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 뒤에 기업의 역대급 이익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서비스 국가재정 확대 촉구

정부의 당부에 따라 당분간 동결되는 공공요금을 두고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공요금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이 시점에 공공서비스의 의미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국가 재정문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노조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전기, 가스 등 치솟는 에너지 요금 인상 이면에는 민자발전사 같은 기업의 역대급 이익이 있다며 이를 재공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에너지-교통-사회보험 부문 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줄줄이 추진되고 있는 공공요금 인상의 배경을 비판하는한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재정을 확대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 한마디에 서울시가 교통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다고 하는데 전형적인 조삼모사”라며 “공공요금을 계기로 돌출된 공공서비스의 의미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 국가 재정문제 차원의 대안이 다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요금에 대한 국민부담이 커진 이유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대신, 재벌과 기업의 이윤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급격하게 요금이 인상된 전기와 가스의 경우 각각 민자발전사와 LNG 수입사들이 역대급 흑자를 누리는 등 국민의 고통과는 별개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용순 한국발전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한전의 최대 적자 이면에는 민자발전사의 최대 흑자가 있었다”라며 “근원적인 처방 없이 전기요금만 올린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 위원장은 한전의 적자 문제는 전력산업구조 개편 실패에 있다면서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전력 거래제도를 폐지하고 6개로 분할된 발전자회사의 통합과 민자발전사에 대한 재공영화 등 장기적인 전망을 내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횡재세’도 검토해봐야 한다며,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로 최대 이익을 본 기업에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홍범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지부장도 민간업체에 가스 수입을 맡기는 일을 중단해, 가스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지부장은 “가스를 수입하는 민간직수입사들의 이윤 중심의 사업 행태가 경쟁이라는 탈을 쓴 채 에너지 공공성과 한국가스공사의 재정안정성을 파괴해 결국 난방비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민간직수입사들은 (가스의) 국제가격이 상승하면 수급책임을 가스공사에 넘기고 국제가격이 하락하면 가스를 수입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는 수급안정을 위해 일정 규모의 가스를 비축해야 하고, LNG 가격의 국제적 상승기에도 민간직수입사들의 물량까지 떠안아야 해 이러한 부담이 소비자에게까지 요금 인상으로 미쳤다. 신 지부장은 “(공사의) 구매원가가 가격에 반영되지 못해 한국가스공사는 9조 원의 미수금이 발생해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현금 부족으로 가스 구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라고 했다.

대중교통요금 또한 줄줄이 인상됐거나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련 노조들은 교통복지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가 이 비용을 안정적으로 책임져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지하철 요금 인상, 세대 갈등과 혐오 조장…
비용논리는 이용 시민과 노동자 안전 위협하기도


손근호 서울교통공사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지하철 운영 적자 대책으로 떠오른 요금 인상, 무임 연령 상향 등에 대해 “보편적 이동권인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세대 갈등과 혐오 프레임 부각을 통해 대립 여론을 조장하고 노인-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비용논리를 앞세운 필수 안전 인력 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등의 자구책은 “지하철 이용 시민과 종사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손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하철 1~8호선 성능평가 결과 ‘위험수준’ 판정을 받은 시설물이 60%를 넘었고, 시설 개보수 및 노후 전동차 교체 등 안전 투자 비용만 향후 5년간 4조 9천억 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근 개통된 민영 지하철 신림선과 우이신설선에 대해 운임 차액 소실분 보전을 위해 서울시가 매년 150억 원씩 운영보조금을 지원해야 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손 수석부위원장은 “해외 주요 도시들의 사례를 보면 중앙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해 요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며, 민영화된 지하철도 재공영화하는 추세”라며 “한국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비용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민영화된 지하철을 (재)공영화하는 공공교통으로의 정책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버스 노동자는 ‘완전 공영제’로의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용자가 줄어 적자 폭이 커지는 버스 역시 이를 운영하는 회사만은 안정된 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은 매년 7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가져간다. 정홍근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본부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버스 자본가들이 돈 잔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버스시스템 개선을 먼저 손보지 않는다면 버스요금이 인상된 만큼 버스 자본가들의 지갑이 더 두꺼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본부장은 2018년 버스요금을 무료화한 프랑스 덩케르트의 사례를 들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며 전면 무료화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덩케르트의 경우 버스요금이 무료가 되자 이용객이 주중엔 70%. 주말엔 140%가 증가했고, 나중엔 차를 팔고 대중교통만 이용한 사례들이 늘어났다. 정 본부장은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세종특별시가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버스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모범적인 대중교통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행위”라고 했다.

택시 노동자는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이 끼친 폐해에 대해 토로했다. 최세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귀갓길 풍경이 바뀌고 있다. 회식도 오후 5시에 시작해서 오후 11시를 넘기지 않는다. 이유는 택시비 인상 때문이다. 택시노동자들도 밤 10시 이후엔 손님을 태우기 어려워, 연료라도 아낄 생각으로 밤 11시면 귀가한다”라며 “승객과 택시노동자뿐 아니라 식당, 술집 등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라고 밝혔다.

최 수석부지부장은 “공공요금을 인상할 땐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그 파급 효과를 검토한 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무분별한 공공요금 인상이 노동자와 서민의 생계를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연금개혁 5년 전으로 퇴행…우리는 노인 빈곤 폭탄을 맞을 것”

기금 고갈을 이유로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안이 얘기되는 국민연금 또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다. 2021년 기준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43.4%로, OECD 평균인 13.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재강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지부장은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노인 빈곤 폭탄을 맞을 것”이라며 “일부 전문가, 언론, 민간금융시장은 기금고갈론을 계속 부추기고, 국민 불안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나 폭탄 돌리기처럼 떠넘겨지다 좌초되고 말았지만 이제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조속히 설치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1인 1연금 체계를 갖추는 등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로, 2007년 제2차 국민연금 개혁 당시 소득대체율 60%를 무려 20%p 삭감한 바 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해 삭감한 소득대체율을 보충하겠다고 했지만,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 기초연금이 후퇴해 일부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또한 폭탄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지원법이 지난해 일몰되고, 2021년까지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원하지 않는 과소지원금액이 32조로 추산되는 등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철중 국민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 정책은 방향성을 잃고 갈 길을 헤매고 있다”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정책은 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아닌 의료산업화와 영리화 그리고 민영화의 정책 방향임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문제시하는 문재인 케어 정책 중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에 투입된 재정은 건강보험 재정 전체 재정 100조 중 약 2천억 원(0.2%)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올해 8월까지 건강보험법 개정이 안 된다면 2024년 건강보험료율 결정에 있어 가스, 전기, 교통 요금과 같은 인상이 예상된다”라며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률 개정’과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요금 국가책임 확대를 위한 대시민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 이슈를 계기로 ▲공공서비스의 국가책임 원칙과 ▲정부 재정 책임 강화의 필요성 ▲민영화-영리화-시장화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겠다”라며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보험 정부 재정 부담 등 공공성 강화 의제를 적극 결합해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대시민사업을 위해 오는 3월, 16개 광역시도에서 행진과 시민문화제를 개최하고 상반기까지 지역 내 주요 거점에서 선전전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투쟁 또한 병행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2일 공공운수노조 정기대의원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하며 ‘9월 국가책임 강화-공공성 확대 공동파업 투쟁’으로 연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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