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명 교수는 현재 동아시아질서의 전환기적 성격을 짚어보고, 고려해야 할 주요쟁점 및 동아시아 각국의 전략의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질서 속에서 핵심쟁점들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해보고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들과 그 선택이 갖는, 혹은 가져야 할 진보적 실천에의 함의는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탈냉전기 미국의 패권전략 변화가 동아시아 신질서 이끌어
송주명 교수는 “현재 동아시아질서의 특징은 탈냉전적 질서를 여러 차원에서 모색하는 ‘전환기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세계질서의 ‘단극’적 패권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탈냉전조건에서 미국의 위협인식과 패권전략의 변화가 동아시아 각국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전체적인 전환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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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명 교수는 동아시아 신질서 형성에 고려돼야 할 주요쟁점으로 △북한문제 △중국‘위협’(China Threat)문제 △중국‘위험’(China Risk)문제 △일본의 내셔널리즘 국가전략과 ‘안보국가’, ‘지역패권국’ 지향성 △에너지위기의 전망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을 꼽았다.
송 교수는 특히 중국의 위협, 위험 문제가 향후 어떻게 흘러갈 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협론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경제성장과 군사비증대, 대만문제, 중국의 해양영향력 증대 등 ‘안보적 위협론’과 중국의 성장에 따르는 자원, 시장, 자본 등 타국경제에의 부(負)의 영향력과 같은 ‘경제적 위협론’이 그것이다. 중국위험론은 중국경제성장의 지속성, 고성장의 조정문제(이른바 ‘hard-landing' 혹은 'soft-landing'), 경착륙의 경우 중국에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동시위기의 문제를 말한다.
美, 중국 성장으로 인한 지역패권질서 변동 억지에 초점.대북정책도 이에 맞춰
이런 쟁점이 현존하는 동아시아 각국들의 주요 전략은 어떠한가. 송주명 교수는 미국, 일본, 중국이 각각 대북, 대중, 대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핵의 확산과 이전 방지’라는 목표 하에 북한 핵보유를 억지하고 중동으로의 핵이전을 사전방지하면서 북한체제의 붕괴 혹은 교체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포위정책을 가져간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문제 있어서는 경제적 기회론과 정치군사적 위협론이 상존하고 있지만 부시 정권에 들어서면서 정치군사적 위협론은 여전한 반면, 경제적 위협이나 위험문제에 대한 인식은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동아시아지역패권질서의 변동을 억지하는 데 미국의 관심이 있다는 지적이다.
日, 친미추수전략/민족주의적 국가전략 통해 안보대국 성장
일본의 경우 명실 공히 세계적 전쟁가능국가, ‘안보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일동맹강화를 통한 친미추수전략을 중장기적 전략으로 민족주의적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송주명 교수는 “현재 일본 국내정치구도에서 개헌은 여론화작업을 진척한 후 2010년 이전에 이루어 질 것”이며 “이 시점까지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실현시키고 이후 미일동맹의 재정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헌은 고이즈미가 정치적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유엔에서 상임이사국 되고 개헌할 것”이며 “이러한 민족주의적 국가전략이라는 전제하에서 대북정책과 대중정책이 전개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또 “현재 일본의 대북정책은 과거의 달래기식 외교가 아니라 북한을 정치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공세적 성격의 것”이라고 지적하고 “납치문제에서 보여지듯이 북한은 일본우경화의 용이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데 “반북여론을 심는 동시에 외무성과 고이즈미는 두 차례의 방북에서 보듯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신질서형성과정에서 주도권 획득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에서의 북핵 잠정합의와 국교정상화에 대해서는 “곧장 납치문제나 미사일문제 등 북일간의 현안문제를 북핵 잠정합의와 더불어 패키지로 타결하려 하고 있고 이런 패키지 협상과 국교정상화협상은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일정상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일간의 경쟁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배제하는 해양 중심의 FTA네트워크 전략 추구하는 일본
송주명 교수는 “북일간의 관계정상화가 빠른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에게 주는 것은 많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는 일본이 우위를 점하는 이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궁극적인 노선은 중국”이라고 지적하며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을 억지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으로서는 사활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미일동맹을 축으로 대만문제 개입능력을 확보하고, 독자적으로 해야에서의 ‘힘의 균형’을 추구하며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위협’과 ‘위험’을 경감하기 위해 중국을 배제하는 해양중심의 FTA네트워크-한국, 대만, 필리핀,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아세안다자협정-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中, 고성장 정책으로 인해 불가피한 지역질서 재편과 중국위협・위험론
