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어루만져주는 복지서비스’, 박근혜정부의 ‘국민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이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까. 현장 일선 공무원 사회복지사의 생각은 무엇일까.
2010년 ‘사회복지 범정부정책’으로 업무 쏟아져
“인원 충원도 안 되는데 조직 개편한다고 끝나나요”
서울시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공무원 K씨의 말을 들어보면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은 줏대 없고, 현장을 모르는 정부 정책과 관련이 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탄생한 ‘복지’가 점차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정부는 복지 명칭부터 기조까지 이것저것 바꿔왔다.
“국민맞춤형 복지라고 하는데...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지서비스가 특별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름만 바꾸고 시스템화한 것으로 보여요. 예전에도 다 맞춤형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지 안 맞추려고 했던 게 아니잖아요. 맞춤형복지가 사례관리인데, 각 사례를 분석해서 그 사람에게 맞게 종합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예요. 민간 복지서비스와 연계도 해주고요. 지난해 6월부터 각 지자체에 ‘희망복지지원팀(단)’이 발족했는데, 사례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만들어진 거죠. ‘현장 강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이런 거예요”
급기야 2010년 ‘사회복지 범정부정책’으로 13개 중앙부처와 296개 복지업무가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쏟아졌다. 기존 업무가 늘어났고 무상보육 시행 업무, 교과부 교육비지원 업무 등 새로운 복지 업무도 늘어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담당 업무를 해왔던 K씨도 현재는 보육, 교육 관련 복지 업무를 맡고 있다.
“범정부정책으로 업무가 늘어났는데, 기존에 해왔던 업무는 어쩔 거냐는 거죠. 인원 충원도 안 되는데, 조직개편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위에서 지침 내려오면 현장에서는 ‘이거 누구 생각이야?’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한 번은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교대업무로 민원 창구 담당을 하라고 했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여성, 노인, 장애, 아동, 청소년, 이웃돕기 등 복지 분야는 나누면 한도 끝도 없어요. 내 업무 하나 파악하기 힘드니까 모르면 메모 남기고 ‘확인해 연락드릴게요’하는 식이죠. 요새는 민원인도 예민해서 안내 똑바로 못하면 뭐라고 하니까 내 업무가 아니면 조심스러워요. 현실성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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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씨는 동료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나와 내 동료들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 때문에 처음에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런 K씨가 미리 메모해 온 종이를 꺼내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
바쁘니까 빨리빨리 일을 끝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업무 처리가 느릴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 범정부정책으로 2010년 개통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모든 자치센터에서 접속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않다. 수기로 작성된 별지신청서 등은 근무시간 뒤 일일이 전산망에 입력하기도 한다. 복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도 아닌 단순 반복 업무다.
“전국을 통합해서 만든 통합관리망이라서 자료 자체가 방대해요. 빨리 넘어가지도 않고, 에러도 많이 나요. 민원인에게 전화 와서 조회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단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복지 업무는 복지직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서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죠”
‘복지’ 강조로 몇 번씩 조직이 개편되지만 노동자들의 업무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중복 업무가 늘어나기도 한다. 주민센터와 상급 조직 역할 분담도 바뀌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불만이 올라온다. 예를 들어 복지 ‘전문화’의 일환으로 상급조직에 복지 관련 조사팀, 관리팀이 생기는 데 담당 공무원 인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공무원과 일이 중복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민센터 공무원이 담당했던 관리․조사 업무가 상급조직으로 넘어가면서 민원인이 불편해하기도 한다. 주민센터나 상급 조직 일선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은 새로운 팀이 만들어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조직개편, 인력 충원 없이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 팀 보강, 지원이 중요한 것 같은데 정치적인 것에 의해서도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조직개편으로 이름은 자주 바뀌는데, 기본적인 일들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에요. 인원 충원 뒤에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일선 공무원들은 팀마다, 과마다 내려오는 업무 때문에 힘들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복지가 독립된 형태의 센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주민센터가 복지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업무를 하는 곳이잖아요. 선거때 모든 직원이 선거에 매달리잖아요. 내 일이 많다고, 복지 일이 아니라고 안 할 수는 없죠. 왕따 당할 것도 아니고...”
