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1,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필요하다”

[인터뷰] ㄱ모 GM대우 노동조합 창원지부 대의원

GM대우 창원지부, 철옹성 같은 그 곳을 방문한 7일 공교롭게도 이성재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방문,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았다. 어떤 대화, 무슨 면담이 그렇듯이 이날의 ‘대화’도 간극과 갈등만 확인하는 ‘잔혹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창원공장 안에는 외국인연수생, 고등학교 실습생, 직업훈련생, 3개월 계약직, 6개월 계약직, 1년 계약직 그리고 정규직 등 총 7가지의 고용형태가 있다. 한 대우차노조 창원지부 대의원과의 인터뷰 중 알게 된 사실이다. 또한 그는 “정규직의 고용방패막으로도 비정규직이 필요하며 이는 현재까지 회사가 정규직 노동자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사의 교육으로 정규직에게는 기득권이 생긴 것이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뷰이가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한 포스터가 범인이었다. ‘재벌 왕회장들에게 고함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거대 재벌이 1차 하청으로, 1차 하청이 2차 하청으로, 결국 비정규직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필 그때 그러한 상상력이 동원됐는지, 불현듯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하청업체가 아니라 정규직노동자로 확대 해석되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정규직이 3개월*6개월*1년 계약직으로, 외국인연수생으로, 직업훈련생으로, 고등학교 실습생으로...

기자가 논리적 비약과 과대망상, 단순화의 오류에 빠져 정규직이 비정규직 피나 빨아먹는 그러한 무시무시한 관계로 설정하려 한 것이 결코 아니었음을 분명히 하더라도 당최 노동자들 간의 분열로 배불리고 있는 ‘재벌 왕회장님들’을 위한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 말밖에는.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공식과 비공식, 그 경계에서

집행부 사퇴의 결정적 역할을 한 대의원 18명은 집행부 신임투표에서 15명이 불신임하고 단 3명만이 신임을 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두 명의 대의원은 그러한 이력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현 비상대책위 의장인 이승철 대의원과 전 집행부에 신임표를 던진 ㄱ모 대의원. 또한 이승철 대의원에게는 비대위 차원의 공식적 입장을, 이름을 밝히지 않은 ㄱ모 대의원은 대의원들 사이에서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비공식적인 입장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승철 비대위 의장이자 창원지부 대의원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모든 공식적 입장이라는 것이 원론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이승철 의장은 아직 5일이 채 되지 않은 비대위이기 때문에 공식적 입장이 없다며 아예 이야기를 풀지 않았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 아마도 원론적이나마 몇 마디 해주었으면 했던 모양이다. 공식적 입장이 없다는 이야기만으로 30분을 보냈다.

“비정규직 사업에 공감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선회하면서 원청, 본조 위원장, 비대위 등 교섭에 임할 것이다. 비정규직이 최소한 요구한다는 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비정규직 지회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할 것이지만, 교섭 속에서 내용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반면 ㄱ모 대의원을 통해 정규직 지부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의 보다 구체적인 고민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한 대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번 집행부가 전 조합원과 정서가 안 맞다는 이유로 신임투표에서 결국 불신임됐다. 그 과정은?

1월 불법파견에 대한 건을 노동부에 릴레이 진정하고 1달 만에 비정규직 지회가 설립 총회가 열리면서 비정규직 지회가 들어서는 등 ‘비정규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전 집행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견제는 오래다. 그러나 최근 사건만 두고 본다면 사내하청업체인 (주)대정이 폐업하면서 계약 해지된 86명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위한 복직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의 힘이 필요했고 김학철 지부장은 민주노총경남본부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으로 구성된 ‘GM대우창원비정규직투쟁대책위(지역대책위)’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대의원 3명을 제외한 15명은 지역대책위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학철 지부장은 지역대책위에 참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의원들은 이를 문제 삼았다. 대의원들은 절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원치 않는 일을 김학철 지부장이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김학철 지부장이 “모든 것을 걸고 조합원들에게 다이렉트로 묻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결국 34%의 신임, 66%의 불신임으로 사퇴에 이르게 됐다.

“정규직에게는 비정규직이 필요하다”

결국 현 집행부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불신임을 받았다. 불신임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결국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다. ‘너는 비정규직, 나는 정규직’ 이라는 차별을 철폐하자고 정규직 조합원들도 싸웠지만 결국 현장의 노동강도와 노동환경에서 그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일하고 있는 라인이다 .그러나 사측의 완전도급 로드맵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정은 따로 분리되어야 한다.
현재 창원지부 공장 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을 하는데, 물론 이는 사실상 불법이다. 어떤 라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동강도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1/2 밖에 안되는 임금을 받고 일한다. 예를 들자면, 조립라인의 경우 정규직이 왼쪽 바퀴를, 비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등 노동환경이나 노동강도가 같아도 실질 임금이나 복지혜택에서 하늘과 땅 차이이다.

어떤 생산라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이 구분되어 있는데 정규직이 일종의 관리 감독하는 일을, 비정규직은 그와 상반되게 노동강도가 강한 일을 한다. 이러면서 정규직에게 기득권이 발생한다. 그리고 정규직들이 이러한 기득권을 버리기 어렵다.

