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아시아 노동자·사회운동 선언

'태국 발전노조 파업과 인도네시아 사유화' 상황 보고 및 사유화 반대 입장 천명

살기 위해서 물과 에너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공공재는 국가가 모두에게, 값싸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 상식이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는 혈관에 비유된다. 손끝, 발끝의 세포가 살기 위해서는 얇디 얇은 모세혈관까지 혈액이 공급 되야 살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국제질서 속에서 이런 기본권은 상품이 된다. 누구에게나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그 만큼 이익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노동,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에너지와 물은 상품이 아니라 인권이다"라는 선언을 24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선포했다. 이 기자회견은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노동조합대회'에 참석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활동가들과 참여 단체가 주최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지속적인 국제연대를 통한 사유화 저지 투쟁의 확산시킬 것을 결의하며, 아펙과 WTO반대 투쟁에도 집중 투쟁을 전개 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태 지역 활동가들도 "투쟁"이라는 단어를 배워 같이 외치기도 했다. 또한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조직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같이 외치기도 했다.

국제연대를 통한 사유화 저지 투쟁의 전면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종회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모든 정권이 능력있다고 자랑하는 마당에 우리는 지금 스스로가 부패했다 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하고 있는 역대 가장 무능한 정권과 싸우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을 꼬집었다.

또한 고성배 공무원노조 민영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민간위탁 형태의 사유화를 이미 시작했다. 대회 기간동안 아-태 지역 활동가들에게 들었던 가장 많은 질문은 '부채 때문도 아닌데 한국정부는 왜 이렇게 자발적으로 사유화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음을 되집으며 "공무원노조의 대항적 투쟁, 주체적 연대를 통해 투쟁" 등 정부의 사유화 정책 저지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파업소식을 전하는 태국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다
한편 이날 태국에서는 발전노동자들이 '발전 사유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수라삭 사에하오 태국전력청노동조합 사무부총장이 전했다. 수라삭 사에하오 사무부총장은 "사유화 저지투쟁에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 노동자들도 4년에 걸친 질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동지들도 함께해 달라"며 "Solidarity"(연대)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앤디 시나가 인도네시아 교통운송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은 쓰나미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사례발표 했다. 앤디 시나가 사무총장은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수백명의 사망자와 일 만명이 실종된 상태이다. 공무원도, 농민도, 학교 도 대부분의 시설과 생존권이 박탈된 상황이다. 일본, 미국, 독일 등의 국가가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IMF나 세계은행들이 부채를 더 늘리며 외채를 갚아야 원조를 주겠다는 조건을 달고 있어 원조가 늦어지고 있다고 있다. 특히 상수도 기간시설 재건이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재건'이라는 이유를 들어 전면적인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아시아 노동자·사회운동 선언'을 발표한 참가자들은 이후 오후 4시 민주노총에서 진행되는 아시아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 현황과 공동실천을 논의한 후 공식 일정을 마무리 한다.

물·에너지 사유화에 반대하는 아시아 노동자·사회운동 선언문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

우리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한국의 노동자, 활동가들이다. 우리는 2005년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물·에너지 사유화반대 국제 노동조합 대회'에 참가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공공 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우리는 특히 민중의 기본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물과 에너지가 사유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지구적 저항을 조직하고 우리가 직접 대안을 만들어야 함을 공유했다.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 모든 국민은 접근가능하고 깨끗한 물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 권리로서 물과 에너지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여태까지 국가가 직접 운영해 왔다. 이윤이 일차적 목표인 기업이 이런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들은 당연한 책임을 방기한 채 물과 에너지를 사적 기업에 팔아 넘기고 있다. 우리의 기본적 인권이 국제금융기구를 등에 업은 자본의 이윤 놀음의 대상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 자본을 배후에 둔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와 채권국들은 대부를 담보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강제하고 물과 에너지를 사기업에 넘겨 버리고 있다. 또한 WTO와 지역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은 '자유무역'이란 기만적인 명분 하에 공공서비스를 모조리 시장에 내맡기고 사슈화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공공서비스를 WTO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WTO 서비스협정(GATS)은 교육, 의료, 문화, 보육, 물, 환경, 모든 에너지를 시장 논리에 내맡기라고 한다. 초국적 기업과 국제금융기구들은 또한 아시아지역 상당부분을 강타하고 수십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를 악용해 '지원'이란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재건'이라는 명목 하에 기간산업을 사유화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각 국 정부와 대기업, 국제금융기구가 결탁,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이에 노동자와 민중은 마실 물이 부족하고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다. 엔론이 주도한 전력 사유화의 결과로 캘리포니아와 인도에 수차례 대대적인 정전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는가? 상수도 사유화와 요금인상으로 볼리비아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키지 않았는가? 이제는 에너지의 재국유화를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봉기를 일으키고 있지 않는가?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대륙 많은 곳에서 벡텔, 수에즈, 비벤디와 같은 초국적 물기업의 이윤놀음으로 인해 노동자와 민중들이 식수와 전력 부족으로 고통에 허덕이고 있지 않는가? 또한 이로 인해 필리핀 민중들은 상수도 요금이 400퍼센트나 인상되는 사태를 겪지 않았는가? 바로 지금 태국 노동자들이 태국에서 전력 사유화에 반대하며 광범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또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기본법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 제출한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에너지 사유화와 시장화를 추동하기 위한 법안이다. 또한 우리는 서울과 마산에 이어 전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수도사업 민간위탁이 사실상 사유화임을 잘 알고 있다. 에너지기본법과 상수도 민간위탁은 중단되어야 하며, 우리는 이에 투쟁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우리는 이번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 노동조합 대회'를 통해 물과 에너지의 사유화가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인식하였으며, 국제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는 초국적 자본과 WTO,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이들이 강제하는 물과 에너지 사유화에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특히 이들이 쓰나미를 악용해 장사를 하려는데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또한 올해 한국 부산에서 개최되는 11월 아펙 정상회담에 맞서 함께 투쟁할 것이며, 12월 홍콩에서 만나 함께 어깨걸고 WTO에 맞설 것이다.

그리고 보다 친환경적이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공공서비스가 보편적 인권으로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는 그리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안적 물·에너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진할 것이다.

2005년 6월 24일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 노동조합 대회 참가자

주빌리사우스 아태지역 (JS-APMDD)
인도 전력규제민중감시그룹(PMG)
인도네시아 교통운송노동조합(KSBSI)
네팔 노동조합총연맹(GEFOMT)
태국 지방상수도노동조합(LUPWA)
태국 발전노동조합(LUEGAT)
필리핀 독립노동조합총연맹(CIU)
필리핀 철도노동조합(BKM PNR)
한국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한국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한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국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덧붙이는 말

태국 발전노조는 3개의 전력노조와 2개의 수도 부문 노조가 모여 '기간산업수호네트워크(PURN)'를 조직했다. 태국에서는 97년 라치부리 발전소 매각 반대 투쟁의 한계를 딛고 2004년 2월 23일 태국전력청 본사앞 투쟁과 2004년 3월 9일 15만명이 10차선 도로 점거 투쟁을 전개하는 등 사유화 저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