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고용유연화에 저항하는 노학연대투쟁

[기고]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선 전국 전선 구축

2005년 11월 프랑스 사회를 강타했던 파리 교외 폭동에 이어, 전국적인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폭발하고 있다. 3월 10일밤 소르본대학을 점거중인 200여 명의 시위대가 프랑스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 당하면서, 1968년 혁명의 부활을 알리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국내외 언론 역시 이번 투쟁에 주목하지만, 여전히 피상적 보도에 머물고 있다.

[출처: http://www.internationalviewpoint.org]
프랑스식 고용유연화: 최초고용계약제(CPE)

이번 투쟁을 촉발한 것은 지난 1월 16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도입한 최초고용계약제(Contrat Premiere Embauche)였다. 명목상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번 조치는 2005년 20인이하 사업장에서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자유로운 해고를 허용하도록 도입한 고용계약제를 20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또한 빌팽 정부는 57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간확정 노동계약제(CDD)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실업률은 유럽연합 가운데 상당히 높은 편으로, 2006년 1월 현재 9.6%였다. 그런데 25~49세의 실업률은 8.7%인 반면, 15~25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무려 22.8%에 이르고 있다. 또한 지난 교외 폭동의 중심지였던 빈민지역의 실업률은 40%에 이른다.

이런 심각한 청년실업에 대한 우파 정부의 대응은 자본측에 유리한 고용유연화였다. 해고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2년 이내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청년층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논리였고, 이런 고용유연화는 20인 이하 사업장에서 25세 이하의 청년층, 더 나아가 57세 이상의 고령노동자 층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동유연화 반대투쟁의 폭발

1월 빌팽 정부의 CPE 도입 발표 이후, 직접적 피해 대상이 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투쟁이 촉발되기 시작했다. 2월 7일 1차 투쟁에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이 참여하는 대중투쟁을 통해 CPE반대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프랑스의 학제상 2월 방학기간 중에도 투쟁의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더욱 확산되었다.

3월 7일 전국 160개 도시에서 100만 명이 참여하는 2차 전국투쟁이 조직되었다. 이들은 가두투쟁을 넘어, 40여 개 대학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시위대는 프랑스 68혁명의 진원지였던 낭테르 대학과 소르본 대학을 점거했다. 그러자 3월 10일밤 프랑스 경찰은 소르본 대학에 진입하여 점거농성자들을 강제 해산하였다.

이런 정부의 탄압에 맞서 3월 14일 소르본대학 강제해산 조치에 항의하는 투쟁이 벌어졌고, 3월 16일에는 학생 대오를 중심으로 전국투쟁의 날이 조직되었다. 더불어 국제반전행동의 날인 3월 18일에도 전국적인 투쟁이 벌어졌다.

이번 투쟁에는 일차적으로 전국학생연합(UNEF)이 전국적 투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3월 16일 현재 전체 80여 개 대학 가운데 68개 대학이 동맹휴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더불어 학생투쟁은 노동조합투쟁과 결합한 노학연대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요 노총들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프랑스 공산당계의 좌파노총인 노동총동맹(CGT)은 3월 30일 전국파업 및 집회투쟁을 결정하였지만, 학생들은 일정이 너무 멀어 투쟁의 동력을 상실할 우려를 표명하면서, 3월 23일 24시간 파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회당계 중도파 노총인 민주노조연맹(CFDT)은 이번 투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 주요 투쟁일지
- 2월 7일 : 전국행동의 날 - 40만 동원, 주요 노총 + 대학생 및 고등학생
- 3월 7일 : 100백만명 160개 도시에서 가두시위, CPE 철회요구, 주요 노총, 학생, 공산당 및 좌파, 사회당 가세, 40여개 대학 점거농성 돌입
- 3월 10-11일 밤 : 프랑스 경찰 소르본 대학 침입 및 농성자 철거
- 3월 14일 : 소르본 강제퇴거 항의 투쟁
- 3월 16일 : 학생행동의 날
- 3월 18일 : 국제반전행동과 결합된 노동조합 투쟁