또한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고용의 방폐’로 생각한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창원공장은 외국인연수생, 고등학교 실습생, 직업훈련생, 3개월 계약직, 6개월 계약직, 1년 계약직 그리고 정규직 등 총 7가지의 고용형태가 있다. 호불황에 따라 생산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회사 입장에는 그때마다 인력도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꼭 필요하다. 아닌 말로 정규직을 짤랐다 고용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회사는 정규직에게 “정규직은 안 자른다”는 식으로 안심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정규직에게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판으로, 방패막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정규직 투쟁 하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이 필요하다.

이번 집행부 불신임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의원 대부분 비정규직 사업을 그만 두자고 하지 않는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비정규직 사업은 계속 끌고 가야한다. 그러나 속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집행부는 100km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조합원들은 아직 30km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의원들의 대다수는 회사와 싸워 쟁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피고 단계적인 순서를 밟아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김학철 지부장은 궁극적인 목표와 원칙만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고 한방에 모든 것을 끝내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대의원이 생각이다. 비정규지회의 투쟁목표가 현실적으로 현재만 보아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김학철 지부장을 평가할 때 순수하게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 전 집행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 창원지부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시켰고 비정규직 노조 설립의 제반을 마련하는 등 성과가 크다. 그러나 정규직들의 고용불안을 씻어주지 못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전원 정규직화가 과연 가능하냐’, ‘정규직되면 우리의 고용은 어떻게 되나’ 등 정규직을 설득하지 못했다. 전 집행부의 한계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득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는 공장 한켠 '신화가 시작된다'는 선전물이 걸려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의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대체로 비정규직 사업을 꼭 해야 하는 것에는 공감을 하고 있다. 단지 지금의 집행부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방법론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대의원들 대부분 굉장히 비정규직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처음 규약을 정할 때 ‘차별철폐’로 시작, 사실 이 부분도 처우개선이었는데 주변에 말들이 많아서 차별철폐로 바뀐 것이다. 그것이 비정규직 철폐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되고, 창원지부가 꼭 무슨 바람직한 상인 듯 주변의 주목받으니깐, 한마디로 판이 커지다보니깐 대의원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오늘 이성재 위원장이 다녀갔다. 무슨 얘기가 있었나?

세 가지 쟁점을 얘기했다. 첫째 대정폐업으로 인해 발생한 계약해지노동자 문제와 둘째 집행부의 공백, 셋째 비정규직 지회의 문제이다.

  이성재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한 비정규직 조합원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쟁점에 대해 이성재 위원장은 대정폐업으로 발생한 86명의 계약해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해야하지 않느냐, 우선 당장 일할 수 있도록 원상복귀하자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쟁해온 비정규직 지회 입장에서는 힘들게 싸워온 투쟁을 모두 무위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두 번째와 세 번째 쟁점은 첫째와 연관이 있는데 이성재 위원장은 집행부 공백이 메워져야 투쟁이든 뭐든 할 것이라면서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상복귀하면 조기선거를 통해 집행부 공백을 메우자 라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또한 집행부 공백이 메워지면 비정규직 사업을 정책적으로 풀어나가고 지역단체들과 연계해서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선거가 내년 2월 28일인데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되면 5개월 동안 비상대책위가 조직을 끌어가거나 빠른 시일 안에 대정폐업 건을 해결하고 조기 선거하는 안 등 두 가지가 있다. 그렇지 않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제외하고 선거를 하게 되면 비정규직 지회를 버리고 가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정폐업 건만 보았을 때 노조의 해결방안은 계약 해지 노동자 86명 원상복귀인가?

원래자리로 돌아가서 일하는것이고 곧 고용안정 이다

그렇다면 정규직 지부는 비정규직 지회가 대정폐업 건만 가지고 주장하는 86명 직접고용은 전혀 고려해보지 않는 것인가?

그렇게 보인다. 대의원들 대부분이 지도부들이 현장을 조직해서 대정이 폐업하면서 계약해지된 86명만의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대, 기아도 그렇고 비정규직 노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이 벌어진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나?

계속 반복되는데,결국 이기주의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버리기 힘든 현장 구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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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지부대의원권무원

    "그렇다면 대정폐업건만 보았을때 노조의 해결방안은 계약해지 노동자 86명원상복귀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원래자리로 돌아가서 일하는것이고 곧 고용안정 입니다.
    마지막 질문의 답은
    "계속 반복되는데,결국 이기주의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버리기 힘든 현장 구조에 놓여있다" 입니다.
    조수빈 기자님!
    참고로 창원지부는 대의원이 현재 30명입니다.
    15명이 불신임했고 3명만이 신임을 했다는 표현은 인터뷰 내용중
    잘못전달된것으로 보입니다.
    수고하세요~

  • 조수빈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현재 대의원이 30명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설명이 길어질 것같아 생략하였고
    대신 "집행부 사퇴의 결정적 역할을 한 대의원 18명"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보다 세밀하게 기사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