후배에게 미안해...공무원도 아니고 ‘수습 직원’
“술 먹고 상담하러 오고 스트레스 받죠...자살 생각은 안 했지만”
그는 자주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한다. 전화 민원 처리하다 보면 맡은 일을 끝마치지 못하기 일쑤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루 4시간 초과 수당을 받지만 차라리 쉬고 싶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단다. ‘실무 수습’ 명칭으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 후배는 1년 6개월이 넘도록 정식 직원이 되지 못했다. 승진은 ‘운 때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발령도 못 받고 수습으로 일하죠. 야근도 많이 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데 수당 인정도 안 되니까 사기까지 떨어지죠. 공무원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선배로서 미안하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여태까지 기다린 시간도 있어 그만두지도 못 할 거예요. 저도 20대 중반에 일이 너무 힘들고 숨이 막혀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래도 공무원인데 1년만 참고 일하라고 해서 버틴 거죠”
지난 2월 숨진 성남시 사회복지공무원은 혼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명, 기초노령연금신청대상자 800명, 장애인 1,020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무상보육과 교육비지원 업무까지 더해졌다. 3월 숨진 울산시 사회복지공무원도 20여 가지 업무에 무상보육 업무까지 더해졌다. 시급히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회복지공무원은 국가 공무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인원 충원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K씨의 후배처럼 수습 직원,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만드는 제도다.
“총액인건비제에 묶여 문제가 되니까 수습 직원으로 발령 낸 것 같아요. 또,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행정직과 복지직 간의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복지직은 소수 직렬이기도 하고, 승진 정원을 늘리면 행정직이 싫어해요. 행정직 승진 정원이 줄어들어 버리니까요. 갈등이 드러나진 않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소수 직렬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죠. 사실 행정직도 복지 업무가 많으니까 오지 않으려고 해요. 행정직도 복지 업무가 힘든 것을 알죠. 후배들이 더 힘들어 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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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
업무 자체가 많기도 하지만 민원인을 상담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K씨는 과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업무를 담당했을 때 민원인 가운데 10명 중 8명은 술을 마시고 상담하러 온다고 했다. 지역마다 다른데, K씨가 일하는 지역은 특히 노숙인, 출소자 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란다.
“술을 먹지 않으면 상담하러 안 와요. 출소자분들도 오다가 안 오시면 또 (감옥에)들어가신 거예요. 말이 안 통하니까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죠. 당해보지 않으면 상상이 안 될 거예요. 내색은 안 해도 우울 감을 느끼는 공무원들이 많을 거예요. 여성에게는 징그러운 말도 하는데, 주로 쌍욕을 하시죠. 예전에 가정방문 나갈 때, 위험하고 구타 사건도 많아서 요즘에는 혼자 잘 안 나가요”
그런 K씨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라고 했다. K씨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은 안 한 것 같다”면서도 이들을 “이해한다”고 했다. 처음 인터뷰를 거절했던 것도 동료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나와 내 동료들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소식 듣고 우울했어요. 일이 많기도 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배려가 부족한 것도 컸을 것 같아요. 저도 말할 데가 없어서 동기에게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 풀었거든요. 해결책은 아니죠. 안타깝습니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 행렬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현재 2만3천6백 명인 사회복지공무원을 내년 말까지 2만7천 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 복지 예산 규모가 2006년에 비해 올해 97조 원으로 1.7배 늘고, 복지 지원 대상자가 395만 명에서 944만 명으로 2.4배 늘은 상황이다. 과연 정부의 뒤늦은 계획 발표가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과중한 업무에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부부에게 ‘자살하려고 했는데 살려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자긍심을 느꼈다는 K씨를 보며 진정한 ‘위로’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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