역사적 배경 - 최근 프랑스의 주요투쟁과 대중투쟁의 역동성

최초고용제에 반대하는 노학연대투쟁의 대중적 폭발은 현시기 유럽에서 프랑스의 민중운동이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프랑스 학생운동의 경우 역사적으로 1968년 5월혁명의 주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986년과 1994년 학생투쟁으로 정부의 후퇴를 강제한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1994년의 경우 CPE와 유사한 입법시도에 반정부투쟁을 통해 우파정부를 좌절시켰고, 이 투쟁은 1995년 연금개악반대 공공부문 파업투쟁("불만의 겨울")의 전조가 되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1995년 알랭쥐페 정부의 연금개악 기도를 좌절시킨 대중투쟁 이후, 2002년 극우 르펜 반대투쟁과 2003년의 제2차 연금개악 저지 및 민영화 저지 투쟁, 2005년 신자유주의적 유럽헌법 저지투쟁 등 주요 대중투쟁의 경험적 축적의 역사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번 CPE반대투쟁이 폭발한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 민중·사회운동은 우파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선 전국적 전선을 구축하는 성과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도의 틀에 갇힌 공산당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로 선회했던 사회당마저 반신자유주적 전선으로 복귀시키는 대중적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의 대중적 확산은 정치적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사회당 좌파와 공산당, 트로츠키주의 좌파 등 정치적 좌파와 노학연대를 주축으로 한 좌파적 사회운동의 전투적 결합은 프랑스 사회와 정치의 지형의 근본적 변화와 반자본주의적 대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성명서] 150만 시위대의 목소리 : 총리, 최초고용계약제(CPE) 철회하라

빌팽 총리, 최초고용계약제를 철회하라!

다시, CPE반대투쟁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CPE 철회를 원하다는 점을 총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15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쳤다.

수많은 행진대오가 1만명, 아니 10만명을 넘었고, 파리에 35만명, 마르세이유에 13만명, 보르도 7만명, 툴루즈 5만명, 낭트 4만5천명, 렌과 릴 3만5천명, 카앵과 리모주에 2만명 등이 참여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160건 이상의 행진이 벌어진 이날은 총리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반CPE투쟁의 승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CPE 철회를 요구하는 거리의 목소리와 여론이 전하는 메시지에 계속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주에는 더욱 확대되는 새로운 운동에 직면할 것이다. 3월 18일은 투쟁의 절정이기는커녕, 단지 새로운 동원투쟁의 발판일 뿐이다.

현재 67개대학이 CPE에 반대하는 동맹휴업에 들어 있다. 프랑스 전국학생연합은 전국의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투쟁을 지속하고 동맹파업운동을 확장시킬 것을 요청한다. 더불어 CPE의 전면철회를 쟁취하기 위하여 노동자들과 나란히 투쟁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

2003년 3월 18일
프랑스 전국학생연합(UNEF)
덧붙이는 말

원영수 님은 노동자의힘 기관지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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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shin

    솔직히 피상적이긴 마찬가지인 글이군요. 그동안의 수많은 투쟁이 계속 실패한 투쟁이라는 점, CFDT는 물론이지만 CGT도 이 싸움에 적극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는 점, 사회당은 지난해 유럽헌법 지지했다가 완전 박살나고 이번에 어떻게 좀 해보려고 하지만 막상 시위대 가운데는 사회당도 똑같은 놈들로 보는 시각이 꽤 있다는 점, 이번 사건은 대선 구도를 의식한 드빌팽의 원맨쇼적 성격도 분명히 있다는 점, 그래서 사르코지 같은 좀더 우파적이자 잠재적인 드빌팽의 대선 라이벌은 내놓고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고 눈치보고 있다는 점 등등등 이런 것들도 거론해야 '이른바 피상적 보도'와 차별성이 확보되는 거라고 봅니다.

  • 정독자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글에 인용하신 통계중,
    "3월 16일 현재 전체 80여 개 대학 가운데 68개 대학이 동맹휴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 부분은 출처가 어디인가요?
    20일자 르몽드에 따르더라도,
    "UNEF는 84개 대학중 67개 대학이 휴업이라고 밝혔다"는 부분이 나오지 않나요?

  • 그런가

    공산당이니 사회당이, 필자가 말한 "대중적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자픈 대로 보는 거 아닌가. 유럽에서는 좌파세력이 제도화된지 오래지만 동시에 그들이 대중을 못 따라가고 있는지도 꽤 되었는데......

  • 그렇다

    글을 제대로 읽고 있기는 한가요?
    다시 보세여~

  • soir

    프랑스 연대주의 공부하던 중에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발표 준비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기사 같아요. 담아가겠습니다. 혼자만 운영하는 비밀 클럽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주소는 명시하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