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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을 호소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정회 씨(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박은숙 씨 ⓒ정현진 기자 [출처: 지금여기] |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할매, 할배들이 굶지 않고 비 맞지 않고 천막치고 노숙할 수 있었을 텐데. 10여 명도 안 되는 할매들이 경찰 앞에서 굶고 비를 맞으며 노숙하고 있습니다. 할매들을 도와주십시오. 할매들을 도와주십시오.”
평생 울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했던 사내는 서울 한복판에서 “할매들을 도와 달라”며 자꾸만 눈물을 흘렸다.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대표 김정회 씨. 그는 지난 2일 아내, 네 아이들과 함께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준비하고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현장에 나오기만 하면 구속할 것이라는 협박에, 목숨 걸고 도움을 호소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판단에 앞뒤 잴 것 없이 상경했다.
그가 단식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의 이름이 낯익었다. 지난해 9월, 그가 막 마을 대표로 싸움에 나섰을 때, 경찰도 아닌 건설사 인부들이 자재 훼손을 이유로 그를 묶어놓고 폭행한 사건이 생각났다. 그가 체포됐을 때, 할매들은 “우리 정회 내놓으라”며 경찰서 앞에서 이틀을 싸웠다. 그만큼 김정회 회원은 할매들에게 자식 같은 의지처였다.
김정회 씨는 귀농한 지 5년 만인 2002년 밀양에 정착했다. 누가 일러주지도 않았는데, 그는 스스로 자신의 품성에 맞는 유기농을 선택했다. 판로를 찾다가 우연히 가톨릭농민회를 알게 됐고, 지금껏 부산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사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애틋했을 그가 다 지은 농작물을 버려두고, 키우던 소는 겨우 이웃에게 맡기고 단식농성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송전탑 반대 싸움 ‘단순 참여자’였다. 그러나 어느 날 헬리콥터가 자재를 실어 나르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마을 대표를 맡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사장에서 봉변을 당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모진 꼴을 겪었지만, 평생 밀양 땅에서 살 것이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고향이 될 곳이기에 송전탑을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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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동화전마을 대책위원장이며 가톨릭농민회원인 김정회 씨가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을 호소하며 2일부터 서울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
그가 사는 동화전마을 옆은 바드리마을이다. 처음엔 함께 싸웠지만 얼마 전 한전이 주민 몇 명과 비밀리에 합의했다. 30~40명 밖에 되지 않는 마을 주민들은 동화전마을의 현장 2곳을 포함해 옆 마을로 지원을 나가야 한다. 바드리마을 주민들도 모두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 반대하더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화나는 것은 주민간의 갈등입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서글프고 화가 납니다.”
그는 송전탑 건설이 정당하다면, 한전과 경찰이 주민들을 왜 이렇게 다루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또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실이 알려졌다면, 여론도 우리를 이해하고 지지했을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회 씨는 전기가 정말 부족하다면, 왜 산업용 전기는 그토록 싸게 공급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기를 바란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경찰이 왜 아무 죄 없는 할매, 할배들을 짓밟고 있는 것입니까. 한전은 나의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손이 닳도록 농사를 짓고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할매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공사를 강행하는 것입니까? 이 대답에 답하지 못하면 우리가 아니라 한전이 범법자일 것입니다. 우리 재산, 생명을 지키려는 우리가 정말 범법자입니까?”
대한문에서 마이크를 쥔 김정회 씨는 이렇게 물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할매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기약 없는 단식을 시작했다. 이틀 전 다시 밀양으로 내려간 네 아이가 눈에 밟히지만, 여섯 가족의 고생으로 송전탑 공사를 멈출 수 있다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정회 씨의 물음, 밀양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이유를 우리도, 한전도 이미 알고 있다. 그의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기사제휴=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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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진 기자 [출처: 지금여기]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