동아시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송주명 교수는 중국의 위협론과 위험론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이 위협으로서 실재하는 요소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에 의해서 전통적인 안보적 괁덤에서 제기되어온 중국위협론은 과장되어온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의 대규모 성장은 세계 및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변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스스로 패권도전의사가 없다고 해도 중국의 성장은 불가피하게 세계 질서의 일부와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상당부분을 재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 송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의 고성장 정책은 2008년 북경올림픽과 2010년의 상해박람회까지 유지될 것인데, 이 시점에서 에너지 문제, 부동산 등 인프라버블발생, 중국지도부의 교체, 실업문제 해결 난관 등 심각한 수준의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soft-landing이 될 경우는 균형있는 민족경제론이 대두도리 가능성이 있지만 hard-landing일 경우 배타적 민족경제론과 함께 대외적 모험주의 혹은 중국중심의 다자군사동맹 구축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던 핵심쟁점의 경우 북한문제는 핵문제 타결과 동시에 더 어려운 국면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미.일.중간의 전략적 구상차가 현저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미일이 국교정상화를 통해 향후 중국의 ‘방파제’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중국과 미일의 긴장은 극에 달하리라는 전망이다. 중국위협과 위험문제도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일본의 민족주의 국가전략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군사력균형체제 도래 가능성을 높이며 지역적 분쟁과 논쟁의 커다란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위기, 민족주의・ 영토문제와 얽혀 심각한 안보문제로 등장할 것”
송주명 교수는 에너지 위기를 중요한 문제로 제기했다. 현재 고유가행진은 경제학자들 말처럼 일시적이고 주기적인 석유가격 운동과는 거리가 있으며 지질학자들 중심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oil peak의 도래 가능성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의 저치화 가능성과 공급제약 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고, 이런 구조적 상황을 반영해서 투기자본의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에너지 위기의 가능성이 “각국의 에너지안보정책을 촉발해 에너지 확보를 위한 사활적 경쟁과 투쟁을 불어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러한 에너지 투쟁은 중국 위협/위험 이휴, 민족주의 이슈, 영토문제 등과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심각한 안보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 “미일 vs 중국. 복합적 힘의 균형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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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명 교수는 이러한 전환기에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의 국가간 관계로서 가장 발생하기 쉬운 체제, 즉 2010년 이후 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질서는 강화된 미일동맹과 중국간의 대립과 경쟁을 축으로 하는 ‘복합적인 힘의 균형체제’라고 예측했다. 그는 2010년 이후 현실적으로 상정해볼 수 있는 동아시아 질서의 새로운 유형들로 △미국을 필두로 한 단극체제 △미일 대 중국(+ 러시아)의 대립체제 △미중일간의 강대국협조체제 △남북한 + 미중일러의 다자협조체제 등을 제시했다. 송교수는 이 중 두 번째, 즉 복합적 힘균형 체제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도, “복합적 힘균형의 한계를 주요강대국이 자각한다면 세 번째나 네 번째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선택지와 진보진영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으로서는 이른바 ‘복합적 힘 균형체제’로 갔을 때 대립의 한 편을 선택해야만 하는데 현재의 조건이 계속된다면 ‘한미일 동맹’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렇게 됐을 때 원치 않는 대립과 파국의 한 축이 될 것이며 남북한 평화체제나 북한경제의 올바른, 비신자유주의적 이륙에 필요한 평화와 협력의 조건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을 경우 한국의 ‘국가이익’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중적 생존’의 근본위기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진보진영이 최악의 시나리오 막기 위한 중간단계 상정, 이를 위한 실천적 상황 개입해야
송주명 교수는 “지금까지 진보진영이 국제관계 상황에 대해 둔감했다”며 “객관적 상황으로서 국제질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목표로서 진보적 국제질서에 대해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과 국내정치의 진보적 발전에 바람직한 국제질서의 중간단계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상황개입능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진보세력은 복합적 힘의 균형체제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억지하기 위하여 설정가능한 질서의 대안을 놓고 발전에 합당한 선택지들을 역동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운동목표에 반영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송주명 교수가 실천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언급한 것은 먼저 북핵6자회담의 성격을 현재 북한압박협력제도에서 북한의 안전과 부흥을 위한 협력제도로, 거기서 다시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협력제도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자협력모델을 형성해서 이를 통해 중국문제나 에너지문제도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FTA는 제로섬 게임”이며 “기능적이고 포괄적인 다자협력을 촉구하고 민중적 개입체제를 만들어 반신자유주의, 평화의 국제네트워크와 정부간 다자협력모색을 동시진행하고 상호침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미동맹 문제를 재검토하지 않고서는 다른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며 민중적 요구로서 한미동맹의 폐기와 국가적 목표 혹은 전술적 과제로서 한미동맹의 ‘유연화’를 연동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진보세력의 국제관계 변화에 대한 개입이 민주주의의 심화, 국가권력의 민주화 없이는 어려우며 반대로 국제질서에 대한 민중운동의 개입은 민주화의 심화와 국가능력 개선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질서에 대한 진보진영, 민중진영의 개입 필요성과 운동의 의의를 다시금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