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의 바람이 예상 외로 거세다. 안철수 후보가 예비후보에 등록하기 전만 해도 민주당 일각과 진보정의당에선 ‘정치 도의가 아니’라는 지적 때문에 야권난립으로 인한 패배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도 충분한 당선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철수 후보는 1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내세운 다자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35.4%였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25.9%, 이동섭 민주통합당 노원 지역위원장은 13.2%, 노회찬 후보의 부인인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9.2%의 순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안철수 후보의 공식적인 노원병 활동을 하기 직전 조사결과라면, 안 후보가 본격적으로 노원병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노원병 바닥을 훑기 시작한 직후 조사한 결과에선 안 후보가 더욱 격차를 벌렸다.
모노리서치가 13일 서울 노원병 거주 주민 832명에게 안 후보와 노원병 출마를 검토 중인 여야 후보를 놓고 조사한 결과, 안 후보의 지지율은 42.8%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새누리당 후보는 31.2%, 민주통합당 후보는 11.8%, 진보정의당 후보는 4.8%, 통합진보당 후보는 1.9%, 기타 후보는 1.4%로 나왔다. 6.1%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모노리서치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안 후보의 출마 자체를 두고도 ‘새 정치를 시작할 기회이므로 긍정적’ 이라는 입장에 51.8%가 응답했다. ‘쉬운 길로 정계복귀에 나서 부정적’ 이라는 입장엔 37.4%가 응답했다.
전국적으로 독보적인 인지도를 가진 안철수 후보의 출마에 노원병 유권자들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다, 진보정의당이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던 지점을 두고도 유권자들은 안 후보의 새정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를 제외하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각 당에서 후보를 선출하면 현재의 안 후보 지지율도 어느 정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기류가 노원병 양보로 기울고 있어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의미를 담고 양보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4선 김영환, “민주당이 후보 내면, 명분과 실리 동시에 잃어”
민주당은 현재 강력한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양보한 점과 야권단일화를 통한 야권승리 등을 근거로 강력한 양보론이 나오고 있다. 대선과 총선 당시 야권단일화의 또 다른 파트너였던 진보정의당에 대한 양보론도 동시에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노원병 공천을 하기엔 부담이 많다.
또한 노원병 공천을 해서 안 후보와 경쟁해도 승리가 어려운데다, 무리한 공천으로 야권이 패배할 경우 민주당에 불어 닥칠 책임론이 만만치 않은 점도 작용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서 양보한 점, 야권단일화를 이루어 야당이 꼭 이겨야 한다는 점, 제1야당으로서의 위신 등을 잘 고려해서 당내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진보정의당의 후보도 있어서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반면 4선의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15일 원음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잃고,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이 굴욕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결국 민주당은 3등이나 4등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단일화 때 우리가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빨리 후보 문제를 정리해 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정의당 몫으로 양보하자는 주장을 두고는 “노회찬 후보가 다시 나간다면 노원병에서 이길 수 있겠지만, 부인을 내보내서 승계를 한다든지, 이렇게 하는 방식이 온당한지는 노원구 주민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후보는 (노원병에서) 당선되리라고 본다”면서도 “안철수 교수께서 기계적 단일화는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말씀보다는 야권이 단합해서 일대 일로 여권과 한 번 겨뤄 최소한 연합연대의 길을 열어야 안철수 교수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의 선택지는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양보를 할지, 공천 없이 정치도의와 명분을 들어 안철수 후보와 김지선 후보 사이 중립을 지키며 야권단일화를 촉구할지, 후보를 공천하되 야권단일화 판을 짜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지 정도밖에 없다. 민주당 일각에선 안철수 후보 당선 이후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개편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후보를 내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점차 목소리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한편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압도적인 구도가 형성될수록 단일화 거부 배수진을 쳤던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에게 정치적 부담이 몰릴 수밖에 없다. 김 후보는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노회찬 대표의 부인과 노동운동 경력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인지도를 얻고 있지만, 안 후보 인지도가 거세 상승세가 약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이 강력한 후보를 공천해 안 후보를 위협할 경우 안 후보로의 야권단일화 요구가 거세게 나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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