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철도공사 사장, "이제는 딸들과 헤어져야 할 때"

KTX승무원 가족들에게 편지 보내 해고 암시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지난 6일 파업중인 KTX승무원들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편지에서 이철 사장은 "헤어져야 할 순간", "돌아올 배는 없다"는 등 해고를 암시하는 표현을 담아 승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파업중인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322명 전원에게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일이 있다. 파업 승무원 전원을 범죄자 취급을 하여 책 한권 분량의 범죄사실을 보내더니 이제는 해고편지를 직접 쓰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이철 사장은 승무원들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안타깝게도 우리의 귀한 딸들과 헤어져야 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옴을 느낀다"며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딸을 마지막으로 한 번 잡아 보려는 부정(父情)의 마음에서 솔직하게 제 마음을 가족 여러분께 전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라고 썼다.

아울러 "기어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어 가는가, 스스로 반문하며 제가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 또한 최극점까지 왔음을 고백한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내놓고 오랜 시간 동안 승무원들의 판단을 기다려왔다"는 말로 해고를 암시했다. 이철 사장은 "퇴로는 오히려 제가 없다"고 쓰면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막히면 돌아갈 줄도 알아야", "가족 여러분이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철 사장 편지, '당신 딸 단속해라'"

이에 KTX승무원들도 7일 이철 사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승무원들은 "누가 벼랑 끝으로 달려갔는가? 철도공사와 자회사들이 승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승무원들을 조직폭력배 수준으로 매도하는 KTX관광레저, 보도자료를 반들어 뿌리는 철도공사, 사실처럼 주장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사장의 태도를 보면서 철도공사가 이런 조직인가 하는 절망을 느낀다"면서 "모든 탄압들을 철도공사가 지휘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준법투쟁 당시 사복근무를 이유로 KTX승무원들에게만 승무정지를 시키고, 선전물 배포를 이유로 우편으로 해고 통보를 하는가 하면 문자를 통한 직위해제, 체포영장, 고소고발 등의 탄압을 해왔다. 파업 승무원 322명 전원에게 가처분 신청서를 보내고, 책 한 권 분량의 범죄사실 요지를 승무원들의 집으로 우송한 일도 있으며 3월 27일에는 경찰을 동원해 승무원들을 강제 진압하기도 했다.

승무원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탄압을 탄압이라 생각하지 않고, 불의와 거짓에 대한 저항을 노동자들의 정당한 기본권이라 생각하지 않고, 정당한 교섭을 대화라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설득과 훈시를 대화라고 주장한다면, 승무원들은 끝까지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거짓주장에 맞서 저항하고, 탄압에 맞서 저항하고, 생존권을 빼앗으려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