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미군의 만행을 알리자"

‘미군기지의 그늘, 그 너머 희망’ 국제 심포지엄

해노코 앞바다에 해상망루를 세우고 고무보트로 해상기지 건설을 막는 오키나와 사람들.
낙원의 섬, 하아외에 몰려오는 400여대 스트라이크 부대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하와이 주민들.
세대를 이어 물림되는 죽음의 질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수빅, 클락의 주민들.
1년을 꼬박 촛불로 밤을 밝혀온 평택 대추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나도 닮은 그들과 우리, 미군기지의 그늘과. 그 너머의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미군기지 환경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이들의 말이다. 녹색연합과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움은 전 세계 미군전략 재편에 따라 각 국에서 미군기지 '확장'과 '반환'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이번 심포지움에는 하와이, 오키나와, 한국, 독일, 필리핀의 활동가들이 참석, 민중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으며, 미군 기지로 인해 야기된 환경오염과 건강 피해에 대해 반환 이후 어떻게 대응할 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연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오염, 비용부담, 미군범죄, 인권유린..공통된 지적들 이어져


9일 오전 10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진행된 심포지움은 '1부 미군기지 확장, 무엇이 문제인가'와 '2부 기지 반한 이후 환경정하와 활용방안'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첫 번째 순서로 하와이의 미군 상황에 대한 카일 카지히로와 테리 켈 쿨라니의 발제가 있었다. 오랫동안 하와이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해온 이들은 간단하게 하와이 미군 군사화가 이뤄진 과정을 설명하고 오늘날 하와이 내 미군들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지적했다. 2004년 미 국방부에 의하면 하와이에 존재하는 미군 기지는 총 161개. 하와이 땅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의 경우 미국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하와이 선주민 문화가 파괴됐다는 점에서부터 뿌리깊은 문제가 존재한다. 켈쿨라니는 "카나카 마오리들을 그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땅에서 쫓아낸 것은 그들의 생존과 문화적 자원을 잃게 한 것"이라고 전했다. "군에 의해 행해지는 토지의 파괴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의 일종"이라고 말한 그는 "카나카 마오리에 대한 강제적 문화 동화는 즉시 문화적 붕괴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카나카 마오리들이 가장 높은 비율의 노숙자, 가난, 질병과 범죄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불발탄과 각종 유류, 유기용매와 같은 석유제품들, 다이옥신과 폭발물, 확약, 납과 수은 등의 중금속, 원자력 군함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까지 하와이 군사 지역을 오염으로 물들이고 있다. 켈쿨라니는 "아시아 및 태평양 이주자들 등 저소득층은 오염된 진주만에서 나오는 생선과 조개류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토속생태계의 파괴문제, 미군에 의한 폭력과 범죄, 성매매와 청소년의 군사화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카지히로는 하와이에서의 군사적 팽창 위협에 대해 발제했다. 미 육군은 20톤짜리 경량 장갑차인 스트라이커여단을 하와이에 주둔시키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하와이 섬 전역에 엮어 놓고 있다. 카지히로는 하와이 비무장화와 거대한 군대의 주둔이 하와이에 가져다주는 악영향들을 알리는 기관들과 개인들의 네트워크 'DMZ-하와이/아로아 아이나'를 소개했다. 이들은 △하와이에서의 군사적 팽창 금지, △군사적으로 점령된 아이나(땅)에 대한 정화 및 반환, △군에 의존하고 있는 의존하고 있는 경제를 대신할 안정적인 대안책 개발, △주둔군에 의한 피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제공 등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다.

이어 아시토미 히로시 해상헬기기지건설반대 공동대표가 오키나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투쟁을 전했다. 아시토미 공동대표는 "오키나와 있는 미군기지 확장의 특징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과 논밭, 불도저로 강제적으로 강탈"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대부분은 민유지, 주민들 땅이다. 한국, 하와이와 마찬가지로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며 미군이 교통사고 등 범죄를 저지르고도 재판받지 않그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카누 타고 해상에서, 망루와 농성장에서 - 주민들의 계속되는 저항

아시토미 대표는 "미국은 우리가 51번째 주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재일미군 재편안에 따른 현 상황을 설명했다. 1997년 후텐마 기지의 대체지로 나고시의 헤노코 바다가 검토되면서 주민들의 오랜 싸움도 시작됐다. 주민들의 80% 이상이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2004년 4월 나하 방위시설국에서 보링조사 작업현장 사무소 건설을 위해 헤노코에 들어오려 하자 반대 주민들이 실력저지하고 보링조사를 막기 위한 천막 농성을 시작한 것.

농성이 진행되던 8월 후텐마 기지 소속 헬기가 오키나와 국제대학에 추락하여 건물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주민들의 관심과 투쟁은 증폭되었다. 당시 오키나와 현민 3만 여명은 집회를 열어 후텐마 기지의 즉각 반환, 민간 지상에서의 비행중지, 일미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헤노코 기지이전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9월 헤노코에 보링조사를 위한 배가 출항하자 주민들이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상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지난 4월부터는 망루와 농성장 등에서 24시간 감시체제로 들어가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토미 대표는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모든 전쟁에 동원됐다"며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란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며 오키나와에서 권리를 얻기 위해 우리 힘으로, 우리 손으로 싸워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세계 각지에서 미군을 막아내는 투쟁 공동으로 벌이자"


한국에서는 유영재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투쟁'이란 글을 발제했다. 유영재 정책위원장은 미국의 군사패권전략 변화를 간략히 설명하고 그 속 에서의 주한미군의 아시아 태평양 신속기동군화로의 재편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언급했다. 활동범위는 한국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성격은 방어적에서 개입적,침략적으로, 지상군 위주의 붙박이 군대에서 해 공군 위주의 기동형 군대로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것.

유영재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용산기지와 미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려는 이유는 평택 K-55 공군기지와 평택항을 이용, 신속기동력과 정밀타격능력을 확보하여 중국을 봉쇄하고 필요시 해외로 병력을 신속히 파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또 다른 이유는 안정적인 영구주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군기지확장으로 인한 주민들의 생존권 유린과 인권침해 상황을 전하고,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이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를 막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영재 정책위원장은 "여기 온 외국동지들도 평택주민, 동북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이 싸움에 동참해달라"고 말하면서 "세계각지에서 미군의 만행을 알리고 미군을 막아내는 투쟁, 공동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2부에서는 필리핀과독일, 한국에서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 문제의 실태를 공유하고 기지 반환 이후 필요한 법적 대응 및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날 심포지움은 마무리됐다.

이번 심포지움의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다큐멘터리로 본 미군기지'라는 제목 하에 각국의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후 5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강의실에서 열리는 상영회에서는 필리핀의 'Toxic Sunset', 비에케스의 'Paradise Lost?', 하와이의 ''A'ole Pono: The US military in Hawai'i' 오키나와의 '해노코, 뜨거운 마음을 이여', 평택의 ' 미군기지확장 예정지, 평택이 위험하다'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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