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사회단체, ‘이주노동자 권리촉구 1천인 선언’ 나서

“고용허가제는 합법적 인신매매”...‘노동허가제’ 도입해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된 ‘산업연수생 제도’가 사실상 폐기되면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많은 부분 개선됐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산업연수생 제도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 8월부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법률’을 제정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상 이 ‘고용허가제’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시절보다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란 내국인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6월,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변경에 브로커 개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구인업체 명단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방지대책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하던 인권단체, NGO들도 브로커로 간주돼 이들의 취업 조력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일방적인 구인 통보만을 기다려야 하게 된 것.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고용허가제 시행 8주년을 즈음하여 8월 16일 동대문 소재의 에베레스트 커리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예취급하지 말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며 ‘이주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1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이주인권단체 활동가들뿐 아니라 민주노총과 민변 등 시민사회 각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고용허가제도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제도”라며 “정부는 인력 거래상, 사업주는 그 주인, 이주노동자는 노예와 다름없는 환경에 내몰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합법적인 인신매매”라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이어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변경을 위한 구직리스트 제공을 금지하는 지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향후 불특정의 사업주로부터 채용 연락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변경을 하지 못한 채 추방돼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이재웅 본부장은 “모든 종류의 차별은 불법”이라며 “단지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심각한 차별과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의 조혜인 변호사도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 하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계속 했는데도 정부는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 하고 기본권을 지켜줄 수 있는 노동허가제로 전환하여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권리를 향유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와 이주노동자들은 오는 19일 일요일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이주노동자 노동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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