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서울의 122명의 교사들은 “우리가 두려운 건 부당한 징계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삶의 무게”라며 일제고사 불복종 실천을 선언했다. 이들 교사는 소속 학교와 이름을 공개했다.
▲ 올 첫 일제고사를 하루 앞둔 30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일제고사 반대와 직접 행동 선언이 잇따랐다. 지난 28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교육주체결의대회에 참석한 청소년들. 최대현 기자 |
전국 학부모 1만여 명 “일제고사 반대, 경쟁보다 협동을, 차별보다 지원을”외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5개 학부모 단체로 꾸려진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은 일제고사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적으로 1435명이 일제고사식 진단평가를 응하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이날 오후 충남에서 100명, 강원에서 11명이 늘어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는 1600여 명을 넘어섰다.
윤숙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체험학습을 허락하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해도 일제고사에 반대해 가정학습이나 병가 결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과 학부모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이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단체인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세이노(Say no)’가 진행하는 오답선언에는 이날 오후 2800여 명이 “나는 일제고사 시험 망치겠다”며 서명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4500여 명으로 불어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20명, 인천 30명, 강원 110명, 충남 200명, 충북 50명, 전북 200명, 전남 80명, 경남 130명, 경북 60명, 광주 35명, 대구 50명, 부산 40명, 울산 50명, 제주 40명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31일 일제고사 당일날 각 지역에 가까운 강가나 산 등지를 찾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이날 발표된 일제고사 반대 전국 학부모 선언에는 전국 9985명이 이름을 올렸다. A4용지 16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들은 “한해 140여 명의 학생이 자살로 내몰리는 현실의 고통을 외면한 채 10년 전 폐기 처분됐던 일제고사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여 이제는 아예 학생들을 시험 기계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는 학원사장들의 돈을 받아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그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모는 교육, 반복적인 문제 풀이 선수를 양산하는 교육,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으로 내모는 교육, 이제 우리 학부모들은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며 △일제고사 당장 중단 △‘경쟁보다는 협동’을, ‘차별보다는 지원’을 강화 등을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체험 학습을 떠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선택에 대한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적극 대처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31일 오후6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 부당징계 철회, 무한경쟁 중단’ 시민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명단공개 교사들“우리가 두려운 건 부당한 징계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삶의 무게”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변성호)와 강원지부(지부장 문태호)는 각각 일제고사 불복종운동을 실천한 122명과 23명 교사의 명단을 공개했다.
서울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죽어가는 청소년의 삶을 방관할 수 없는 심정으로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올 일제고사에 불복종 실천을 전개한다”며 122명의 교사의 소속 학교와 이름을 공개했다.
이들은 학부모에게 일제고사의 문제점과 체험학습을 안내하는 편지글을 보내고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았거나 일제고사와 관련된 계기수업을 한 교사들이다.
이들은 이름 공개 배경에 대해 “우리의 실천이 학부모와 청소년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파행적으로 치닫고 있는 일제고사를 좀 더 빨리 끝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정희(서울 대방초) 교사는 “해직 교사들과 똑같이 체험학습을 안내하는 편지글을 보내고 신청서도 받았다”며 “일제고사가 폐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임이 아니어서 계기수업을 했다는 진영효(서울 상암중) 교사는 “피하고 싶었다. 한 가정의 가정이고 소박하게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로 어쩌면 나의 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면서 “지난 12월 일제고사 강행하고서 서울교육청이 우리가 해직시켜서 반대하는 교사가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 이름이라도 공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강원지부도 일제고사 부당성을 알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선택권 보장을 위한 현장체험학습 등을 안내하고 자율적 진단활동, 평가활동을 전개할 23명의 교사 이름을 공개했다.
이들 지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개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일제고사를 강행할 때는 2차, 3차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들 “단호한 대처” 입장, 대량 해직, 무더기 무단 결석 나오나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움직임에 대해 각 시도 교육감은 ‘단호한 대처’ 입장을 굳히지 않고 있다.
각 시도교육감은 이미 지난 26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불법적인 단체행동에 대응해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우리 교육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10월 치러진 일제고사와 관련해서도 이들 교육감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한 12명의 교사를 해직시켰으며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을 무단 결석처리한 바 있다.
한국교총(회장 이원희)는 이날 성명으로 “특정단체나 교사가 교육정책의 방향이 자신들의 교육적 가치관이나 판단에 맞지 않다고 이를 거부하고, 집단적·물리적 행위를 우리 사회가 용인한다면 추후 정책 하나하나에 이러한 현상이 확산돼 결국 우리나라 교육의 둑이 붕괴되고 교육체제의 와해, 학교질서의 문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말뿐이 아닌 엄중하게 법집행하라”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