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들의 집단 사직과 내외부의 지지로 '하반기투쟁 수행후 사퇴'라는 민주노총 중집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시국토론회'가 15일 오후 6시에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라 주목된다.
비상시국토론회의 '준비모임'은 "현장에서는 비정규노동자 권리쟁취 홍보물을 나눠주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해 '비리를 저지르고도 뻔뻔히 앉아 있는 자들이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해?'라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역사적 책임을 함께 진다는 마음으로 제 노동사회단체 및 현장조직이 공동으로 민주노총의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시국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토론회는 노동사회단체와 현장조직 등 40여 개 단위가 공동주최하게 될 전망이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 규탄 △지도부 총사퇴 문제의식 공유와 대중운동 조직 △정파적 입장을 초월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운동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연맹, "민주노총 지도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한편, 13일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로 지역본부와 단위노조들에서도 이를 지지하거나 동의하는 의견을 담은 성명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공공연맹은 13일 낸 성명에서 "집행부의 결단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 순간에 집행부는 문제를 안건으로 처리했다, 그 순간 이미 조직은 또다른 혼란과 분열로 휩싸이기에 충분했다"며 비판하고 "이런 상황에 무엇으로 하반기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것입니까?"라는 반문으로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이근원 조직실장을 비롯한 공공연맹 사무처 활동가 30명은 "집단 사직한 사무총국 13명 동지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토대를 지도부가 스스로 허무는 상황"이라 지적하고 "비리 사건 앞에서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으로 자리에 연연한다면, 이후 어떤 단위노조에서도 사용자로부터 자주적, 독립적이고 내부적으로는 민주적인 민주노조의 기풍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호소했다.
충남본부장,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 사퇴의사 표명
중집 결정 이후 사퇴 의사를 표명한 이경수 충남지역본부장은 당시 중집회의 과정을 서술하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경수 본부장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이 아니며, 중집위원들은 동원의 대상, 결정의 방패막이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경수 본부장은 사퇴의 이유로 △기만과 배신에 대한 항의 △상층과 현장의 심각한 괴리에 대한 문제제기 △아래로부터의 혁신 촉발 등을 들며 "중집위원 한두명은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제가 먼저 이행했다"고 밝혔다.
장인권 울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도 1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인권 수석부본부장은 "위기의 핵심은 자본과 수구정권의 공세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지탱해온 조합원들의 불신과 절망감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라면서 "총연맹과 지역본부 임원들이 즉각 총사퇴하고 현장에서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조합원들의 참담한 절망을 치유하고 죽어가는 민주노총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호소했다.
지역본부와 단위노조에서도 사퇴 촉구 빗발쳐
민주노총, 화섬연맹, 금속연맹의 각 경기본부에서 일하는 상근간부 6명도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불가 표명은 민주노총 일부 사무총국의 집단사직, 모범적으로 헌신적으로 활동해오던 충남본부장의 사퇴, 지역본부 사무처로 확산될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혼란과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즉각 사퇴하고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배성훈 사무처장을 비롯한 경북지역본부 사무처, 충북지역본부 사무처(4명), 울산지역본부 집행위원(7명), 금속노조 충남지부 운영위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입장과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며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외에 여러곳의 단위노조들도
"우리같은 작은 조직에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투쟁하고 있다, 장기투쟁하면서 민주노총 중앙의 많은 도움을 받은 사업장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아닌것은 분명히 아니다"(생명보험노조 흥국생명지부)
"이수호 집행부는 전조합원에게 백배사죄하고 즉각 총사퇴하라"(민주버스노조 우진교통지부)
"지도부 비리에 분노조차 않는 조합원들의 짙은 냉소와 불신속에서 어떻게 하반기 투쟁이 가능하겠습니까?"(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
"이수호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끝내놓고 내려간다는 것은 하반기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등의 내용으로 '사퇴 촉구' 대열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같은 입장 표명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