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 빼면 대부분 비정규직

학비노조, 12일 교육인적자원부 앞 세종로공원에서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

‘학교’라는 공간 속 비정규직의 영역은 넓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행정실장, 행정계장 등을 제외한 모든 직종이 비정규직이다. 육성회직, 체육순회코치, 병설유치원 종일반 교사, 영양사, 조리사, 전산보조 등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총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교사(특수교사, 보조교사 제외)를 제외하고 학교 안은 그야말로 ‘비정규직’ 투성.

  <학교 내 직종별 비정규직 현황>-25학급 중학교, 직영급식, 단위:명)

교육부 지침이라는 것의 ‘형식’에 대하여

지난 2004년 6월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묶여있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지침을 시달하였다. 교육청은 ‘학교 운영상 매년 계속 필요한 직종은 1년 단위 계약제로 운용한다고 명시’하고 신분상에 불안함 없이 실시하겠다고 하였음에도 실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바는 이와 다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년제 근로계약서 확정으로 고용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직종별로 근무일수를 차등 적용하며, 정규직과 여전히 차별 수당을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병률 학비노조 조직쟁의국장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99.9%가 여성인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모성보호 및 출산휴가는 지침일 뿐”이라며 “2004년 시달된 교육부의 지침은 처우개선에 대한 것이라고 명시만 되어 있을 뿐이고 근로기준법에 아주 기본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내용들로만 채워지는 등 실질적인 처우개선 내용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박병률 조직쟁의국장은 “특히 학교현장에서 행정실장을 비롯한 학교장이 근로기준법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어서 시달된 지침에 대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최근 학교장 및 행정실장에게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지만 학교장은 시달된 지침에 따를 뿐이라며 책임권한을 미루고 있어 교섭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급여 및 복리체계에 대한 불만도 상당

학비노조는 노조가 설립된 2004년을 기점으로 2008년까지 5년에 걸친 단계적 처우개선을 요구해왔으나 근로에 따른 호봉승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2008년 이후에는 아예 임금인상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비노조는 2004년 7월 1일 재계약 이후 그 해 12월부터 한 달간 전국 800여명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설문을 통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행정, 사서, 영양사의 월급여는 100만원에서 11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산, 교무, 유치원종일반교사의 월급여는 80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사 및 급식보조의 월급여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70만원선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재계약에 따른 만족도도 형편없다. 학비노조의 통계에 따르면 ‘급여 및 복리체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 4.8%에 불과하며, ‘급여 및 복리체계 모두 불만족’이라는 응답이 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06년 시작을 알리는 집회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비노조는 12일 교육인적자원부 앞에는 기자회견을 비롯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2006년 한해 학교비정규직 투쟁으로 이슈파이팅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교육인적자원부와의 단체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결의대회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학비노조는 지난 2004년 6월에 시달된 교육부의 지침에 대하여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59.2%가 재계약에 대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73.9%가 지침의 급여와 복리체계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교욱부가 현 실태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2004년 12월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각 시도교육청은 사용자성을 전면 부인하고, 학교장을 사용자로 내세우며 단 한차례도 교섭에 응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학비노조는 “교육부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성실교섭에 임할 것”과 “각 시도교육청에 대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을 독려하고 지도할 것”을 촉구했다.

  정혜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학비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바로 결의대회를 열어 “우리도 교육행정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학교 내에 자행되는 모든 부당 처우와 비인간적 처우에 맞서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2006년 총력투쟁 전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연대를 통한 학교민주화에 앞장 설 것 △2006년 상반기 비정규직권리입법보장 입법안 쟁취 및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투쟁 전개를 결의했다.

결의대회에서 정혜연 학비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가 방학했다고 편하게 쉬고 있는줄 아는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는 방학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방학이라고 편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김태진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학교에서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되는 것은 학교의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며 “부패와 비리로 점철된 지배구조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교육부가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학교민주화 실현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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