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점수 없으면 2015년도부터는 대학 못간다

"영어는 더이상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획득해야 할 그 자체"

2015년 대학입시 부터는 말하기,듣기,쓰기,읽기 4영역을 모두 평가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제도가 도입된다. 이명박 당선인의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30일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열어 "문제풀이 위주의 수능 영어를 대체하기 위하여 실용 영어가 강화된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하여 약 1조 7천억원을 지원해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전용 교사를 2013년까지 2만3천명 신규 채용하는 한편 영어 수업 확대, 영어 교과서 규제 완화 등 교육과정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수위는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교원, 교육과정, 교육환경 개편을 통해 정규 영어수업을 개선하는 종합적이고, 근본적 개선을 목표로 추진한다"며 교육환경의 종합적 개편을 예고하고 "공교육 여건 개선과 법령 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범국가적 정책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4조원을 투입, 범부처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수위는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기본 생활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영어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수위는 영어전용교사 자격제도 등을 통해 2013년까지 2만3천여명을 신규채용하는 한편 현직 영어교사들에게는 심화연수를 제공해 교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도 확대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2010년부터 영어를 영어로 하는 수업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확대하겠다고 인수위는 밝혔다. 이는 초등교육과정 개편을 의미한다. 이로써 2010년까지 3-4학년이 2011년까지 3-6학년이 모든 영어수업을 영어로 실시하겠다는 것.

중고등교육의 경우 2010년 중2, 고1학년들이 영어를 영어로 하는 수업을 본격화하여 2012년 중,고교 모든 영어수업을 회화 중심으로 가져가겠다고 인수위는 밝혔다. 이를 위해 영어수업 가능 교사를 2012년 이후까지 11,500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영어평가점수 없으면 대학 못간다", "학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한편 인수위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초등고 교육과정에서의 교육과정 개편 특히 영어과목과 관련한 교육과정 개편으로 축소해 발표했지만 사실상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과 맞물려 대학입시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우려의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인철 전교조 부대변인은 "영어교사 이외에 영어전용교사를 확보하는 방안과 관련하여 기존의 교사들에게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현재 교육과정은 교과목별로 균형있게 배정되어 있는데 영어의 수업시수를 배로 늘리면서 다른 과목의 교육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인철 부대변인은 뿐만 아니라 공청회에서 반대의견을 가진 교육인사 배제와 관련하여 "인수위의 교육정책 발표 방식이 사전의 정밀한 여론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어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덧붙여 비판했다.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은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는 대입3단계자율화 방안과 따로 분리해 볼 수 없다"며 "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과목을 없애 수능과목축소방안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영어평가시험으로 이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호 운영위원은 "영어평가시험이 일종의 면허증과 같은 것으로 평가점수가 없으면 수능시험 자체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영어 선행학습 열풍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호 운영위원은 또 "영어전용교사 채용의 경우 단기 양성과정을 통해 한시적 기간만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학교의 교육 노동이 단기계약근로로 점령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학교전반의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호 운영위원은 "인수위는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과 모든 국민이 영어 평가받아야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논리"라며 "영어는 더이상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획득해야 할 그 자체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

"영어로 등급화된다", "영어는 획득해야할 그 자체다"

<포인트 1>-"영어로 등급화된다"

이철호)영어를 외부 평가로 등급화를 하려면 사회적 용도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용도로는 첫번째 대학입시가 있을 것이고 또 승진시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입자율화 방안 3단계를 보면 수능에서 영어과목이 폐지 된다. 이를 연결해 보면 수능의 영어과목이 국가영어평가시험으로 대체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능과목이 축소된다고 인수위에서 선전해왔지만 사실상 영어평가시험이 일종의 면허증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기본 1,2등급은 되어야 소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고 중학교 1,2학년까지 영어평가시험 등급을 따놓기 위한 선행학습 열풍이 조장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현재 영어 한과목 당 사교육비를 약 15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사교육비를 17~20조로 잡고 있는데 비하면 영어관련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로 넓혀서 본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포인트2>-학교 교육 노동 구조조정 야기

이철호)영어전용교사를 새로 채용한다고 한다. 총2만3천명이다. 기존 교사를 쓰지 않겠다고 한다면 기존 교사는 다른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영어 한 과목을 위한 원어민 교사 숫자도 이미 상당하다.

인수위가 밝힌 영어전용교사 채용은 단기 양성과정을 통해 한시적 기간만 고용하는 단기계약근로 형태의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적어도 영어과목에 있어서는 학교의 교육 노동이 단기계약근로로 점령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학교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 현재 초중고에 교장,교감,사무직을 제외하고 수업하는 교사만 30만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1/10에 해당하는 2만3천을 비정규직으로 뽑겠다는 말이다. 지금도 학교 교육 현장에는 비정규 인력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몰입교육이 반발에 부딪치고 있지만 몰입교육이 수학,과학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영어과목만이 아니라 과학,수학 등의 과목까지 영어볼입교육이 진행되면 비정규근로 형태의 교사로 대체될 것이고 결국 학교의 모든 노동이 비정규 단기계약으로 전환될 것이다.

인수위는 영어가 글로벌 시대 중요하다며 영어 수업의 중요성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과 모든 국민이 영어로 평가 받아야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논리다. 영어가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획득해야할 그 자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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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학벌없는사회 , 인수위 , 영어 , 영어공교육로드맵 , 몰입교육 , 교육노동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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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민서

    세상은 점점 돈 없는 자들이 치고 올라올 수 없는 울타리만 높게 쌓네.
    가슴이 턱턱 막힌다.
    영어로 중무장시켜놓으면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는건가?
    선진국을 따라갈 준비가 되있는 나라는 이렇게 무모한 선택 안할꺼야.

  • ㅡㅡ;

    밑에 권민서님 말에 공감합니다. 아직 우리나라가 영어 공용화 되지도 않았으면서, 영어못한사람 대학가지 말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