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 측이 백혈병 치료제의 국내 공급 가격을 원가보다 최대 36배 이상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한국백혈병환우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보건의료 및 환자단체들이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약가 거품' 논란을 빚고 있는 스프라이셀의 원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 원가는 1정당(70mg) 최대 1천89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BMS 측은 지난 달 14일 2차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1정당 최고 6만9천135원에서 최저 6만2천 원을 협상가로 제시했고, 2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3차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도 BMS가 이 가격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BMS "연구개발 비용 빠졌다" vs 환자단체 "다 합해도 1만9천원 안 된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프라이셀의 화학구조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비는 약 540원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부형제(밀가루 등) 가격을 화학구조물 재료값 540원과 똑같이 책정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스프라이셀 원재료비는 1천80원"이라고 스프라이셀의 원가를 공개했다.
이들은 "여기에 일반적으로 완제품 가격의 1/2 수준인 인건비와 1/4 수준인 생산 제반 비용을 포함해도 스프라이셀의 완제 생산 단가는 최대 1천89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BMS 홍보실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이 빠져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단체들은 "R&D 투자 비용 회수 및 재투자,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여 산출되는 약의 판매가는 일반적으로 완제품 단가의 3~10배 정도에서 결정되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고려했을 때 완제품 단가의 10배를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스프라이셀 1정의 최대 가격은 1만8천900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BMS 측은 이에 대해서도 "단체들이 주장하는 식의 가격 결정이라면 모든 의약품들이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편, 약가 결정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국BMS 측은 스프라이셀 원가를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BMS 홍보실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사안인데, 스프라이셀의 원가를 공개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아파트도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스프라이셀 약값 기준, 신(神)만이 안다"?
현재 스프라이셀 뿐만 아니라 에이즈 치료제인 로슈 사의 '푸제온' 역시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제약사의 '버티기'로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스프라이셀과 푸제온 모두 진료 상 반드시 필요한 필수약제이지만, 제약회사의 '묻지마 요구' 속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혈병과 에이즈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
때문에 환자.보건의료단체들은 약가 결정의 합리적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변창석 약가급여조정위원회 조정위원은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약가 결정의 기준을 묻는 단체 회원들의 질문에 "조정절차 상의 명시적 기준은 없다"고 인정하며 "적절한 가격이 무엇인지는 신(神)밖에 모른다"고 말해 단체 회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단체 회원들은 변창석 위원의 발언에 대해 "그럼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제사라도 지내자는 거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이에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성환 약제급여조정위원장이 "신만이 알겠지만, 세상만사 분명한 게 어디있겠냐"며 "좀 더 지켜봐달라"고 말하자 단체 회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보건의료.환자 단체들은 이날 스프라이셀의 원가를 공개하며 "원가가 2천 원도 안 되는 약 가격이 7만 원으로 뻥튀기 되는 것이 신이 원하는 가격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금값의 뻥튀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