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괴담'과 '식코' 사이

[칼럼] 괴담이 진실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어찌하오리까

소극적으로 미드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나는 특히 미국의 의학 드라마를 즐겨본다. 유명한 시리즈인 CSI와 같은 범죄수사물은 잔인함 때문에 싫어하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와 하우스같은 의학 드라마는 시간이 허락하면 꼭 챙겨볼 정도로 푹 빠져 있다.

그런데 어제 식코를 보고 나니 이 두 드라마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에 빠져 버렸다. 화려한 의학장비와 기술로 무장한 두 드라마에는 ‘현실’이 비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코는 말한다. 돈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라고 말이다. 1970년대부터 의료보험을 민간에 넘긴 미국은 국가에서 의료정책을 시행하면 마치 사회주의국가가 되는 것처럼 미국민에게 선전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의료는 민영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의 결정이 전체 파산자의 50%가 의료비와 질병문제로 발생하게 될 현실을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료보험이 민간기업의 손에 넘어가면서 간단한 처방에도 수십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하는 미국 의료의 현실은 치료중인 환자를 길거리에 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어떻게든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환자의 모든 과거 병력을 조사하고 의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만을 내린다. 또 보험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병원에선 치료조차 받을 수 없고 그래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다 죽기도 하는 상황들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이클 무어는 카메라를 들고 쫓아간다. 어떤 이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 거짓으로 캐나다친구와 사실혼 관계를 맺는다. 그래야만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1테러 당시 생존자들의 구출에 앞선 구조원들도 치료를 받지 못해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로 향한다. 그리고 외친다. “악당들만큼만 치료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결국 이들은 쿠바의 한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게 된다.

감독의 카메라는 아메리카대륙을 벗어나 프랑스로 향한다. 모든 의료 서비스가 무상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도 무상교육, 국가에서 보모까지 지원해주는 상황에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식코는 미국의 참담한 현실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하지 않겠냐고 묻고 있다. 또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다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수돗물 괴담’에 이어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에서 ‘의료민영화 괴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민영화’ 추진은 사실이 아닌 괴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당연지정제는 폐지되지 않을 것’이며, ‘민간보험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가입자 정보 교환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건강보험 민영화’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1일 논평을 내고 ‘의료민영화 정책’을 비판했다. 현재 건강보험이 60%정도를 보장하고 나머지는 개인 부담금으로 되어 있다. 이미 사보험 회사들은 10조 원정도의 시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보장을 넓히는 계획이 아닌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획재경부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의료부문에 있어서 외국 법인 도입과 공·사보험 정보공유를 명시한바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와 기획재경부간의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두 부처의 힘겨루기 싸움을 지켜봐야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괴담’이 더 이상 괴담이 아닌 현실처럼 다가오는 것은 정부의 해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부터, 수돗물 민영화, 의료 민영화 그리고 FTA까지 모든 것이 '선진국'을 향해 갈 뿐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한선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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