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8’, 이갑용으로 반전된 민주노총 선거

‘단절과 평가’ 내걸고 돌아온 이갑용...부동층 지지 얻었나

20일 치러진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에서 ‘당선’은 없었지만 ‘이변’은 있었다.

이갑용(위원장)-강진수(사무총장) 후보조는, 당선 유력후보로 알려졌던 백석근(위원장)-전병덕(사무총장) 후보조를 꺾고 다득표를 얻어냈다. 14표의 근소한 차이였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물론 이갑용-강진수 선본은 과반득표를 획득하지 못해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했고, 그 결과 정족수 미달로 선거 자체가 유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갑용-강진수 선본이 만들어낸 이변은, 민주노총 내부를 ‘놀라움’에 빠뜨렸다.


‘이변’ 만들어낸 이갑용...부동층 지지 얻었나

백석근 위원장 후보는 16개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물론 원탁회의의 파행으로 ‘연합집행부’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현장실천연대 전병덕 사무총장 후보와 함께 산별과 범 우파 지지를 끌어안을 것이라 예상했다.

반면 이갑용 위원장 후보는 원탁회의에서 일찍이 뛰쳐나와 독자행동을 이어온 ‘좌파노동자회’ 소속이다. 좌파노동자회는 타 조직에 비해 현장 대의원수도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강진수 사무총장 역시 좌파노동자회 소속으로, 백석근-전병덕 후보에 비해 유명세나 인지도도 낮았다.

개표 전까지만 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백석근-전병덕 후보조의 당선으로 몰려있었다. 백석근 선본 내부에서도 6:4~7:3까지 표 차이를 벌릴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이갑용-강진수 후보조는 전체 투표 대의원 570명 중 272표 (47.7%)의 지지를 얻었으며,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총 258(45.3%)표를 얻었다.

이갑용 선본의 다득표는, 원탁회의의 파행과 백석근 선본의 범 우파 표결집의 실패로 나타난 결과였다. 거기다가 이갑용 후보의 선거전술 역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부동층 대의원’이 많았다. 게다가 전국회의의 경우 진작에 후보 배출을 하지 않겠다며 선언했고, 원탁회의의 파행과 함께 현노회와 노동전선 역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전국회의와 현노회, 노동전선은 모두 대의원들이 자율로 투표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의원들 중 부동층이 많았고, 결국 백석근 선본이 전국회의와 중앙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석근 선본이 우파 결집에 실패한 사이, 이갑용 선본은 범 좌파진영의 표를 획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전선 관계자는 “백석근 선본이 우파들의 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한 반면, 백석근 선본을 지지하지 않는 좌파 성향의 대의원들 다수가 이갑용 선본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동전선의 경우 자율 투표 방침을 정하되, 대의원대회에 필히 참석할 것을 대의원들에게 요구해 왔다.

현장노동자회 관계자는 “현노회도 이번 투표를 대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 판단임을 전제하고 “위기 상황에서 경선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 판단했지만 결국 원탁회의가 파행되고 현장실천연대와 산별모임이 추대한 후보만 출마해 이에 대한 진정성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며 “반면 좌파노동자회는 다른 단위와는 다르게 공식적으로 독자행동을 선언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혁신 대변한 이갑용, 반사이익 효과”

선거 전술적인 측면에서, 이갑용 선본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국회의 관계자는 “전국회의 역시 자율 투표 방침이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갑용 선본이 잘했다기보다는, 백석근 선본이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감동을 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갑용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변화를 바라는 대의원들을 대변한 측면이 있고, 부동층이 늘어난 만큼 반사이익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갑용 위원장의 네거티브 선거운동 방식이, 부동층 대의원들의 표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 선본 모두 민주노총 혁신을 이야기해 왔지만, 백석근 선본은 ‘통합과 연대’를 호소했고, 이갑용 선본은 ‘평가와 단절’을 강조했다.

이갑용 후보는 대의원대회 날 마지막 유세발언에서 이수호 집행부 시절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 이석행 집행부 시절 성폭행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김영훈 집행부 시절 한명숙, 박원순 선거 운동 참여와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공동선대본 구성 등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 후보는 “통 크게 단결하면 민주노총을 바로세울 수 있나. 표가 필요해서 잘못한 것을 잘못하지 않았다고 두루뭉술 넘어 갈 생각은 없다”며 “민주당과의 면죄부를 준 그 사람들과 단절해야 하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힘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의원 과반수를 넘긴다고 해도 정리해고 철폐는 꿈같은 이야기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으로 하는 것”이라며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썩은 고기마저 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의 위기와 혁신에 공감하는 대의원들에게 파괴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관계자들 역시 이 위원장의 연설이 부동층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1998년 이갑용 후보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 과정과 꽤 흡사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당시 우파에서는 정갑득 후보가 출마했고, 좌파는 중도 포기한 상황이었다”며 “이후 이갑용 후보가 출마했고, 다득표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정리해고법과 파견법 수용을 놓고 좌우파의 갈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 저지’와 ‘직선제 실시’등을 내걸고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투표참여 대의원 381명 중 이갑용 후보는 189표, 정갑득 후보는 176표를 얻었다. 다득표한 이갑용 선본이 과반수 191표를 넘기지 못함에 따라,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며 205표의 찬성을 얻어 2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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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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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썩은 고기마저 주지 않는다” ! ! !

  • 1234

    민주노총 봄처럼 다시 일어난다. 고름은 째고 쓴약을 발라야 한다.

  • 보스코프스키

    만 15년 전에도 직선제가 공약이었는데 왜 이갑용 당시 위원장 시절에도 직선제는 실시하지 못했는지는 궁금합니다.

  • 비정규직

    중도 사퇴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