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과 여성‘노동자’운동, 그 새로운 관계맺음을

[토론회]10일 ‘한국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 토론회에서

"35년 전 전태일이 안타까워했던 여성시다가 지금쯤이면 이 나이가 됐겠군요" 전태일 열사 추모 35주기를 맞아 전태일 열사를 인용하는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도, 토론회장에서도.


10일 전태일 35주기 기념 대토론회 '한국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 토론회 1부 '한국 사회 양극화와 빈곤여성'을 주제로 발제를 한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여성빈곤가구주의 연령별 분포 추이를 살펴보며 "40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퇴출이 심해지면서 이 연령대의 빈곤이 더욱 급격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태일이 당시 그토록 안타까워했을 여성 시다가 지금쯤 40대가 되었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한국 사회 양극화와 여성'을 주제로, 여성의 빈곤화, 비정규직 즉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이 점점 여성에게 집중되는 여성 게토화 현상을 통계와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2부는 '한국 여성노동운동의 현실과 연대 모색'을 주제로 첨예하게 진행되는 여성운동과 여성노동자운동의 관계에 관한 토론이었다.

시간 흐름과 관계없이 2부의 토론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성'운동과 여성'노동자'운동, 새로운 관계맺음을 위하여

이날 토론회 2부에서는 남성중심의 현 노동운동판에서 배제되고 있던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이슈를 우선에 두고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첨예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논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와 다름아니고 또한 여성노동운동을 논함에 있어 '여성', '계급' 모순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지난하게 논쟁이 되었던 주제였다.


그 때문인지 여성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다른 견해들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도 참석한 토론자와 청중 대다수가 이 다른 견해에 동시에 동의하고 새로운 관계맺음에 대한 필요성을 나누는 자리였다.

‘여성’운동이냐, 여성‘노동자’운동이냐. “여성노동자운동은 ‘여성’노동자들이 주체이므로 그 자체로도 ‘여성’운동(신경아 상지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이나 또다시 한국의 여성, 그리고 노동자운동으로 넘어오면 새로운 관계맺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 그리고 노동자, 또한 가족 안에서의 여성과 사회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매시간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상황, 그러므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양립 불가능한 조건에서 양립해 가는 것이 여성의 삶에 내제된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신경아 연구원)”

"젠더적 문제제기 없이는 여성노동자 권리는 또다시 배제될 수밖에"

우선 여성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다른 해석들이 제기됐다.

첫째,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실천으로 정의하는 입장이다.

  조주은 한국여성연구소
조주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여성노동운동사의 빈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발제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것은 노동운동에서의 여성배제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선행된 연구자료를 보더라도 여전히 ‘계급’을 중심에 둔 실증주의적 연구방법을 중심에 둔 연구물들은 여성노동자의 위치를 보여주는데 한계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주은 연구원은 1923년 최초의 여성노동조합인 ‘경성고무여직공회’가 현재로 따지면 민주노총 쯤 될 법한 당시 상급단체인 조선노동연맹회에서의 탈퇴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실증주의적 연구방법을 지향하는 한 연구원이 당시 ‘경성고무여직공회’의 ‘조선노동연맹회’ 탈퇴를 여성노동자계급의 계급의식의 미성숙이라고 평가하며 노동자 계급 내 성별을 둘러싼 갈등지점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조주은 연구원은 “남성노동운동가들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성에 기반한 논리중심성, 모성본능의 신화와 동시에 여성의 성적대상화 등이 지속되는 한 대공장 정규직 남성노동자중심의 노동운동은 여성을 배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은 연구원의 주장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젠더 이슈와 성평등에 대한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남성중심적인 노동운동사에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는 배제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좀더 직접적으로 언급하자면 여성운동은 여성노동자 중심에서 벗어나 각 영역에서의 전투가 필요하다는 것.

성불평등을 다른 차원의 불평등과 억압으로, 외연의 확장

두 번째는 여성노동자운동을 여성운동의 중심에 두고 주변인의 입장에서 모든 사람의 평등, 인권으로 포괄하려는 입장이다.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는 "87년 이후 여성노동자운동은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 고용평등, 모성보호,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지원조치 확대, 여성노동기본권 확보라는 5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큰 도전에 직면해있고 여성 비정규직화, 빈곤의 여성화 등의 문제에 수세적 대항 차원에 머물렀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상림 대표는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은 여성노동자의 주변화와 빈곤화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임을 인정하면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확대하고 다수 여성을 주변적 노동력으로 내몰고 빈곤의 여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는 전술과 내용을 비중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의 양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있음에도 신자유주의로 인한 여성의 주변화와 빈곤화는 비중있게 다뤄야할 핵심 이슈라는 것.

한편 앞서 진행된 1부 '한국사회양극화와 여성'을 주제로한 토론에서 박수미 여성개발원 연구원은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임금의 34.7%, 여성 일용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임금의 28.5%에 불과하다"고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또한 "여성직종 성격이 강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일수록 이 직종에서 탈출하여 성통합적인 직종 또는 남성전형적인 직종으로의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즉 "여성노동의 게토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1부에서 박수미 연구원과 함께 발제를 한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여성직종 성격이 강한 직종에 있어서 비정규직, 노동유연화 현상이 극심했다"며 "대표적으로 항공사 스투어디스가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아 상지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2부 발제를 맡은 신경아 상지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여성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개로운 관계맺음을 위하여 생산의 정치와 생활 정치의 거리가 좁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저출산과 수유권, 양육 문제에서 나타나듯이 여성들이 노동자이자 어머니로서 살아가기 불가능한 조건에서 어느 한 쪽을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아 연구원은 "이들 문제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태일기념사업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조, 참여성노동연구소,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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