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정부, 잘난 척 좀 그만하라"

[기자의 눈](1) - '쌀' 국제협상과정에서 발생한 결정적 실수담

통외통위 의결 이후 정부는 '국제 약속'을 거듭 강조하며 '쌀 비준'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 한 고개 넘었으니 좀더 고삐를 쥐겠다는 속셈이다.

전국적으로 농민들의 나락적재투쟁과 삭발 농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허리 부러져라 피 뽑고, 농약주며 한 해 자식처럼 키워낸 나락들은 제대로 껍질도 못벗고 지역 곳곳에서 쌓이고 있다. '출하거부 투쟁'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생산자'인 농민은 '쌀'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쌀 값 폭락에 이어진 쌀 협상 비준 소식은 농민들에게 '생산의 기쁨'은 고사하고 '삶의 희망' 마져도 앗아가고 있다.

27일 통외통위 앞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저항에 온갖 카메라가 집중됐다. 육탄전을 무릅쓰며 통외통위 전체회의를 막고자 했던 실천은 결국 6번을 넘기지 못하고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 싸움의 본질은, 싸움의 장은 국회 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널찍한 국회 복도에서 육탄전과 구호와 쌀 선전물이 뒤엉켜 있는 가운데 단 10분만에 '쌀 비준'안은 통외통위 전체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구호가 외쳐지는 그 순간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임채정 통외통위 위원장에게 '환한 미소'의 악수를 건냈다. '고 김선일'열사의 억울한 죽음 앞에 '자리를 내 놓겠다'던 반기문 장관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며 '개방형 선진 통상국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국정브리핑]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협정문안 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했다는 통외통위 의원들은 도대체 그 내용을 얼마나 알고 의결한 것일까. 반기문 통상부장관이 '강성 반대파'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만 빼 놓고 나머지 의원들에게는 협정문을 공개한 것일까. 이들이 한 의결의 과감한(?) 확신의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다.

국제관례상 문안을 밝힐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재탕에 삼탕이다. 그리고 언제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전부'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늘 그렇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쌀비준 과정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주식인 '쌀'시장만큼은 그래도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정서도 작용한다. 너무 열심히 싸우는 농민들의 '우직함'과 '절박함'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반성'이나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이 돈 몇푼 부채탕감으로 무마하려 하는 정부의 행태는 농민 아니어도 분노스럽기 그지없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어느 순간 '탁'하고 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한-칠레 FTA의 경험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조마조마하게 바랄 순 없다. 지금은 뭔가를 바라고, 바라볼 때가 아니라 농민들의 싸움에 함께 적극적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전 국토를 기업의 천국으로, 자본의 허브로 만들며 '선진통상국가'라는 표어로 포장하고 있는 정권을 만난 불쌍한 농민, 농업의 숙명을 받아들이라는 입장이 아니라면 서둘러 농민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기자의 눈을 통해 그간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한 투쟁 취재하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한다. '쌀'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상품시장 논리, 그리고 '농민'으로 대표되는 투쟁 주체들에 대한 고민. 현재 '쌀 비준 투쟁'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시장화'를 반대하는 공공 영역에 대한 자본의 공격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조금은' 두서 없이 풀어놓고자 한다.

미숙함의 시작과 절정, UR 협정

얼마나 인정받을지 모르나 정부의 협상력에는 처음 부터 문제가 많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그 시험대 이기도 했던 UR협상(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그 특유의 어리숙함과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UR 협상 당시 1993년 12월 한국은 서비스분야 최종 양허표 그리고 UR 후속 협상의 결과 로 금융, 기본 통신 분야의 추가적인 양허를 통해 모두 12개 분야 155개 서비스 업종 가운데 8개 분야 78개 업종에서 양허를 했다. 당시 교육, 보건, 사회서비스, 문화, 오락, 스포츠 그리고 운송 분야들은 전혀 양허가 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UR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는 '농산물시장개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 분야의 개방을 확대한다는 교환전략(trade-off strategy)을 주요 협상전략으로 구사했다. 그 결과 '쌀 개방만은 하지 않겠다'는 목표 아래 서비스, 공산품 등의 개방 확대, 관세 인하폭 확대 등을 추진했다. 서비스의 경우 양허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계속적으로 개방 업종의 추가가 논의되었으며, 인하 양허 계획서 제출 이후 교환전략 하에 1993년 막바지 협상 단계에서 개방 업종이 추가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협상 동향을 공개하지 않았다.

