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하자는 소리다”
“절대 비정규직 문제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 당정이 밀어붙인다면 투쟁 하겠다”
29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노총을 찾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쏟아 부은 말이다. 이날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은 한국노총 7층 대회의실에서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장석춘 위원장의 모두 발언에는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가 시종일관 계속됐다. 장석춘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에 대한 강력한 비난으로 말문을 열었다. 의례적인 환영의 말도 없었다. 이날 장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의 비정규직법 등 강공 드라이브와 24일 있었던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2-3월 대란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번 노총이 경총과 함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대 대타협을 준비했는데 이틀 뒤에 노동부 장관은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장 위원장은 “이 정부가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이것은 전쟁을 하자는 소리다”라고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장 위원장은 또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면 노동계와 사회단체와 합의도 필요하고 듣겠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듣는 자세가 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비정규직 부분이 7월1일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실제 통계자료에도 정규직 전환비율이 상당히 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왜 대란이 온다고 하는가? 당정 간 협의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국민적인 저항이 클 것이다. 한국노총은 절대 그 부분을 양보할 수 없다. 당정이 만일 밀어부친다면 투쟁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법 등 노동문제에 대해 체감이 달랐다. 임태희 의장은 새해 안부 인사부터 시작했다. 이어 임 의장은 “비정규직문제는 사전에 의논하지 못하고 당정협의를 일차적으로 했다. 이 과정에 대한 해명과 양해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입장이 매우 달랐다. 임 의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률은 점점 떨어져 10%로 떨어진 것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도 원하고 기업도 원하는 일을 법이 막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정규법은 정책협의회로, 일자리나누기는 노사민정 대책회의에서 논의
이날 정책협의회는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회의를 마친 후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정책협의회 결과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논의 했고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결과는 회의에 앞서 말한 것처럼 정규직 전환률에서 조차 판단의 차이가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현재 비정규직 법으로는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더욱 가중 될 것이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한국노총은 현재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경기의 영향이므로 오히려 시행하지 않은 법을 다시 고칠 경우 비정규직을 고착화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차를 확인한 양측은 오는 주말에 실무진이 만나 논의를 풀어가기로 결정했다. 논의에는 각각 현장에 대한 현황파악 자료를 가지고 오기로 했다. 이 자리에 노동부 실무자도 참가하도록 하자고 결정했다. 또한 주말에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다음 주 월요일(2월 2일) 아침 2차로 국회귀빈식당에서 조찬회의를 갖기로 했다. 2차 협의회의에서는 실무진 논의 결과를 기초로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하고 기타 노동현안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경기악화와 고용불안 속에서 사회안정망 구축과 일자리나누기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제안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임태희 의장은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중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당사자 간에 사전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충분치 않아 다시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임의장은 이어 “특히 노동부도 이런 정책에 대해 해당 당사자들과 좀 더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접점을 찾는 계기가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간담회 자료를 통해 현행 비정규직법의 효과에 대해 △정규직 전환효과는 명백하나 △기업 내 주업무 이외의 주변노동자를 중심으로 간접고용 증가 △타 근로자의 대체 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으로 현행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2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규직 전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계속적·상시적 일자리에 정규직 고용을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지원정책과 차별해소를 지속한다면 정규직 전환 효과는 점차 개선되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간접고용 확대 규제를 위해 △직접고용 노동자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전환규제 △도급과 파견의 명확한 판단근거 마련 △불법파견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 간전고용 규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이외에도 △차별시정제도 변경 △사내하도급등 간접고용 규제 △사회안정망 확대 등 정책적 측면의 개선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한국노총비정규직연대회의는 29일 11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비정규직법 개악 기도에 맞서 전면 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