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간제 노동에 대한 ‘기간 제한 방식’의 채택
(1)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은,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정부가 처음 제출한 안은 기간이 3년이었고, 3년 경과 후 ‘해고보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3년이 2년으로 '해고보호 조치‘가 ’무기계약 간주‘로 변경된 것이다.) 다만 몇 가지 특별한 사유(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가 있는 경우에는 그런 ‘보호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무한정 기간제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2년 경과 시점에서 고용을 지속할지 여부는 사용자가 전적으로 결정한다.
(2) 법안의 문제점
① 기간제 노동의 주기적 교체
정부안이 일정 기간 동안에는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어 온 ‘상시고용 원칙’ 및 우리 노동법제의 해고 제한 조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기간제 제한 장치로 설명하고 있으나 정규직으로의 전환 여부를 사용자가 전적으로 결정하는 한 그것은 기간제 제한 장치가 아닌 기간제 교체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무기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차별시정절차가 작동하는 경우에도 다소나마 싼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정에 따라 일상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데, 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고 하겠는가? 이건 합리적 사용자를 전제하는 한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다. 이것은 경총이 작년 말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조사에서, 기간 도래 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11%에 불과하고 약 90%에 가까운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정부도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심사소위에 배포한 자료에는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은, "(3년에 비해) 교체 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촉진할 것“이고 심지어 ”비정규직 다수가 집단화하여 정부에 고용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사회문제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표명되어 있다. 정부는 기간 제한을 실시할 경우 2년보다는 3년이 낫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위와 같은 주장을 하였는데, 최종적으로 기간이 2년으로 확정된 지금 어떤 입장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
② 현행 규정과의 비교
한편 정부안이 마뜩치 않지만 그래도 현행 규정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것은 적절치 않은 지적이다. 우선,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진척되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간제에 관한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을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을 넘을 수 없고, 1년이 초과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의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바탕을 두면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이 1996년까지는 위와 같이 해석을 하다가 그 이후로 달리 해석을 하고 있어 위와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이 달라진 해석에 바탕을 두면, 기간제 노동자를 몇 년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다소 나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기간제가 지금처럼 820만명(김유선 소장 추산)에 이르러 그 규제 및 보호가 시급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간 설정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간제 노동에 대한 규제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현행 근기법상으로는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은 없고 이제 처음으로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기간제 규정을 마련하면서, 현행 규정을 중심에 놓고 그 보다 조금 나은 안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신,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안은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안이 아니라 오히려 기간제를 양산하고 기간제를 ‘공식적인 고용형태’로 추인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안이 아닌 것이다.
2. 파견 허용 범위 확대의 근거 마련
(1)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은, 현재 객관적인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의 요건을 주관적인 것을 가미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즉, 현재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로 정해지기 위해서는 파견법에 규정되어 있는 객관적 요소, 즉 △직접생산공정업무가 아닐 것, △전문지식 ․ 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일 것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날치기 처리한 법안에 의하면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노동부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주관적 요소를 갖추기만 해도 파견대상업무로 정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가 파견대상업무에 대해 애당초 제시한 내용은 네거티브 방식의 전면허용이었다. 이것이 노동계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자, 노동부는 2005년 12월 법안 심사 소위 심사 시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파견 대상 업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하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부의 그 같은 수정안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판단하였던지 조문을 다시 수정하여 최종 통과하였다. 그러나 객관적 요소를 주관적 요소로 전환시킨다는 애초의 취지는 그대로 살아 있다.
(2) 법안의 문제점
파견법 제5조에 의하면 파견대상업무는 시행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즉 노동부가 최종적으로 파견대상업무를 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파견대상업무를 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해 그 범위가 한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현행법에는 파견대상업무로 정할 수 있는 요건이 객관적인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26개의 파견대상업무가 파견법상의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것은 애당초 일본법을 베껴 만든 26개의 업무가 잘못 선정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파견법상의 요건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현행 파견법 제5조제1항은 파견대상업무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판 구실을 해왔다.
이것을 잘 아는 노동부는 파견대상업무를 늘이기 위해서는 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그 내용이 바로 수정안으로 제출된 것이다. 그 내용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객관적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는 파견허용 요건에 주관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노동부에게 파견대상업무를 결정하는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신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업무보고 시 노동부가 위와 같은 수정안을 제출한 이유는 파견제의 범위를 유연화하고 대폭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시인하였다.
