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절망에 빠질 때 아냐”

[인터뷰]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농성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출처: 최고봉]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강원행동이 지난 19일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강원도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67)를 20일 저녁 만나 심경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같이 농성을 진행하는 강원도골프장대책위 박성율 집행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 그 시각 농성장은 박 대표 혼자 지키고 있었다. 10월말의 노숙농성장 공기는 싸늘했다. 난방기구 하나 없이 스티로폼과 은박깔개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아주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까지 농성을 한 속초의료원노조가 제공한 천막으로 이슬은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찬바람 부는 지금 농성을 결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심정으로 농성을 시작했는가?
“사실 이번 농성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농성을 하면 못 오는 사람은 못 오는 대로 미안하고, 곁에 있는 사람은 곁에서 보느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선언문 낭독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절망에 빠질 때가 아니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온 몸을 던져 저항하려고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데 내 몸을 사용하는 것이 농성이라 여기고 있다.”

-이미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결정된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프장 문제 해결보다는 쉽지 않겠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은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많은 시간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8월 28일 이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되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이제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서명대가 보이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서명을 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맞선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여러 지역의 케이블카 중에서도 설악산 케이블카가 왜 중요한가?
“설악산 케이블카는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천연기념물 171호인 설악산은 다섯 가지 안전장치(개발 규제)가 있었다. 그런데 온갖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 안전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설악산조차 그런데, 다른 지역은 어느 정도겠는가?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온나라가 케이블카 천지가 되게 생겼다. 환경부는 이제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개발부, 환경파괴부가 되어 버렸다.”

-요즈음 교육계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뜨거운 감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내가 중학생 때 4.19가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5.16이 났다.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 우리는 왜곡된 역사를 배웠다. 조상들의 잘한 점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다르게 살아야 한다. 그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다. 그런데 이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그 동안 국정교과서 체제였던 베트남도 검정교과서 체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지 못하면 다 돌고 돌아 우리 발등을 찍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오를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미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불만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도화선이 필요하다. 그 도화선 역할을 지식인들이 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 지식인들이 제역할을 잘 못했다. 지금 우리는 이 농성장에서부터 불을 붙이려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알리고자 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승인 취소가 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박그림 대표는 아직 농성초기라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농성장 소식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을 활용해 알리는 박 대표의 열정은 여전했다.

박 대표의 농성과 함께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의 계획은 불이 붙고 있다. 오는 22, 23일에는 설악산 도보행진이 있고, 25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문화제가 열린다.

이 사안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상징성 때문에 강원도 이외 지역에서도 관심이 높다. 농성장의 차가운 공기와 대조적으로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투쟁’의 열기는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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