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위해 싸우는 게이부부의 소송기

[어서 와요, 소소부부네]

  오소리(왼쪽)와 소주(오른쪽)

우리 부부는 현재 소송 중이다.

2020년 우리 부부는 건강보험공단에 가족으로, 배우자로 등록됐다.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기뻤지만 성소수자 부부로서 공단 홈페이지에 우리의 관계가 가족이라고, 그리고 배우자라고 명시돼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여느 다른 부부처럼 우리 부부가 서로 부양-피부양 관계에 있는 가족이라고 제도적으로 등록된 것이다. 8개월 정도 혜택을 누리던 중, 우리 부부는 다른 성소수자 부부들도 이 권리를 누리길 바라며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쁜 이 사실을 밝히고 널리 알렸다.

그런데 기사가 인터넷에 게시되고 나서 약 2시간 만에 건강보험공단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부부가 건강보험공단에 부양-피부양 관계의 가족으로 등록된 것은 ‘실수’이니 자격을 ‘취소’하겠다는 일방적 통보 연락이었다. 그렇게 한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자격과 권리를 건강보험공단에 의해 박탈당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건강보험공단은 우리 부부가 그 8개월 동안 누렸던 건강보험 혜택만큼 돈을 납부하라며 금액을 부과했다.

  소주가 오소리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됐던 시기.

서로 사랑해서 결혼식도 하고 헌신하며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 건강보험공단은 그 가족의 자격을 ‘실수’라며 일순간에 ‘취소’해버렸다. 그때의 그 허망한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의 사랑과 헌신은 실수가 아닌데, 우리의 관계는 취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우리 부부는 바로 다음 해인 2021년부터 소송을 시작했다. 가족으로서 보장받은 8개월 동안의 건강 보험급여가 부과된 것이 부당하다는, 우리 부부도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이 서로 부양-피부양하는 국민으로서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 후인 2022년 1월 나온 1심 결과는 패소였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건강보험공단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분노와 절망의 감정을 다잡으며, 우리는 바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성부부와 우리 부부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꼼꼼히 물으며 평등의 원칙을 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는 1심과 비교해 항소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느꼈다. 그렇게 평등원칙을 두고 변론이 오간 항소심이 진행된 지 1년이 지났고, 우리는 다시 선고일을 앞두고 있다.

오는 2월 21일 오전 10시, 우리 부부는 다시 판결문을 받게 된다. 항소심의 판결은 어떻게 될까?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마지막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차분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하려니 손이 덜덜덜 떨렸다.

결과가 어떻든 결국 이기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소심 결과는 1심 결과와 달랐으면 좋겠다. 이 싸움이 우리 부부만의 싸움이 아닌 만큼, 모두의 승리로써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에는 사랑이 승리할 테니.

“발언의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함께 온, 뒤편에 앉아있는 제 남편 김용민과 저 소성욱은 바로 며칠 전이 만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희는, 서로를 알고 배우고 이해하고, 또 서로에게 헌신해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인 약 4년 전에는 가족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하객들의 축하 속에 행복한 결혼식도 가졌습니다. 그렇게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왔고, 계속,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미래를 꿈꾸고 그립니다.

건보공단 측에서 제출한 서면에 쓰여있던 말을 기억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 말입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왜 그 현실을 알고 서면에 작성할 정도로 설명하면서, 어째서 저희를 부부로, 가족으로 보지 않으려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정말 공단이 가지고 있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미션을 이루고자 한다면 저희와 같은 국민들을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차별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이미 공단도 인지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의 권리를 어떻게 동등하게, 평등하게 보장하고 뒷받침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저희와 같은 부부, 수많은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사법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시기를, 정의롭고 올바른 판결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