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내세운 업무 이관 “철도 민영화 물꼬 트기”

노동계, 정치권 등 일제히 반발...“민영화 반대 공약 지켜야”

최근 국토해양부가 안전 확보를 이유로 철도관제권을 철도공사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의 이관을 시도하자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측과의 교감 없이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철도 민영화에 물꼬를 터 줄 수 있겠냐는 의견이 제기되며 박 당선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모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시기 ‘KTX 민영화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국토부, 관제업무 나눠 민간 철도 사업자 시장 진입 돕나
관제업무 이관이 “안전성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어”


국토해양부는 9일 철도 관제업무를 철도공사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철도 운영 주체가 관제권까지 행사하면서 수익성 때문에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큰 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면서 입법예고 배경을 설명했다.

관제업무란 열차 배정, 열차 운행 중 의사소통, 사고발생 시 통제 등 열차 운행과 관련된 전반적인 소통과 지시로 안전운행을 확보하는 철도의 핵심 업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수행하지만 현재 모든 열차를 운행 중인 코레일이 위탁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철도시설공단을 통해 열차 배정 등의 관제업무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민간 철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수서발 KTX 운영권’의 민간 개방이 국회서 좌절된 후 철도 민영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2015년 수서발 KTX에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관제권과 역사, 유지, 보수 등 세 가지 부문의 회수가 중요하다고 밝혀왔다.

또 관제업무 이관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철도관제와 운영 주체가 나뉘면 오히려 사고위험이 커진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관제, 신호체계, 통신 등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열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관제업무를 나눌 경우 안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시원 동양대 철도대학장은 10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관제업무 이관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물리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황시원 철도대학장은 “KTX는 자동으로 차량 운전되는 시스템이고, 관제업무도 실시간 철도 위를 달리는 차량에서 전문가들이 모니터한다”며 “국제철도연맹에서 최근 철도안전관리개선 공로를 인정해 코레일에 특별상을 주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또 황시원 철도대학장은 “복잡한 문제 중 하나가, 차량을 관제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선로 작업하는 사람 등이 서로 정보가 정말 잘 소통되어야 하는데, 의사소통 통로가 분리됐을 때 안전성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며 “관제사를 양성하는 기관이 철도시설공단으로 간다면 기관자체가 현장업무 경험이 없기에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당선인 ‘KTX 민영화 반대 공약’ 지켜야”
MB 임기말 철도 민영화 강행...인수위와 사전 교감?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민영화를 위한 말뚝박기, 관제권 이관 꼼수 중단하라”며 박근혜 당선인 ‘KTX 민영화 반대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시절 ‘KTX 민영화 추진은 반대’, ‘민영화는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가 뜬금없이 철도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며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억지 부리기’가 아니라면 인수위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민영화 말뚝박기’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제기했다.

이상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 시절 KTX 민영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하며 철도 민영화에 대해 “국민 합의를 수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익 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 위원장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회적 논란이 있고, 한번 바뀌면 되돌리기조차 힘든 철도 정책을 국토해양부 몇몇 관료가 중심이 돼서 행정절차 진행으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인수위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도 철도 관제권 이관 시도가 “철도 민영화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관제권 이관은 민간 회사가 철도운송사업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는 조치로 철도 민영화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KTX 민영화의 걸림돌인 철도공사의 철도관제권을 환수해 새 정부가 들어와도 철도 민영화를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인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해양부는 당장 철도민영화를 위한 꼼수를 중단하고 무엇이 국민들을 위해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인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 국토해양위 차원에서도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철도관제권 환수 및 철도 민영화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철도민영화와 철도시설의 안전운행, 장기적인 발전에 대해 그동안 사실 제대로 분석되지 못했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측에서도 ‘철도민영화를 서둘러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방향을 정해야 된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지금 왜 모두 무시되고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에 강행하는지 오히려 이 문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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