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깔려 죽을 것인가 버팀목을 세울 것인가

[특별기획]세계화에 저항하라(6) - 아시아 황금시장 노리는 초국적자본<2-1>

DDA 전 산업의 장벽이 무너진다

지난 10월 5일 크로스토퍼 힐 주한미 대사는 "임기 내 한-미FTA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BIT를 마무리하고,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었음에 대한 공식 선언이기도 하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운동 진영은 하반기 공동투쟁으로 한-일FTA 저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포했다. FTA는 체결과 동시에 물밀 듯이 들어오는 상품들 그리고 손익구조에 따른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해야만 본질을 극명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본지의 기획의 하나로 FTA가 다리가 되어 추진되고 있는 자본의 세계화의 확산이 이후 민중에게 미칠 영향을 살피고, DDA(도하개발아젠다)와 FTA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저지하지 않으면 안될 필연적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2003년 9월 외교통상부에서 제출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적(1-2년)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아세안, 멕시코, 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 유럽자유무역연합)와 FTA를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EU,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한-중-일 EATA(East Asia Trade Area: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와의 FTA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과 체결을 희망하고 있는 이스라엘, 페루, 파나마,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FTA 체결이 필요한 캐나다, 인도 등과의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4일 국정브리핑의 특별좌담에서 박강호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심의관은 "지금 정부는 세계 각국과의 FTA 추진 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싱가폴과는 금년 내 FTA 협상이 종결될 예정이며 내년 일본과 FTA 협상, ASEAN과의 FTA 공동연구가 시작된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인도와는 정부, 학계, 경제계 인사로 구성되는 '공동연구그룹'을 2005년까지 구성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포괄적경제파트너십협정'인 세파(CEPA)를 만들기로 했다. 브라질과도 11월 정상방문을 계기로 한 메르코스(MERCOSUR) 공동연구 추진을 합의할 계획이다. 중국과는 이미 지난 9월 한 중통상회담에서 민간기관간 FTA 공동연구추진을 합의한 상태다"라며 정부의 FTA 로드맵을 공개했다. FTA는 칠레, 일본 이후에도 미국, 인도, 남미 등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FTA 로드맵

또한 외교통상부는 10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세계적인 FTA 확산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외교통상부내 자유무역협정(FTA)국을 신설하고, 지난 10월 12일 국무회의 의결 및 10월 15일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신설되는 FTA국은 총 4개과 (FTA정책과, FTA지역교섭과, FTA상품교섭과, FTA서비스교섭과)로 구성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각 FTA 협상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동 4개과의 업무는 기능별로 분장될 예정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행정 수도 이전 위헌과 관련해 국내가 시끌시끌하지만, 다음 주 노무현 대통령은 남미 순방과 APEC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미 정부는 전 세계에 손을 뻗치며 FTA 협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칠레FTA, 정부 거짓 폭로되다

노무현정부는 "농민이 국민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전을 펼치며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칠레 FTA를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나 2004년 5월까지 대 칠레 무역적자 폭은 2003년 2억 달러에서 2004년 5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1월부터 5월까지)보다 세 배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0일 KBS 9시뉴스는 "한-칠레 무역적자는 70% 규모를 차지하는 구리 수입으로 인한 것이다. 예상했던 농산물에 대한 피해는 적다"라며 '손해난 장사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제시된 자료는 한-칠레FTA 체결 이후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DDA발 농촌 붕괴 시작

국내 식량자급도는 26.7%이다. 전 세계 곡물 유통량의 80%를 4개의 곡물메이저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1976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경제 사정 때문에 곡물메이저인 콘티넨털에 대한 곡물대금 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후 엄청난 식량난에 직면했다는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식량산업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전성도 전국농민회총연맹 대협실장은 "WTO 체제와 한국농업의 살길"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 나라는 매년 750억 원씩 국내 보조금을 감축해야 하는 UR의 이행과정에서 90% 이상의 보조금을 쌀 수매에 투여해 왔다. 쌀이 농가소득의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 감축은 바로 농가 소득 감축으로, 농가 부채로 이어진다"라고 밝히고 "대책 없는 쌀 시장 개방 농촌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이미 국내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와 쌀값은 개방과 상관없이 최고 34% 이상 떨어지고, 농가소득도 20.5% 감소할 것이다"라며 '자연적인 소비감소로 인한 국내 쌀 시장 축소의 경향성'을 전망했다.

나아가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600만 석 비축 물량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쌀 시장의 자유 경쟁에 붙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소득안정직불제'를 도입할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농업으로, 농민이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형 농업, 농민 계급 분화의 시발탄 될 터

지난 9월 12일 한국을 방문한 조제보베 프랑스 농민운동가는 "농업을 포기하는 정부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첫 말문을 연 바 있다. 그는 "이미 유럽과 프랑스의 농업은 기업형으로 변해 한국과 구조가 틀리다"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경우 쌀을 주식으로 하고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음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이러한 대책 없는 시장개방은 문제가 있다"라고 한국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방 정책을 규탄했다.

2003년 가구원수별 농가 수에 대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백26만4천여 농가가 있고, 이중 경지가 없는 농가가 2만1천 농가이고, 66만 농가가 논농사와 벼농사를 짓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이는 벼 논농사를 짓는 농가가 전체 농촌인구의 50%를 넘고, 현재 전체 농민의 1/6이 농지조차도 갖지 못한 빈농인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부채의 급증과 시장개방으로 인한 농촌 소득의 감소는 빈농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던 바이다.

전성도 대협실장은 같은 보고서에서 "정부는 규모화와 고품질화로 무장하여 WTO체제를 극복하자"고 말하지만 "비단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중국 흑룡강 주변의 200만 ha(우리 나라 벼 총 재배면적 100만 ha)의 무농약 녹색미 재배단지가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할 목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현실에서 규모화와 고품질화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농민은 없다"라며 쌀시장 개방이 농민의 빈민으로 전락시키고 농촌사회를 붕괴시킬 것임을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보이고 있는 선교섭 후대책의 안일한 DDA 교섭은 조제보베가 지적한 바와 같이 '소수의 대규모 기업형 농업으로 전화'되는 형태로 농업의 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수의 기업형 농업으로의 전화는 현재의 농민들을 다수의 빈민과 농업노동자들을 확산시켜 농민 사회의 계급 분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DDA, 모든 것이 협상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 8월에 합의된 DDA 협상 내용에는 쌀 협상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환경 등 세부 협상 항목들이 더 많이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제출한 자료에 근거하면 DDA는 '방송제작서비스 양허, 스크린쿼터, 방송쿼터 폐지, 의료교육 양허, 합작병원설립, 외국자격인정, 보조금의 내국민대우 부여, 송금제한 완화, 간소화, 규제의 투명성 보장, 에너지 관련 건설, 환경, 시설운영, 수리 및 정비 등 양허, 한국전력, 가스, 지역난방공사 등 민영화 문제 연관' 등 세부적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내용들이 포괄되어 있다.

에너지, 의료, 방송등과 같이 국민생활과 직결된 국제적인 협상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DDA는 8월 1일 기본골격 합의에 근거해 2005년 12월 차기 홍콩회의 때까지 쌀 관세 협상처럼 다국적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 내용은 외교통상부의 보고나 간헐적으로 나오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알려지고 있다. 이 내용은 단지 언제, 어디서, 몇 명이 모여서 대상 항목에 무엇무엇에 대한 협의를 했고 다음에 언제쯤 할 계획이라는 굉장히 짧은 브리핑에 불과하다. 그 세부 내용들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가 없다. 정부가 철저히 비밀주의 협상에 근거해 모든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출처 : 외교통상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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