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덤프노동자 도청앞 분신 기도

'현장작업의 취소와 작년활동에 대한 회의 때문' 추정

전주 완산구 상림동에 사는 덤프 노동자가 6일 오전 8시 30분경 전북도청 앞에서 차량에 불을 질러 자살을 기도했다.

덤프연대 전북지부 전주지회 부지회장인 이승대(53) 씨는 안면부에 화상을 입어 전북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주완산소방소 화재조사팀에 따르면, 이날 도청 앞 출근길 시민들이 소방서에 신고, 소방차량에 2분 만에 진화됐다.

[출처: 전주완산소방소 화재조사팀]

이번 분신 사건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이라는 게 이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덤프노동자들이 하루 10~15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시간, 10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운송단가와 치솟는 기름값 1인당 평균부채율 3천8백여만원에 이르며 월 평균 1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번에 분신을 기도한 이 부지회장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30년을 덤프 노동자로 살아오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작년 거센 덤프노동자들이 투쟁을 불어왔고 정부권고안을 받아들여 파업을 종료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삶의 현실은 참담했고 급기야 분신을 시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씨는 건설업 특성상 동절기 일자리가 축소되는 등 생활고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현장에서 작업취소를 시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도 무너져 상실감은 오히려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부지회장은 작년 덤프연대 결성 전부터 지역에서 활동해오며 노조 간부 직책을 맡으며 불리한 건설현장의 구조를 바꿔내고자 왕성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부지회장의 열성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꿔지지 않는 건설현장의 구조와 덤프노동자의 현실을 보며 실망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

전북건설노조 전상현 사무국장에 따르면 "작년 덤프노조의 기대감 있었지만 상실감이 컸던것 같다"고 전하며, "이씨의 경우는 오늘 일할 수 있는 기대감 마져 무너져 상실감이 더 컸던것 같다"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또한 "이씨는 평소 생활고에 대한 언급만 있었다"며 "오늘 현장작업의 취소와 작년활동에 대한 회의 때문인 것 같다"며 이씨의 분신을 안타까워 했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국건설산업연맹 전북지역본부(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발표하고 "덤프노동자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정부는 불법하도급 철패와 유가보조 등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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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언제나 이런 슬픔이 끝날수 있으려는지...

  • 독자2

    자살을 기도하셨다는 얘기인 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