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운동 정신 훼손'에 단호한 대처와 각성 촉구

강승규 부위원장 구속 사태에 대한 노동계 반응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구속 사태와 관련, 노동계는 대체로 엄중한 처리와 책임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검찰의 조사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혐의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금품수수' 자체만으로도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와 투쟁 상실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7일 발표한 성명에는 "이번 사건이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에서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민주노총의 투쟁을 훼손하고 타격을 주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수세적으로만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만일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업무 정지를 선언한 만큼 책임에 대해선 인정하는 모습이다.

민주택시연맹, "자존심 회복 위해 더욱 강력한 투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도 9일 낸 성명에서 "일부 언론보도만으로는 강승규 전 연맹위원장의 구체적 혐의에 주장이 엇갈리는 등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법정에서 구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진실 여부를 떠나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연맹과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 규정했다.

민주택시연맹은 1차적으로 △강승규 전 위원장의 혐의에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징계를 포함한 강력한 후속조치 △연맹 재정운영과 사업방식 전면 재검토 △조속히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진상을 보고하고 지도부 입장 발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으론 "이번 사태를 악용해 우리 연맹과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단호히 대처하며 향후 대책은 민주노총과 긴밀히 협의"하고 "조합원들의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하반기 비타협적 투쟁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운수노동연대, "사측과의 인맥 청산해야"

현장 노동자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은채 민주노총과 민주택시연맹의 '본연의 노동자성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운수노동연대'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태"였다며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태 때도 택시현장에서 무수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설마 민택도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밝힌 "사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회계처리가 미흡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강승규 부위원장의 주장을 믿고 싶지만, 민주노조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는 위원장이라면 사업조합 이사장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과 검찰의 민주노조를 흔들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뼈를 깎는 민주노조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과거 민주택시연맹 간부였다가 현재 회사 간부로 활동하는 자들과의 인적청산 및 그들과 친목을 유지하며 인맥을 구성했던 현재 활동가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노동해방택시연대, "택시노동운동의 고질적 습성 버리고 공동투쟁"

'노동해방택시연대'는 "택시노동에 대한 초과착취에 맞서 싸움판을 벌여야 할 택시자본에게 기금을 요청했다는 것은 앞에서는 총파업을 걸어놓고 뒤에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므로 그 총파업이 생존권 사수 싸움이 될수 없음은 자명했다"며 "민택의 만 8년의 총파업 투쟁은 철저하게 허위이고 사기극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이제 그만 앞 못보는 소경들의 행진을 멈춰라, 민주노총의 정신이란 것이 과연 있는가"라며 "이미 바닥을 친 노동운동판을 감안한다면 작금의 시기는 과감하게 운동판을 통채로 갈아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노동해방택시연대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동투쟁의 과제'를 쟁취하는 것"이라며 "민주택시연맹의 현 집행부는 백의종군하고, 전근대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습성으로만 처신해온 택시노동운동계의 인적 청산이 과감하게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당,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 필요"

민주노동당과 사회당도 논평을 내고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노동당은 9일 논평에서 "택시노동조합의 관행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노동조합 간부가 사업주 단체로부터 부적절한 방식의 금품을 제공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그 자체로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깊은 우려를 갖게 한다"며 민주노총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사회당은 한발 더 나가 '새로운 주체 형성'을 강조하는 논평을 10일 냈다. 사회당은 "대립과 투쟁이 불가피한 노자관계에서 노동조합 위원장이 자본으로부터 '관행'적으로 돈을 받은 것은 노동자들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뜻있는 노동자 운동가들이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것을 통해 광범위한 인적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보다인간을, "지도부 총사퇴로 민주주의 책임지고 총파업 사수"

한편 '이윤보다인간을'은 보다 적극적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 전체에 책임을 묻는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 △대화와 타협, 그리고 투쟁을 병행한다는 이수호-이석행-강승규 지도부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 △민주주의와 혁신, 도덕성을 사칭한 책임 △개인 책임이 아니라 민주노총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 하기 때문 등을 들었다.

'이윤보다인간을'은 "불법파견투쟁, 비정규직투쟁, 비정규법안 개악, 노사관계 로드맵 등 산적한 문제와 싸우는 것은 현재 지도부의 도덕성으로 불가능"하다며 "책임있는 자세로 즉각 총사퇴하고 투쟁본부-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사태 해결이 가능하며, 민주성과 계급성을 복원해야 하반기 총파업투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진보연대, "총사퇴를 시작으로 근본적 혁신"

사회진보연대도 10일 성명을 내고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사회진보연대는 "긴급체포 이후 이미 4일이 지났음에도 책임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자체를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시급히 이번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책임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는 "'개인비리사건'이 아닌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위기상황"으로 봐야 하므로 '지도부 일부 사퇴'나 '대의원대회에서 신임을 묻는 방식'은 "사태를 외면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노동자운동에 헌신 복무하는 이들 모두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민주노총의 활동가, 간부, 사회단체, 정치조직 할 것 없이 민주노조운동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각급의 회의, 토론 등을 통해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논의하고 결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