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은 8일 오후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를 만났다. 피해자 대리인과 민주노총 사이에 있는 몇 가지 입장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가해자 K씨가 성폭력 사건을 저지르고 난 후에도 사흘 동안이나 허위 진술을 강요하며 피해생존자를 따라다녔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이 위원장 은신처 제공과 관련해 허위진술 강요가 아닌 당사자와 협의였다고 한 부분도 실제 가해자 K가 직접 강요했다고 김종웅 변호사는 밝혔다. 김종웅 변호사는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임을 명확히 했다.
다음은 김종웅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가해자 K씨, 성폭력 이후에도 허위진술 요구하며 따라다녀
- 사건이 나고 나서 가해자 K는 어떻게 행동했는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느끼지만,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자기가 책임지고 지역으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뭔가. 자기는 그럼 끝인 것이다. 이후 성폭력에 대한 반성과 교육 등에 대한 그런 고민이 전혀 없었다.
12월 6일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K는 피해자를 따라다녔다. 이석행 위원장 도피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박0 간부와 K는 피해자가 위원장 도피사건에 대해 9일 경찰조사를 받을 때까지 진술을 어떻게 하나 계속 방해했다. 피해자의 소속 연맹도 역시 조사 당일에 "오창익 말을 듣지 말라"고 전화했다.
- 6일 이후 가해자 K가 피해자를 따라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계속 따라다녔다. 피해자가 자료를 제출하는데도 같이 가고, 박0 간부 역시 보호해 주겠다면서 사실상 같이 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보호를 원치 않았다. 그때 피해자와 오창익 국장이 힘이 부친다고 생각해 나에게 연락이 왔다. 9일 오후 4시에 검찰 수사에 같이 입회했다.
- 성폭력 사건은 언제 알았는가?
12월 10일 날 알았다. 피해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나서 한숨을 돌렸는지 그때서야 사건을 말했다.
- 민주노총은 회유나 협박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A씨를 보호하기 위해 B씨를 빼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해가 안 간다. 그 얘기는 가해자 K가 한 말과 똑같다. 그 얘기 자체도 정말 황당했다. 허위진술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본인에게 전혀 유리하지도 않는 내용이다. 게다가 허위진술은 더 큰 빌미가 되는데..., 잘못되면 피해자 신분이 특수한 상황이라 피해자에게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분은 활동가도 아닌 평범한 조합원이었다. 오히려 수사에 협조하는게 그나마 형량을 낮출 수 있는데 말이다. 한심한 게 그들은 경찰은 잘 모른다는 말도 했는데, 막상 변호인으로 입회해 보니 경찰은 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다.
- 허위진술 강요를 가해자 K가 민주노총과 상의해서 한 것인가? 아니면 K와 박0 간부가 단독으로 한 것인가?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민주노총에 얘기하지 않고 단독으로 하지는 않았을 거다.
- CCTV에 나타난 가해자 K는 술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CCTV 자료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 보통 성폭력 가해자들이 전형적으로 그런 말을 한다고 알고 있다. CCTV 자료는 가지고 있고 진상조사위도 봤다.
- 일이 이렇게 커진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일을 이렇게 키운 것은 민주노총이다. 애초부터 총사퇴 얘기가 나왔다. 피해자측이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민주노총 내부 절차에 맡긴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납득할 만한 진상 조사를 할 테니 믿어달라고 했다. 피해자의 의사 역시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확인이 늦어진 이유는?
여러 일정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2주 정도 연기됐다.
- 민주노총은 오해가 있다고 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은 맞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것도 있었다. 시간이 연기된 것은 우리 측의 실수도 있었다.
- 진상조사위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은 없다. 다만 결과가 새 나갔다는 것이다. 언론에 모르게 하자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동의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거기에 대한 책임이 크다.
또한 초기 위원장 연행 후 대응도 문제가 심각하다. 피해자가 위원장을 5일이나 숨겨줬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누구하나 사과도 없었고 오히려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내부조사에 따르라고 해서 진상조사위 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열심히 했다. 진상조사위 노력은 다 인정한다.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려고 했고 진상 파악을 위해 노력했다. 문제는 민주노총에서 논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사건이 민주노총 회의체계에 보고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신원이 드러났다. 그리고 사실을 몰라야 할 사람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전에도 다 알고 있었다. 전혀 몰라야 하는데 알고 있는 것이다.
- 민주노총은 언론에 사건이 첫보도된 5일 낮 피해자 대리인인 김 변호사와 함께 언론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날 그 일로 민주노총에 오신 걸로 안다. 그러나 김 변호사께선 피해자 대리인들 자격으로 같은 날 오후 4시 언론 대응보다는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12시에 민주노총에서 함께 회의를 했다. 대응한다고 해서 그러라 했다. 우리(피해자 측) 기자회견은 우리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발표한 것이다.
- 기자회견문을 보면 민주노총에서 사건 무마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
다른 2명의 피해자 대리인들과는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다. 저에게는 크게 없었다. 사실 저는 고소고발을 만류했다. 중요한 것이 피해자 보호였기 때문이다. 운동 사회의 절차를 믿었으나 내용이 공개 되 뒤통수를 맞았다. 믿었다기 보다는 절차를 지켜보자 이게 더 맞는 것 같다.
- 민주노총 내 지도부 사퇴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지도부 사퇴다. 위원장까지 사퇴하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시작 자체가 위원장과 관계가 있고, 뜻한 건 아니겠지만 피해자는 그로 인해 2중 3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책임이 크다.
- 민주노총에 한마디 한다면?
또 이런 일이 터지면 누가 민주노총을 믿겠는가? 계기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이번일로 환골탈태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