 일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는 증언 내내 수줍어하고 걱정스러워 하며 또한 낯선 분위기에 힘들어도 한다.

“매일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했습니다. 또 토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5시까지, 가끔은 일요일에도 9시부터 12시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받은 한 달 임금이 식비 포함 매달 70만원입니다. 힘들게 일하고 한 달에 70만원 받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가 있었던 회사에는 총 8명의 노동자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 1명과 이주노동자 8명, 1명의 한국인은 이주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보았다고 한다.

“저는 형광등을 조립하고 포장하는 일을 했습니다. 형광등 3~4개가 들어가는 한 박스의 무게는 15~20kg입니다. 저는 현재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던 이주노동자들도 모두 추방 되었습니다”

작업시간은 늘고 임금은 줄고

작년 8월부터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 작업시간은 오히려 늘고 임금은 줄고,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이날의 ‘최저임금증언대’에 참가하고 싶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아도 단속이 심해 나올 수 없는 형편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가 이날 증언대에서 보인 수줍고 걱정스런 모습들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못 받는 한국인노동자들도 많은 것 알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날의 자리는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모두 힘들다. 최저임금을 받는 현실도 야만적이지만 임금 수준에 따라 사회적 시선이 고정되고 그로 인해 인격적 모욕까지 당해야 하는, 그 야만적 현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하는 것’일까?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요즘 곰곰이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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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 증언대 , 아파트미화 ,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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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천호

    안녕하세요
    속이 터지네요
    최저시급3100원이라니,,
    그돈으로 일년동안 살아야 한다니 앞이 막막하네요.
    3100으로 결정내렸던 잘났는 위원님들 제 임금이랑 위원님들이 받는 임금을 일년간 교환해서 생활 해봤음 합니다 아니 그렇필요까진 없구요 3개월동안만 생산현장에서 일한번 해보세요
    40도까지 윗도는 온도에 냄새까지,,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내 자신이 싫습니다. 빈익빈부익부,,,
    대한민국 모든 근로자들님 한달동안만 휴직기 내고 다니지 맙시다
    대한민국 제조업체들 대공항을 한번 만들어서 그들이 현장 근로자들을 무시못하게 보여줍시다.
    대한민국 모든 근로자들이 한낮 한시에 같이 동참하신다면 아마도 3100으로 최저임금을 결정내리신분들도 어쩌지 못하겠죠
    설마 구형이나 벌금형에 까지 쳐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