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철도공사 및 17개 자회사와 8개 역사주식회사의 설립, 운영 실태를 조사한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를 22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최근 KTX 승무업무를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위탁받은 'KTX관광레저'에 대한 조치 사항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감사원은 감사 실시 개요와 관련, "2005년 1월 1일 한국철도공사로 출범하기 직전의 구 철도청이 공기업 출자회사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을 위배, 1년여 간 12개의 출자회사를 신설하여 모두 17개 회사를 운영 및 관리하고 있어 출자회사 설립 및 운영 관리의 타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철도공사는 부실자회사 KTX관광레저를 매각 또는 청산하라"

KTX관광레저의 설립과 관련해서는 "당시 관광업체 수는 증가한 반면 철도관광상품 판매 실적은 감소하는 추세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고, 2003년도 여행사의 평균 관광열차 상품 판매금액이 1억 7천여 만원에 불과했는데도 구 철도청은 전체 관광열차 상품 매출액 117억 원(68배 규모)을 모두 독점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등 수익성을 과다 전망한 채 설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중 계획한 12개 사업 중 항공권판매사업 등 9개 사업은 실적이 전혀 없어 3억 8,282만여 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거의 대부분의 철도공사 자회사의 설립과 운영에 정부 방침의 위배와 부당한 방법으로의 출자금 조달 등 부실한 출자회사 양산의 문제점이 드러나, 감사원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KTX관광레저를 포함한 5개 회사의 지분을 매각 또는 청산하는 정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치 사항을 권했다.

특히 'KTX관광레저 주식회사'에 대해 "여행객은 줄어든 반면 여행업체는 증가하여 여행업을 통한 수익창출이 곤란"하고 "철도관광상품의 매출증가 전망이 불투명"하며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판매수입을 과다 예측하는 등 형식적인 수지분석을 실시"했다고 혹평했다.

철도공사, "KTX관광레저 청산할 계획 없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시점은 계열사 중 11개 회사가 설립된 지 6개월 미만의 상태여서 정확한 경영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감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 10여 개월 동안 대부분 회사가 흑자로 전환했다"고 반박했다.

KTX관광레저에 대해서도 "사업초기인 2004년에 3억 8천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2005년 회계연도 가결산 결과 흑자로 전환되는 등 건실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고 특히 여행업은 철도와 연관성이 크다"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 아울러 "철도공사는 KTX관광레저를 청산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통폐합 대상 계열사가 아님을 재확인했다"며 감사원의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KTX지부, "KTX관광레저 흑자 전환은 철도공사의 노골적 특혜에 의한 것"

이에 대해 KTX열차승무지부는 즉시 성명을 내고 "KTX관광레저의 흑자 전환은 철도공사의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의해 위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TX지부에 따르면 철도공사가 임직원 해외연수를 대부분 KTX관광레저 측에 넘겨주는 특혜를 주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KTX지부가 공개한 한국철도공사 일일업무현황 보고 자료에 의하면 철도공사는 직원 국내/국외 연수를 정기적으로 KTX관광레저에 맡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KTX지부는 "KTX관광레저의 다른 사업도 모두 철도 관광열차 운행사업과 관련한 것으로 원가계산 및 견적 등에서 특혜가 없는 것인지 세심한 감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TX승무원의 위탁과 관련해 "더욱 노골적인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며 △승무원 운영 능력이 없는 KTX관광레저에 승무원 운영 경험이 있는 임직원을 파견하는 것 △철도공사 직접 고용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자회사로 무리하게 위탁하고 있는 점 △유통전문 기업인 철도유통으로부터 KTX 내 판매사업권을 회수해 KTX관광레저에 준 점 △승무원 1인당 도급위탁계약이 아닌 총액 위탁계약 체결 등을 '특혜'의 근거로 들었다.

KTX지부는 "이같은 여러 가지 특혜를 입고서도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것"이라며 "철도공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수용해야 하며, 승무원 운영상 분리될 수 없는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과의 협업관계를 고려해 KTX승무원들을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