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청 K 계장은 지난 18일 상주시 확대간부회의를 앞두고 하수관 설치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P모 국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요청했다.
이날 확대간부회의는 시장과 부시장, 국·과·실장과 읍·면·동장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탄원서 서명을 부탁한 K계장은 확대간부회의 사회자였다. K계장은 P모 국장이 과장 시절에 한 부서에서 일을 한 인연에 개인적으로 탄원서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 비리 연루 혐의 공무원 선처 탄원서의 서명중단을 요구하며 시장실앞에 연좌농성을 한 상주시지부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대경본부 상주시지부] |
K 계장이 돌린 탄원서는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이 만연한 공직사회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와 안녕을 추구하기 보다는 남들이 힘들어하는 일만 담당하며 지난 35년간 공직자로서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역을 위해 헌신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원경 공무원노조 상주시 지부장은 "아무리 개인적으로 한다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무원이 뇌물 연루자를 비호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원경 지부장은 "공직사회 구조상 위에서부터 한다거나 상주시가 소도시이다 보니 인맥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서명하나 해달라면 거절하기 쉽지 않아 반강제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18일 K계장이 돌린 탄원서는 실.국장들이 회의때 받아 각 부서에 돌려 20일까지 250여명이 서명했다. 이 사실을 안 공무원노조 상주시지부는 상주시에 강하게 항의해 20일 25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전량 회수·폐기했다. 그러나 K계장은 21일에도 총무과 소속 공무원 5명과 2명씩 짝을 지어 상주시청 각 실을 돌며 서명을 받았다. 이를 본 공무원노조 상주시 지부는 시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시장에게 항의했다.
이원경 지부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시장과 만나 "총무과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총무과 직원 6명이 2인씩 짝을 지어서 다니면 누가 봐도 총무과가 주도한것 처럼 보인다"고 시장에게 대시민 사과를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에 상주시 총무과장은 "서명받는 것을 당장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왕준연 전국공무원노조 교선실장은 "공직사회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에 대한 탄원은 함께 뇌물을 받은 것을 공모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