1993년 12월, '정부고위협상단'을 파견한 최종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쌀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에게 다자간 협상과는 별도로 더 큰 시장 개방을 허용하는 '비밀 쌍무협정(sdie agreement)'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비밀 쌍무협정이 빌미가 되어 미국은 쌀 뿐만 아니라 다른 현안들을 해결하려 시도했고, 한국 정부는 이런 압력에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절대절명의 목표라 했던 쌀개방 저지는 고사하고, 다른 현안들까지 확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쌀 시장 지키려다 다른 시장이 개방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리적인 미국놈들이 '더 나쁜 놈이다' 라는 것이 아니다. 국제 협상에서 협상 전술의 미숙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협상에서 이미 패를 다 보여줬으니 이런 결과는 너무 당연한 것일진데 한국 정부는 이런 교섭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결국 UR 협상 결과 정부는 '대통령의 직을 걸고 사수하겠다'고 다짐했던 쌀시장의 개방을 수용해야 했다. 이런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불같이 일었고, 농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협상 불가'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결정적 실수담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이 부분이다. 이미 '쌀시장 개방'은 안된다는 입장을 지켜내지 못하고 휘둘렸던 정부는 1994년 초 양허안 확인작업과정에서 UR(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시 제출했던 농산물 분야 양허표를 상당부분 수정한 양허표를 제출(1994년 3월 25일)하여 '재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스스로 깨뜨렸다. 결국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으로 정부는 엄청난 여론의 비난을 받았고, 결국 사태 무마를 위해 농수산부장관이 해임되고 총리가 대 국민 사과담화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은 개도국의 지위로, 쌀수입을 최초시장접근(MMA)형태로 허용하였다. 쌀을 제외한 206개 농산물의 비관세장벽을 관세로 전환하여 개방하였으며, 매년 800억 원의 농업보조금 감축을 약속했다. 그 결과 쌀과 쇠고기를 제외한 모든 농산물이 개방되었다. 당시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총 1,312개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WTO에 양허하였고, 쌀에 대해서는 2004년까지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고 10년차에 관세화 유예여부를 재협상하되, 최소시장접근 물량(1~4%)은 허용토록 하였다.

정부는 1994년 최종이행계획서를 제출한 후 여론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농어촌지원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신경제 5개년 계획상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3년 앞 당겨 1998년까지 조기 집행토록 했다. 또한 1994년 4월 42조원이 방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별도로 농특세 15조원의 추가투자재원의 확보를 바탕으로 하는 농어촌 발전 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이런 보상지원책은 단기간 내에 급조된 선심성 정책이었던 측면이 강했다. 지금도 통외통위 의결 다음날 농가부채 유예를 '대책'이라고 내놓은 행태가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학교급식, 대법원이 아닌 정부의 무능력한 협상력이 원인이었다

지난 9월 대법원은 전라북도 지역에서 만든 급식 조례가 'GATT(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를 위반하는 일'이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많은 단체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며 '정부는 누굴 위한 정부이냐'라며 비난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원망스럽긴 하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WTO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그 법률에 준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지점도 있다. 설령 국민과 경제에 이로울 지라도, WTO에 묶여 옴짝달싹을 할 수 없는 정부가 그리도 좋아하는 '통상개방' 이면의 현실적 사례인 것이다.

사실 이 학교급식에 국산 농산물 사용규정의 판례는 정부의 무능력한 협상력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컨닝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이지경까지는 아닐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WTO제소 당할 수 있으니 몸 조심하라는 식'의 엄포를 놓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런 경우는 없다.

GATT(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에는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원칙'이 있다. '내국민대우'는 국산품과 수입품을 차별하지 말고 똑 같이 대우한다는 것이고, '최혜국대우'는 만약 한국 정부가 일본에게 특혜를 줬다면 중국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 학교급식 관련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언급되지만 GATT의 3조는 '내국민대우'를 규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 상품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례는 내국민대우 위반이 되는 것이다.

UR(우루과이라운드)의 미완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시 협상 국가들은 정부조달협정을 체결했다.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 체결하다보니 25개국만 채결하게 됐다. 만약 한국이 가입을 안했다면 학교급식이 문제가 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5개국에 당당히 입성, 유일규정으로 합의를 하게 된다.

1979년 동경라운드에서 ‘정부조달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당시 25개국 중 미국의 경우는 농산물과 관련한 포괄적인 예외 규정을 인정받았고, 당시 유럽공동체의 국가들과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 등 19개국은 농업, 급식지원 프로그램 장려를 위한 농산물은 예외 인정을 받았다. 일본은 '협동조합을 통한 조달'은 예외로 인정을 받았고, 싱가폴과 홍콩, 이스라엘 3국은 '다른 나라에 준한다'고 한다는 예외 문구를 끼워 넣어 예외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예산회계법 및 동 시행령에 따른 중소기업 할당 분을 포함하는 수의계약 조달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축산법에 따른 농,수,축산물 조달을 '예외'로 인정받았다. 그러니 이런 특정 법에 준하지 않고서는 협정에 위배되는 상황이 돼 발목이 잡힌 것이다.

