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시기 선거실명제, 선관위 “법대로”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개정안 계류 중

대선이 다가오면서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도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선거실명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주요 포털사이트의 본인확인제도가 폐지됐다. 뒤이어 9월 5일에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다. 당시 진선미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대선 전에 국회를 통과해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며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개정안은 상임위 회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는 “국회에서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기존에 해오던 대로 선거실명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선관위 관계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지난 8월의 헌재 판결 취지를 잘 알고 있지만 이는 공직선거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관위는 현행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이 정하는대로 선거 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언론사들은 선관위의 이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선거실명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로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본인확인제를 폐지했는데 선거시기에만 다시 실명제를 실시하면 기술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병일 활동가는 이어 “국회가 속히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선거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진선미 의원실은 “지난 9월 15일 행정안전위 법안소위를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투표시간 연장법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실은 “법안소위를 열면 투표시간 연장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안소위 자체를 열지 않아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 9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국회가 선거실명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폐지되지 않는다고 해도 헌재의 판결과 SNS 선거운동 전면 허용의 의미를 받아들여 국민들의 참정권이 방해되지 않도록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국회의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선거실명제를 적용하지 않을 의지를 밝힌 바 있어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의 박영수 법제과장도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헌재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선거법상 실명제가 폐지되는데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선관위가 유권해석 등 독자적으로 선거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을 방안이 있다면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선거실명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미디어오늘, 참세상 등 95개 인터넷언론사와 인터넷기자협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사회단체는 지난 9월, 대선 전 선거실명제를 폐지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실명제 폐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들은 이번 선관위의 입장표명에 대해서도 성명발표와 대중적 여론 형성 등의 방법으로 실명제 폐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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