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대 '불법파견' 진정 제기돼

하청업체 최 모 씨, "삼성전자와 업체가 협박 회유했다"

삼성전자에서 불법파견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지난 1일 삼성전자 천안사업소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1일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날 충남본부는 진정에 앞서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천안사업소의 불법파견 실태를 폭로했다.


“결재 및 지시 삼성서, 삼성윤리이념 강조 아침조회까지 참석”

삼성전자 천안사업소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최 모 씨(민주노총 충남본부 조합원, 나이 35세)는 지난 2002년 삼성전자 천안사업소 협력업체인 하나CgG에 입사하여 약 3년간 청정관리를 하는 업무를 하며 근무했다. 그런데, 최 모 조합원을 제외한 동일 작업 종사 노동자는 전부 삼성전자 소속의 정규직 사원.

“모든 결재 및 지시사항을 하나CgG가 아닌 삼성전자에게 지시받았으며, 심지어 아침 조회시간마다 음향시설을 통해 삼성그룹 회장(이건희)이 나와 삼성의 윤리이념을 강조하며 아침 조회를 서야하는 등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일상적 노무관리를 삼성전자에게 받아왔다”는 것이 최 모 씨의 주장이다.

또 최 모 씨에 따르면, 삼성전자 천안사업소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작업복 및 IC카드를 삼성전자를 통해 지급받고, 물품구매와 관련한 결재 역시 삼성전자에서 부담하는 등 제품구매와 관련된 업무를 기획, 처리하는 등 삼성전자의 지회, 감독 하에 수행하고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인사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상의 독립성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경우 근로자파견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 천안사업소는 불법파견을 행한 것이며, 해당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것이 충남본부의 주장이다.

이경수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은 “천안노동부가 삼성전자의 불법파견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적인 증거의 제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ㆍ협력업체 압력 행사, 불법파견 은폐위해 조직적 서류 조작도”

이 날 충남본부는 “불법파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했던 하청업체 직원에 대해 하청업체 대표는 물론 삼성 측에서도 회유와 압력을 행사했으며, 하청업체가 불법파견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직적으로 서류를 조작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난 달 21일부로 최 모 씨가 일하던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며, 삼성전자는 최씨의 IC카드를 사용중지 시켰다. 때문에 최 모 씨는 정문 출입까지 통제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밝힌 사유는 협력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됐다는 것. 그러나 최 씨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와의 계약은 지금껏 별다른 계약 갱신 없이 유지돼 왔다. 결국 불법파견 진정 준비를 파악한 삼성과 협력업체의 모종의 합의에 의해 최 씨가 사실상 해고됐다는 것이다. 최 모 씨는 현재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이미 최 씨는 이번 불법파견 진정 전부터 일명 블랙리스트 관리 대상이었다. 올 초 시급삭감 문제로 회사에 6개월간 항의를 지속했던 것. 최씨는 “회사 사장이 2005년 2월경부터 현재까지 ‘협력업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삼성전자 일을 하고 있으니 3,240원은 부당한 것 아니냐’며 삼성전자의 일반사원 시급인 2,840원으로 삭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협력업체 사장과 삼성전자 소속 직원이 최 씨의 집 앞으로 찾아와 소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삼성전자측은 “그렇게 하면 회사(협력업체)에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고 한다. 협력업체 사장도 “1년 치의 월급(약 1천 8백만 원)을 줄 테니 법적 소송을 중지해 달라. 원-하청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도급 업체가 손해 보는 일이 많으니까 삼성을 걸고넘어지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것이 최 씨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은 무노조 신화 경영이념에 이어 또 한 번 반노동기업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본부, "삼성전자 천안사업소 불법파견 문제 전국적 여론화시킬 것"

충남본부는 삼성전자 천안사업소 내 불법파견 공정이 최 모 씨 외에도 다수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에 불법파견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수집이 어려운데다 더구나 삼성을 상대로 하다보니 더 어려움이 크다”고 오은희 충남본부 교선부장은 설명했다.

오은희 충남본부 교선부장은 또 “이미 삼성에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로 불법파견 시정조치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최근 현대차,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불법파견 문제가 이슈화되자, 정규직과 하청직원이 혼재한 작업라인에 벽을 세워 분리하고 비정규직을 대량해고 했다는 것.

충남본부는 이번 불법파견 진정을 시작으로 노동계의 휴가 일정이 끝나는 데로 삼성전자 천안사업소 내 불법파견 문제 이슈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선은 최 씨에 대한 탄압을 본부차원에서 엄호하고, 8월 중으로 민주노총 및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실과 공조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지역에서는 8월 중순 경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삼성전자 앞에서의 집회 등 여론 확산을 예정하고 있다.

천안 성성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천안사업소는 TFT-LCD를 생산하는 회사로, 전체 약 1만 3천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천안지역의 최대 규모 사업장이다. 그 중 비정규직은 6천여 명에 이르며,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급 2,840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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