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이루어진다”...쌍용차 해결 위한 3000배 기도

불력회 회원들,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찾아 3000배 기도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전해지길 바라는 이들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 자발적이었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그들은 밤새껏 삼천 배를 올렸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삼천배는 ‘고행’이다. 익숙지 않은 이라면 수 십 번이면 땀이 나고 그 수가 2, 300을 헤아리면 다리에 경련이 온다. 신체의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을 간절함. 삼천배는 그렇게 다른 이에게 전달 할 수 있을 만큼 절실한 바람이다.


불자들의 공부모임인 ‘불력회’는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적 색채가 없다. 그저 부처의 법을 공부하고 마음수양에 힘을 쏟는 불자들의 모임이다. 이 ‘불력회’가 늦은 시간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가며 절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쌍용자동차 사태는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래 상대를 존중하며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이 발현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측이든 정부든 그 본래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불력회 회장인 박종린 씨는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자들에게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들이 “고통 받는 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말해서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삼천배의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불력회의 삼천배는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진행 중인 10만배 기도회의 일환이다. 조계종 노동위의 10만배 기도소식을 들은 불력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평소 그저 불법을 공부하던 이들이니 만큼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에 동참하는 것에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종린 회장은 “이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분명히 답한다.

“불교에서 발하는 본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이 올바를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는 “출가를 해 속세를 떠나는 것도 결국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불교식 표현을 빌자면,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기꺼이 그 고통에 함께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



불력회는 앞으로도 매월 셋째 토요일에 대한문 분향소를 찾아 삼천배를 올린다. 박종린 회장은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회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기회가 된다면 쌍용자동차 뿐 아니라 다른 노동 현장들, 또 다른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도 힘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천배에는 불력회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동참했다. 분향소를 방문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그야말로 ‘얼결에’ 삼천배에 동참한 이도 있었다. ‘얼결에’ 동참했지만 마음만큼은 간절했던 그녀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에는 스물 세번째 죽음만은 없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다리에 쥐가 나고 땀이 비오듯 쏟아져도 눈 앞에 펼쳐진 쌍용차 해고자들의 사진을 보면 다시 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절하고 기도하면 쌍용차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녀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쌍용차 가족들과 함께한 뮤지컬 단체관람도, 의자놀이 북콘서트도 아무런 기반없이 간절한 마음 하나만 가지고 기획했더니 여러사람의 마음이 모여 결국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

이들이 삼천배를 올리고 있는 사이 분향소 앞을 지나던 한 노신사는 분향소에 향을 올리고 모금함에 연대기금을 냈다. 그리고 한참 분향소와 이들의 삼천배를 지켜보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현대 물리학에는 생각의 질량이 커질수록 파동을 확장해 다른 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가까이에 있던 그 노신사에게 가 닿은 것일까. 이들의 염원이 조금 더 힘을 내 여의도까지만 닿으면 국정조사가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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