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국노총과 경총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대책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책회의 실무추진을 맡은 노사정위는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에게도 참가를 제안했다. 대책회의는 △(노사간)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및 일자리 나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사정과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학계가 모여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내자는 것이 목표다.

노사민정이라는 대화 틀에 대해 민주노총은 회의적이다.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한 급조된 사진 찍기용 회의라는 것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상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나 최저임금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노동자의 고통분담이나 양보와 희생만을 전제로 하는 합의문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태도변화부터 요구했다. 22일 김대모 노사정위 위원장은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대책회의 구성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참가를 요청했다. 진영옥 직무대행도 “김대모 위원장이 어제 전화를 해 논의 틀을 노사민까지 확대 했고, 경제위기 의제를 평상시에 논의하는 위상이니 여기에 참가해 달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진영옥 직무대행은 김대모 위원장에게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를 배제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어 정부에 대화의 의지가 전혀 안보인다. 노사정위원장이 정부의 태도변화 부터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진영옥 직무대행은 이번 비상대책회의 참가 제안에 대해서는 “일단 제안이 들어 왔기 때문에 설이 지난 후 상집, 중집 등에서 논의는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영옥 직무대행은 “제안한 그 회의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민(사회 단체, 학계 등)이 어떤 단체들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노사정위원장이 정부 정책에 대해 브레이크 거는 역할부터 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사정위는 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대모 위원장이 15일 민주노총을 찾아갔을 때도 민주노총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영옥 직무대행은 “노사정위가 새해 인사에서도 그런류의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다 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제안을 해 오셨으니 검토는 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영옥 직무대행이 김대모 위원장에게 역할을 주문했기 때문에 정부의 태도가 바뀐다면 노사정위의 해석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2월3일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한편 노사정위는 오늘(23일)중으로 민주노총과 여타 대표성 있는 단체들과 종교계, 학계 등에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참가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박영삼 노사정위 기획위원은 “어제 노사정 간사들이 모여 시민, 종교, 학계 등 가능한 폭넓은 단체들에 제안을 하고 가급적 극우나 극좌적인 단체는 제안 대상에서 배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비상대책회의는 30일 이전에 참가단체를 확정하고 1일 대표자 회의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촉박해 2-3일 정도 늦춰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