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 상당수가 사퇴를 결심해 출범 14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민주노총 허영구, 주봉희 부위원장 등 임원진 4-5명은 민주노조 운동의 기풍을 바로잡고 민주노총의 훼손된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시키려고 최근 2년 동안 노력해온 ‘민주노총 리모델링’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임원 총사퇴’를 결심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벌어진 한 특별위원장의 조합원 성폭력 사건이 기폭제가 됐지만 지난 2007년 초 현 지도부 출범 이후 특정 임원 계파의 독단과 패권주의가 도를 넘었기 때문에 지난주 상집회의에서 임원 총사퇴를 주장했으나 입장이 서로 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박정곤 부위원장도 총사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일과 4일 임원회의에서도 재차 임원 총사퇴를 주장했으나 총사퇴에 동의하지 않은 임원이 있어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은 개별 사퇴를 결심했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리모델링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해 현재 무능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 현장의 투쟁을 이끌지 못하고 패권적 관료주의에 젖은 민주노총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위원장 4-5명, 5일 저녁 사퇴 형식·내용 결정
이들은 5일 오후 2시에 열릴 3차 중집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자체 회의를 갖고 사퇴의 형식과 내용을 결정한다. 김지희 부위원장은 “임원 개인의 의견을 낸 것이라 공식 결정은 아니다. 5일 중집에서 논의할 것으로 안다. 지금 인터뷰에 응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5년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으로 임원 총사퇴 이후 노력해온 민주노조운동 바로잡기 운동은 중대 위기에 처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지난 1월 초부터 이번 총사퇴 논란의 기폭제가 된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과 심경을 듣기 위해 당사자와 20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가해혐의자 K씨와는 지난달 19-24일까지 10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해혐의자 K씨는 현재 민주노총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K씨를 보직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집이나 중앙위 등 공식 결정단위에 보고하지는 않았다.
김은주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도덕적 문제만으로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사퇴 외에는 더 이상 책임질 길이 없어 총 사퇴후 혁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3일 이석행 위원장 구속 이후 특별위원장이던 K씨가 한 여성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해자측의 요구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지난 2일 산하 조직에 3차 중집회의 소집을 알리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건을 2번 안건으로 공지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와 권고사항을 채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임원은 회계감사 3명을 빼면 모두 9명이다. 이 가운데 현재 개인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부위원장은 허영구, 주봉희, 김은주, 박정곤 부위원장 등 4명이다. 전병덕 부위원장은 4일 밤 10시40분께 참세상과 통화에서 “고민중이다. 아직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머지는 구속된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