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제 사실상 폐지...교육계 반발

교육계 "안전장치가 해제된 실험장으로 몰아가는 섣부른 실험 중단"촉구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2일 수능등급제 개선 방안을 발표해 2009학년도부터 등급제와 원점수, 백분위를 병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었던 수능등급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당선인이 밝혀왔던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의 첫 단계로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고 대학에 학생부 및 수능반영율을 자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수위는 "수능등급제를 둘러싼 혼란을 조기에 합리적으로 종결하겠다"며 "보완조치가 수험생의 학습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방치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만큼 올해 고3부터(2009학년도입시)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계는 인수위의 발표가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인수위의 수능등급제 폐지는 초법적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고 수능등급제 폐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전국대학교 입학관련 처장협의회는 수능등급제 폐지는 2010으로 할 것을 인수위에 요청했고 상위권 7개 대학들이 이에 반발했음에도 인수위가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위권 7개 대학의 이해를 대변하는 폐지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는 "수능등급제는 1,2점의 치열한 한줄 세우기 입시 경쟁과 사교육에서 벗어나 고교교육 정상화에 그 근본 취지가 있었다"며 "시행 첫해인 올해 폐지를 얘기하고 있으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과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수능등급제 폐지와 함께 발표된 대입3단계 자율화 조치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도 심하다.

인수위는 "올해 상반기에 대입업무를 대학협의체에 이양하겠다"며 "2010년 대입전형기본계획부터는 대학협의체가 수립,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수능 응시과목 축소 등 2단계 조치를 거쳐 2012년 이후에는 대입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수위는 "대입 3단계 자율화를 통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특성을 계발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교교육을 통하여 불필요한 학습부담 없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입자율화와 수능 과목을 축소되고, 대입제도 자율화로 학교교육이 살아나고 사교육이 줄어들어 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 범국민교육연대, 사립학교개혁을위한국민운동본부,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교육단체는 22일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 기조를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평등화장치로서의 제도교육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공공적 안전장치들을 해제시키고 있으며,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적 사회공학 속으로 교육을 실종시켰다"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도입 이래 논란이 되었던 교육논리와 시장논리 간의 대립에서 교육은 시장에 의해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모든 국민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공공적 사안"이라며 "인수위는 교육주체들을 안전장치가 해제된 예측 불가능한 실험장으로 몰아가는 섣부른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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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인수위 , 무한경쟁 , 대입3단계 자율화 , 수능등급제 , 승자독식 , 고교교육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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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현

    -_- "교육계"라고 뭉뚱그리니까 마치 교육관련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전부다 수능등급제 폐지에 반발하는 것 같네요.
    기사 내용상으로는 수능등급제 폐지에 반발하는 게 아니라 인수위가 발표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반발인 거 같습니다만? 기사상으로만 봐도 수능등급제에 관련해서 입장이 나온 건 전교조 뿐인데요-;; 표제를 수정해주시면 안 될는지.

    저도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지만 수능등급제는 없어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경쟁 자체를 없애고 대학을 평준화하거나 현행 입시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시전형의 방법으로 쟁점을 돌려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능등급제"(이 자체에 직관적으로 불합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약점입니다.) 가지고 싸우는 건 오히려 악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수빈

    공현님, 지적 감사합니다. 교육단체들이 인수위가 발표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반발한 것 맞습니다. 인수위가 발표한 교육정책은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이었고요. 그 3단계 방안의 첫단계가 사실상의 수능등급제 폐지였습니다. 이는 2009학년도부터 적용되는데요. 인수위는 1,2,3단계에 거쳐 이후 2012년까지 대입 완전 자율화까지 이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사견이 들어갈 것 같아서 덧글은 여기까지로 줄이고 공현님 생각에 맞기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