이번에 통과한 내용은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의 노골성을 다소 감추기는 하였지만(‘인력 수급 상황’에 관한 규정은 삭제하였다) 그래도 주관적 요소의 가미라는 기본 취지는 그대로 살아 있는 것으로서(그 자체로는 범위가 한정되지 않는 ‘업무의 성질’이라는 규정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의도를 선뜻 알아채지 못하도록 위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조만간 노동부는 고삐풀린 망아지나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결국 노동부가 원래 구상했던 네거티브 방식은 우회적으로나마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 그것의 종국적 귀착지는 파견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중간착취의 만연 및 노동기본권의 무력화일 것이다.
3. 불법파견 시 솜방망이 제재
(1)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
날치기 처리한 법안의 내용은,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가리지 않고 2년의 기간이 초과한 경우에만 ‘고용의무’와 그 의무 불이행시 과태료(3,000만원) 부과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업무, 이를테면 △건설공사현장 업무, △선원의 업무,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은 하역업무 등에 대해서는 2년의 기간을 요하지 않고 발각 즉시 바로 고용의무와 과태료 부과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이 내용은 노동부가 원래 제출한 내용 중 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바뀐 것 외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열린우리당은 합법 파견의 경우에는 2년 기간 경과 후 고용의제를 적용하고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발각 즉시 고용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했었는데 최종 통과한 내용에는 그런 내용조차도 반영되지 않았다.)
(2) 법안의 문제점
이 문제에 대해 현행법은 2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고용의제’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불법파견에도 적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지만 노동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에 비추어 보면 위 법안의 내용은 현행법에 비추어 보아서도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날치기 처리된 법안에 의할 경우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은 파견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불법파견을 받은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데 대한 제재라고 해봐야 사업장의 사건 단위로 부과되는 총액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뿐인데 어느 사용자가 그 조치가 무서워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는가? 이런 사정을 놓고 보면 정부가 도대체 불법파견을 단속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파견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고 민주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고용의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고용의제는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사용사업주의 종업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파견노동자는 불법파견을 당한 시점부터 청구시점까지의 임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사용사업주가 고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부당해고의 진정을 하거나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최근 서울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불법파업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사업주가 부당해고를 행한 것으로 보았다). 한 마디로 노동자 개인에게 구체적 권리가 부여되고 노동자는 그것을 토대로 사용사업주에 대항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업주로서도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에 불법파견을 행할 의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사업주가 직접 고용을 이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직접 고용의 형태를 규정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이다. 날치기 법안에는 직접 고용할 경우 그 형태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업주가 직접 고용을 하겠다고 선언하고서는 ‘기간제 노동자’로 직접 고용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 즉 3개월짜리 직접 고용도 가능한 것이다. 실제 그런 꼼수를 부릴 사용자가 분명 나타날 것이다. 그럴 경우 노동부는 과태료를 부과할까? 이래저래 법의 구멍은 너무 크고 노동부의 의지는 미약하며 노동자의 신세는 처량하기 짝이 없다.
4. 차별시정
(1) 법안의 내용
법안의 내용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차별처우의 개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에 비해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은 근로자는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의 차별 시정명령이 확정되었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최고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차별 행위를 행한 그 자체에 대한 제재는 아무 것도 없다.
(2) 법안의 문제점
차별시정과 관련한 법안의 요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합리적인 차별’은 용인하겠다는 것으로서 그 수준과 기준이 문제가 된다. 정부는 그에 대한 기준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향후 노동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의 차별 의지가 약할 경우 이 조항은 그냥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게 된다.
그나마 차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직접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해야 한다. 그 과정이 매우 어려울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한 고용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장에 재직하면서 차별시정 신청을 할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퇴직 후에도 신청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동종 업계에 취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노동부가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차별시정 절차라고 하는 것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차별이 확정된다고 하여 사업주가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사업주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 것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이다. 차별을 행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일단 차별을 감행하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나중에 차별로 인정받으면 원래 이행해야 했던 것을 이행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하나도 손해 보는 것이 없다. 노동자가 차별 시정 절차를 밟기 어려운 점 및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차별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는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