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보류...끝이 아니다
노동부가 이명박 당선자의 ‘친기업 정책’을 중심으로 한 노동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이런 노동부의 행태는 인수위 쪽에서는 구체성의 결여로 매를 맞고, 노동계에서는 “오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진행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노동부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을 제시했으며, ‘노사민정’ 대타협 등 노사관계 확립방안 등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관련해 인수위는 “노동부의 업무 보고서에는 적시되었으나 구두 보고는 되지 않았고, 구체적 논의도 없었다”라며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인수위 측이 노동부의 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보류’하겠다는 것으로 언제라도 논의가 가능하게끔 통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이에 ‘친기업’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이명박 정부는 작년 한 해 사회문제의 핵심으로 드러나 더욱 민감해진 비정규직 문제를 총선 때까지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이후 재논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시장에 의한 해결”을 말하며,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당선자 공약 실현에 목 매 ‘무파업’ 세상 만들려는 노동부
인수위에서는 노동부의 민간을 포함한 ‘노사민정’ 대타협 방안 제시에 대해 “새 정부 핵심추진 과제인 경제 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대와 역량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인수위 내에 별도 실무 TF를 구성하고 새 정부 출범 즉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 노동부가 제기한 ‘지역단위’ 노사민정 파트너쉽 체계 구축은 이명박 당선자가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 그대로 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집에서는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 노사의 원활한 대화가 중요하다”라며 “먼저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이명박 당선자는 “이 협의체 내 평화협약이 준수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라며 “노사민정 타협이 이뤄진 무파업 지역에 대해서는 지방교부세 등 정부의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결국 노동부와 인수위가 입을 모은 ‘노사민정 파트너쉽’ 구축은 지자체를 압박하는 무기로 사용되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지방교부세까지 이용해 만들려는 ‘무파업’ 정책인 것이다.
노사민정 협의체에 이석행, “일방적 통보에 안 들어오면 나쁜 놈 만드냐”
이에 노동계의 비판은 당연히 잇따를 수밖에 없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9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흐름으로 봐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은 “다 만들어 놓고 난 뒤에 참여할 거냐 말거냐를 물어본다면 (노사민정 협의체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우선 노정간의 교섭이 선행되고, 노사간 교섭이 선행되는 과정 속에서 노사정이든 노사정민이든 그 상황에 따라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의 노사정 같은 경우를 보면 의제나 이런 부분을 정부가 선정하거나 아니면 사용자 측이 선정한 부분을 갖고 나와서 민주노총이나 노동계의 참여를 요구해 왔다”라고 지금까지의 노사정 대화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이석행 위원장은 “한 번이라도 (민주노총과) 조율을 하면서 얘기를 하는 것 하고, 일방적으로 아무런 통보나 얘기 한마디 없이 하겠다 해놓고 나중에 들어와라, 안 들어오면 나쁜 놈이다라고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이석행 위원장은 “노동부가 오버하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차별의 문제”라며 “사용사유 제한제도가 선행되면 기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석행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혜적 얘기를 자꾸 하시는 것 같은데”라며 사용사유 제한제도와 차별시정의 노조 요구 가능 등을 비정규법 개정의 방향으로 다시 한 번 제기했다.
한편, 이명박 당선자가 노동계와 만남을 갖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석행 위원장은 “그런 얘기 들은 바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