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재량에 따라 천당에서 지옥까지"

26일 출입국관리법의 인권 침해에 관한 토론 및 사례 발표회

정부는 올해를 '불법체류자 감소 원년'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 5월 말까지 37만8천 명의 총 외국인 인력 중 합법체류자는 17만9천 명(47.4%), 불법 체류자는 19만9천 명(52.6%)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 비중이 합법체류자를 앞질렀으며 행정기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는 ‘이주노동자 인권 찾기의 해’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평화인권연대 등 34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인권회의)는 올해를 “이주노동자 인권찾기의 해”로 정하고 이주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2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인권회의는 ‘출입국관리법의 인권침해에 관한 토론 및 사례발표회’를 갖고 “출입국관리법 개정운동의 방향 설정을 통한 △9월 정기국회에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발의 △국정감사시기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과정 실태 폭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공청회 및 입법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프락치 활동까지 강요

  권오현 간사
이날 사례발표회에 권오현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간사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있으나 그 중 많이 알려진 사례와 알려지지 못한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고 운을 뗐다. 권오현 간사가 발표한 사례들은 총 5가지로 단속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뿐만이 아니라 미등록이주노동자 밀고 강요 사례까지 있어 충격을 더했다.

1월 21일 보호소에 수감되어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는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박모 씨에게 보호소 밖으로 수갑을 채운 채 끌려가 구타당하는 등 전치 4주의 외상을 입었다.

4월 26일 음식을 사러 나왔던 피키스탄인 B씨는 인천출입국사무소직원에게 불법적인 체포를 당하여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 보호실에 감금되었으며 심지어 출입국직원은 B씨의 소속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탈신고를 하도록 종용하기까지 했다.


베트남인 C씨는 지난 4월 출입국 직원들의 단속에 걸려 추방될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 출입국직원으로부터 “불법체류자 명단 20명만 알려주면 풀어주겠다”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 강제추방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C씨는 출입국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불법체류자 명단을 넘겼다. 그 중 16명은 검거되었다.


천당에서 지옥까지, 행정관리기관의 고무줄 재량권

이날 토론 및 사례발표회 사회를 맡은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차별 영역에 있어서 올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강제퇴거와 관련한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바 출입국관리법 개정 등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정훈 변호사
정정훈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퇴거 조치가 행정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생활기반을 박탈할 수 있는 사회적 사형에 해당하는 처분내용을 담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이 법적, 제도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정훈 변호사는 “출입국관리 행정이 ‘천당에서 지옥까지’의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재량권 행사를 제한하는 구체적 실천 지점으로 강제퇴거 사유의 제한, 절차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려되는 자, 강제 퇴거?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서 “사무소장, 출장소장 또는 외국인보호소장은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각호에 해당하는 외국인을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제11조 제1항 각호의 사유를 강제퇴거의 사유로 원용하고 있는바 강제퇴거 사유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정훈 변호사는 “‘행동을 할 염려’만으로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적 처분이며 출입국관리 기관에게 재량판단의 여지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자의적 법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미 지난 6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령 등을 개정해 불법체류 외국인(미등록이주노동자)등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특히 단속, 연행, 보호, 긴급보호 등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하여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정훈 변호사는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강제퇴거 절차상의 권리 보장 △강제퇴거를 위한 보호기간 제한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강제퇴거 결정이 내려지면 강제퇴거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여부 및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기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따라 강제퇴거 명령의 집행을 위한 보호의 경우 기간상의 통제 없이 ‘무기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강제퇴거를 위한 보호기간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국인과 동등한 보호와 권리보장”

  박래군 상임활동가
이어진 토론에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한국이 이주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국제인권조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국제사회 안에서의 한국의 의무는 유효하다”며 “국제인권조약에서 밝히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과 동등한 보호와 권리 보장’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단순 불법체류와 형사소송법상 범죄자는 구분해야 한다”며 “범죄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미란다원칙’등 까다로운 구속 절차를 밟는데 비해 이주노동자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 단속, 구금, 추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선 정정훈 변호사도 언급했듯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강제퇴거 규정이 지나친 처분이며 그 절차 과정도 적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말

무죄추정의 원칙-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 미란다원칙-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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