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반도 위기 심화하는 한-미동맹 재무장

[특별기획]세계화에 저항하라(4) - 한반도 전쟁위기, 한-미동맹과 대북정책<2>

지난 6월 주한미군 감축 계획이 알려지자 한국 내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안보 공백'과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한미동맹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가 무엇을 했냐며 노무현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은 보수언론이 우려하듯 한-미동맹의 균열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와 이에 따른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군 재편 움직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이후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정책의 기본방향을 잡았다. 특히 2001년 9월, 4개년국방보고서(Quadrennial Defence Refort 2001)를 통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방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전략중심축을 대 유럽(소련)에서 대 아시아(중국)로 이동, 정보체계의 절대적 우위 확보, 군사전력의 기동성·경량화·유연화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이 기본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2년 5월 방어계획지침(Defence Planning Guidance)을 통해 '1-4-2-1 전략'과 '10-30-10 전략모드'를 수립하였다.

'1-4-2-1 전략'을 살펴보면 1은 미국 본토 방어, 4는 유럽·동북아시아·동아시아·중동 지역에 미군을 전진 배치하여 전쟁 억제, 2는 4개 지역 중 2개 지역에서 동시적으로 전쟁 발생시 단기간 내 승리, 1은 2개의 전쟁 지역 중 1개 지역에서 영토점령과 정권교체를 포함한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1-4-2-1 전략'에서 언급하고 있는 2가 북한과 이라크를 위시한 중동 지역이라는 것은 알려진 바 있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통해 보여지듯 '1-4-2-1 전략'은 방어적 차원의 전략이 아닌 부시의 '선제공격독트린'에 입각한 잠정적 적국에 대한 선제공격 전략을 일컫는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북한은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 대상에 항상적으로 노출되어있다.

다른 한편으로 '10-30-10 전략모드'는 그 숫자대로, 미군이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10일 이내 투입되어 30일 이내에 승리를 거두고, 이후 30일 이내 다른 분쟁 지역으로 이동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다. 때문에 '10-30-10 전략모드'에서 가장 요구되는 사항은 군의 신속성 향상이다.

미국은 군의 신속성 극대화를 위해 냉전 시기의 구식군을 최첨단 무기로 재무장화하고, 군사조직을 재편해 '신속기동군'으로서 위상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전 세계에 걸쳐 포진하고 있는 자국 군대에 대한 재편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작년 11월 부시 미 대통령이 발표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은 미국의 이와 같은 전략적 고려를 반영한 실행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기지 재배치는 결국 미국의 세계적 차원의 군사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대북 억제의 국지적 방어 개념이었던 한-미동맹은 대중 견제의 동북아 지역동맹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 중심축을 유럽에서 중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 설정하고 있는 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5월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연합군의 작전 범위가 동북아 전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로 확대될 수 있다"며 "한-미연합군이 인도주의 작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한국군이 미군의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벌이는 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미 한국군은 김선일 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세 번째 규모의 병력으로 참전한 상태다.

또한 미국은 '한-미동맹 현대화'를 위해 3년 간에 걸쳐 주한미군에 110억 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주한미군의 병력을 줄이는 대신 첨단 전력 위주로 군사력을 재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 6일 밝혔듯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병력은 줄어들지만 미 육군의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장비가 현대화돼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새로운 한-미동맹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가 새로운 한-미동맹의 상을 협력과 자주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지만, 협력적 자주국방의 골자는 미군의 신무기 도입 등의 군비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안보공백이 우려되니 군비증강을 통해서 보완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10년 간 매년 2조4천억 원씩 총 24조 원을 추가로 국방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군사비 지출 규모는 2004년 기준으로 약 170억 달러로 이미 북한의 공식적 군사비(15억 달러)의 10배를 넘어섰다. 또 스톡홀름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95-99년 외국무기 구입에 투입한 비용을 남한 60억 달러로, 북한을 1.9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00년 남한은 북한 총 군사비 보다 많은 23억 달러를 외국무기 구입에 투입해 세계 3위의 무기수입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노무현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은 재무장한 한-미동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보수언론이 우려하는 한-미동맹의 균열과 안보 공백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8개의 폭탄을 대신할 1개의 스마트 폭탄이 있다고 할 때, 10개의 폭탄을 5개의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것이 군사력 감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흐름으로 미루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정치적, 군사적 재무장화는 동북아에서의 군비 경쟁을 유발하고,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키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점점 더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별기획 - 세계화에 저항하라!
○ 기획을 시작하며
○ 1회(9. 9) 세계화 10년, 저항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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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세계화운동의 동원전략과 정치적 방향 수립을 - 이창근
○ 2회(9.16) 미 제국주의와 반제, 반전 운동
[기고] 전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지속적인 투쟁에 대하여 - 박하순
[좌담] 원영수 vs 최일붕
- (좌담上) 세계 반전운동, 반세계화운동 만나 급진화
- (좌담下) 한국 반전운동, 중장기적 전략을 가져야 한다
○ 3회(9.23) - 반동의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된다
[기고] 반도의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된다 - 백승욱
[취재] 침략과 점령에 저항하라 : 베이루트2004 전략회의 리포트 - 정영섭
[번역] 베이루트 2004 : 부당한 전쟁에 대항하는 전지구적 투쟁의 이정표- 월든 밸로
[영상] 반전의 목소리들 - 미디어참세상
○ 4회(10. 5) -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한반도 전쟁 위기
[기고] '미국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 유영재
[분석] 한반도 위기 심화하는 한-미동맹 재무장 - 김삼권 기자
○ 5회(10.12) - [기고] 무한 자본시장 확장의 결절점, 지역블록화
○ 6회(10.19) - [기고/취재] 아시아 황금시장 노리는 초국적자본
○ 7회(10.26) - [기고/좌담]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1) : 의료,교육,스크린,방송,에너지 개방
○ 8회(11. 2) - [기고/대담/취재]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2) : 금융세계화와 투기자본의 횡포
○ 9회(11. 9) - [대담/취재]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3) : 산업공동화, 한-일FTA, 기업도시
○ 10회(11.16) - [대담] 자본의 세계화와 저항의 세계화

[특별기획] "세계화에 저항하라"
세계화 10년, 저항의 세계화<1>-지금은 다 개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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