사실 문구상 '다른 나라에 준한다'고 하거나, '국산 농산물'이라는 예외 규정이라도 명시해 놨어도 학교급식 조례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처럼 자국 농가에 지원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또한 WTO에 의해 무역분쟁이 일어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었던 것이다. 학교급식 판결의 근본적 책임은 정부의 '무능한 협상력 있다'는 것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베트남 쌀을 샀다? 정부의 말,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지난 10월 12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8만톤 쌀수입을 대가로 베트남을 기획탈북의 중간 경유지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을 밝히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04년 7월 말 468명의 탈북자가 베트남을 통해 집단으로 한국에 입국 했다. 당시 기획 탈북문제가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북한과 오랜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이 탈북 경로를 제공한데 대해 '모종의 대가가 지급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한 당시 '베트남 쌀 8만톤 구매약속한거 아니냐'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당시 전농등 여러 단체들에서 소문의 진상규명을 위해 농림부를 비롯 여러 관계기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모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농림부 관계자는 '이미 수입쌀 재고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고 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의무도입물량(MMA)과 무관한 쌀을 별도로 구매 약속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11일 국회 농해수위 국감에서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기획탈북자들을 입국시키기 위해 베트남과 10만톤의 쌀 구매'를 약속한 적이 있고,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올해 대북 지원하기로 한 쌀 10만톤을 베트남 쌀로 한정해서 입찰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간 의혹으로만 이야기 되어온 베트남쌀 구매 약속이 사실로 드러났던 것이다.

심지어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 지난해 쌀협상 과정에서 대북지원용으로 인도와 이집트산 '쌀 10만톤' 정도를 사주도록 '이면합의' 한 이유도 바로 베트남산 쌀도입 약속이 협상국들에게 알려져 인도와 이집트가 협상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가 헛갈리는 상황이다. 도대체 누가 진실을 알까. 정부가 얼마만큼 뒤꽁무니 협상들을 하고 있는지.

[출처: 전농]
이면합의 공방. '이면합의'가 아니라고 우기는 정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쌀 협상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쌀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그 협상 결과를 WTO사무국에 통보했고, 이행계획서 수정안이 WTO 검증절차를 마치고 '최종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농림부가 발표한 수정계획안의 핵심내용은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수정안의 핵심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하는 대신 올해 4%(20만5천톤)수준인 쌀 의무수입 물량을 매년 늘려 관세화 유예가 끝나는 2014년에는 기준연도 국내평균 쌀 소비량의 7.96%(40만 8,700톤)로 맞춘다는 것이다.

쌀 수입 쿼터 확대, 관세화 유예 등의 사항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야 '당연' 높았지만 이 사안들 보다 농림부가 배포한 “‘쌀관세화 관련 협상’ 이행계획서 수정안 WTO 검증절차를 통해 원안대로 최종확정”이라는 문건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총 11페이지로 되어 있는 이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 별첨 2에 포함된 ‘양자차원의 부가적 사항 관련’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것이다. ‘양자차원의 부가적 사항 관련’ 항목은 네가시 세부 사항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중국)양벚등 중국관심품목에 대한 식물검역상 수입위험평가 절차의 신속한 추진, 농수산물 조정관세 품목 축소 또는 관세인하등을 위해 양국이 공동노력 △(아르헨티나) 동·식물 검역 관련 절차가 진행중인 닭고기, 오렌지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 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간 협의 △(캐나다) 관세화유예기간 동안 사료용 완두콩, 유채유 관세 인하 △ (인도·이집트) MMA수입과 별개로 식량 원조용 쌀 국제구매가 있을 경우 인도 및 이집트 쌀 우선 구매 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과 관련된 사항에서 양벚등 중국관심품목이라고 두루뭉실하게 표현된 실제 내용은 양벚 외에 사과와 배등 한국 과실 농가의 주력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결국 과실수 재배농가에 직격탄이 된 셈이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검역절차 신속 추진’은 수입개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쌀협상과 무관하다고 해명을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검역절차를 신속히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바로 수입개방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특히 사과내 배 같은 과일의 경우, 민산수입업자가 관세만 치르면 물량에 상관없이 무제한으로 수입할 수 있고 저가 공세를 펼칠 수도 있어 오히려 쌀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실 이면합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어떤 경우에도 이면합의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어 지난 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쌀개방 합의 이후로 지속적으로 정부 당국이 보여온 밀실협상, 밀실합의 행태가 또 반복됐다는 것에 대해 관련 활동가들은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쌀협상 결과를 WTO 통보한 12월 30일은 물론, 검증기간이 끝난 4월 12일까지 단 한차례도 '이면합의 과정과 내용'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엄연히 생산의 직접적 당사자와 주체가 있음에 불구하고, 숨기고 가리우며 '농민을 우롱했다'는 점에 대해 농민들은 분개했고, 전국적인 농민 총파업을 결의했다.

심지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농민들과 의원들에게 정부는 외교기밀 누설을 운운하며 정보공개를 축소했고, 이면합의가 아니라며 오히려 본질을 왜곡했다. 정부 협상이 벗기면 벗기는대로 나오는 양파 껍질도 아니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국민과 당사자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내용들이 협상되고 있고, 그들의 라운드에서 합의되고 있다. 그나마 공개한 것도 '전부'인지 믿을 수도 없고, 언제가 또 다른 사실들이 밝혀져 뒤통수 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협상문안을 보자는 주장도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지적이다. 정부의 무능한 협상력, 국제 협상 과정에서의 실수, 국민들에게는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 사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쌀 협상'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덧붙이는 말

'쌀 비준 협상'과 관련한 '기자의눈'(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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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 국회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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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화면에 나오는 기사 소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 정부의 통상협상 과정을 점검해 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